나눔, 가장 착한 선물
글 김효진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쪽방촌의 어둡고 낮은 방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김이 무럭무럭 나는 저녁, 무료 급식소 앞 노숙인의 긴 줄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출근시간 수원역의 활기찬 발걸음을 보면 다들 바쁘고 열심히 살고 있다 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일상 속에서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분주하게만 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한 중앙 일간지에서 보도한 ‘2015 대한민국 빈부리포트’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빈부 격차에 대해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도해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하늘과 땅 차이의 삶과 상류층과 빈곤층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계층 간의 격차가 날로 벌어지고 있어 사회 통합과 연대가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행복지수도 낮고 사회갈등지수도 매우 높습니다. 그렇다면 왜 행복하지 않은지, 갈등을 봉합하려는 노력은 하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새벽 공기를 가르며 달리는 한겨울 첫차의 풍경을 아십니까?
첫차를 타면 건설 일용직이나 청소 일을 하는 도시의 노동자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은퇴할 나이를 훌쩍 넘긴 어르신들이 새벽녘 찬공기를 맞으며 일터로 향하는 버스 안은 고요하기만 합니다. 부유한 사람들은 그런 이들을 게을러서 가난하다고 생각하고, 반대로 어려운 사람들은 부자들이 금수저로 태어나서 아무 노력 없이 부자가 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새벽부터 밤늦도록 열심히 일하면서도 팍팍한 삶을 벗어나기 힘든 사람들입니다.
월평균 150만 원 정도 버는 비정규직이 전체 경제 인구의 3분의 1인 9백만 명에 이릅니다. 더구나 교육과 양육이 열악하다 보니 다음 세대에도 가난은 대물림됩니다. 부자들 중에는 혹독한 시련과 가난을 이겨내고 부를 일군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아주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어느덧 돈이 돈을 버는 시대가 되어 이른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옛말이 된지 오래입니다.
스러져 가는 담벼락, 연탄가스 자욱한 냉골 방 안에서 홀로 사는 할머니의 방을 본 적이 있습니까?
국민의 10명 중 1명은 ‘어려워도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다’고 말합니다.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도움을 청할 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도움을 청할 곳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결국 구멍 뚫린 사회적 안전망과 관계망이 자살률을 높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송파 세 모녀 자살사건도 사회적 지원과 관계가 단절된 가운데서 발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엔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느냐 등 사회적 관계 지원망이 중요하며, 행복을 좌우하는 것은 소득과 부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위험의 충격을 완화시켜주고 보완해주는 것이 가족과 공동체이지만, 최근 급격하게 관계망에 구멍이 뚫려 그 위험을 개인이 고스란히 받아들여만 하는 위험 사회가 되고 만 것입니다.
나눔으로 하나 되는 행복한 경기도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나눔의 정신이고 실천입니다.
계층 간의 갈등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됩니다. 그러나 나눔은 이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갈등을 줄이는 역할을 해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행복한 선순환을 만들 수 있습니다. 모금 기관에서 일하다 보면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도 만나지만, 반대로 힘없고 도와줄 사람 하나 없는 사람들도 만나곤 합니다. 아울러 이 두 계층의 골을 메워주고 치유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나눔이라는 것을 많은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치료비를 지원받아 내일을 꿈꾸는 어린이, 재능을 살릴 수 있도록 기회를 얻은 청소년들의 희망에 찬 눈, 보장구를 지원받아 힘을 얻게 된 장애인, 사랑의 연탄과 김장을 받은 할머니의 웃음은 그 무엇으로도 얻을 수 없는 큰 기쁨일 테죠.
경기도에서는 무한 돌봄을 통해 지역의 소외받는 사람들을 찾아 지원해왔고, ‘따뜻하고 복된 공동체’를 구현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일하는 청년 통장 사업을 통해 근로빈곤층에게 기회의 사다리를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선물을 영어로 풀이하면 ‘Present’인데 여기에는 ‘현재’라는 뜻도 있습니다. 이는 선물이 가장 알맞은 때에 전달돼야 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나눔에는 나중이 없습니다. 지금 현재가 바로 나눔이 필요할 때 입니다. 어렵고 힘들수록 어려운 사람들은 가장 먼저 가장 큰 고통을 받게 됩니다.
나눔으로 하나 되는 행복한 경기도, 따뜻하고 복된 공동체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