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내가 살아가는 힘이여!

“글은 내가 살아가는 힘이여!”

 

참으로 굴곡진 인생의 한을 시를 쓰고 일기를 쓰며 버텨온 최삼순 씨(70).

  “나는 노트 없으면 안 돼!”라는 단호한 말로 필연적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그녀.

 종종 “최삼순 시인 아니세요?”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그녀의 삶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 아니면 벌써 죽었지! 글을 안 쓰면 오장육부가 뒤집히니까. 뭐라도 썼어! (웃음)”

스무 살, 태어날 때부터 앓았던 청각장애를 치료해 준다는 사촌 언니의 말에 허리까지 긴 머리카락을 잘라 마련한 노잣돈으로 전라도에서 경기도로 상경한 최삼순 씨. 하지만 그녀를 기다린 것은 거동이 불편했던 부모를 둔 한 남자와의 결혼이었다. “한마디로 팔려 왔다니까! 하하하!”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어넘기지만, 그녀의 삶은 가시밭길을 걷는 고행이었다. 거동이 불편한 시모에 폭언과 폭력을 일삼았던 알코올 중독 남편, 이런 남편으로부터 지켜야 할 삼 남매. 거기다 추석날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시동생의 두 아이까지 모두 그녀가 책임져야만 했다. 그녀가 글을, 시를 쓰게 된 것 또한 이때부터였다. 장애에 버거운 현실까지, 온몸으로 고난을 버텨 온 그녀에게 글은 생명줄이었다. 전단이나 달력, 껌 종이 등에 무엇이든 써 내려가는 일은 지독하게 숨 막히는 현실을 살아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글 쓰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남편의 눈을 피해 몰래 글을 쓰다 마흔여섯 남편과 사별한 뒤 본격적으로 글을 썼다. 아니 토해냈다. 그녀의 굴곡진 삶을 써내려간 이야기는 월간지 <좋은 생각> 생활수필 부문 대상으로 뽑혔고, 이를 계기로 ‘이것이 인생이다’  TV 프로그램에까지 출연했다.

“가끔 회사 사보, 라디오, 출판사에 글을 보낸 게 소개되면 원고료가 나오잖아. 지금도 면사무실에 들렀다 본 <경기도의회> 소식지에 시를 보내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니 얼마나 신나!”

종이와 연필만 있다면 바로 그곳이 천국이라는 그녀.

자작시 <노년의 삶>의 한 시구처럼 ‘우리 인생 지금이 딱 좋아’ 모든 불행과 해야 할 것들을 벗어버린 지금이 행복하다는 최삼순 씨. 이 행복이 지속하길 마음 깊이 응원한다.

 


노년의 삶

  – 최삼순 도민 (경기도 광주시 거주)

잘 익어가는 인생길

  예술이 아니더냐

  봄의 청춘이라 했던가

  우리 인생 지금이 딱 좋아.

머릿결 목련 꽃이 이 정도야 끄덕없어.

  얼굴은 활짝 웃은 진달래 꽃처럼

  순수한 노년 삶이 아니더냐.

  거북이 닮은 손등이여

  인생 계급장이 예술이라네.

  늙었다고 자식걱정 하지 말고

  내 몸 돌봐 황금 연못에

  구름 배 띄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