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는 자치단체 의결기관으로서 각 지역별 상황에 맞는 조례와 예산안을 심의·의결하며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진정한 지방자치시대의 초석을 다져왔다. 하지만 지방의회의 위상강화를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적지 않다. 지방의회의 위상강화 방안을 짚어봤다.
글 김순은(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2018년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새로운 지방의회가 출범했다. 지방의회는 1991년 부활 이후 지역의 정치와 행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지방의회는 무엇보다도 관청내지는 공무원의 자세를 주민들의 눈높이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지역사정에 부합하는 조례의 제 · 개정, 지역의 우선순위에 따른 예산의 심의 · 의결, 지방행정의 일탈을 예방하는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 지역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지방의회는 그간 의원연구, 국제교류, 5분 자유발언 등을 통해 지방행정을 견제하고 감사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의 장과 비교할 때 지역주민의 대표기관 내지는 최고의 정책결정기관이라는 지방의회의 위상이 확립되지 못했다. 이는 제도적 · 행태적 요인이 결합돼 작용한 탓이다. 우리나라는 ‘강(强)시장-약(弱)의회’라는 기관분리형의 구조다.
권한이 상대적으로 강한 지방정부의 장은 1명인 반면 지방의회는 다수로 구성된 합의체 기관이다. 따라서 지방정부의장은 선거 때는 물론이고 일상시에도 크게 주목을 받는 데 비해 지방의회 또는 지방의원은 선거 때부터 주민들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한다. 유권자들은 투표 때 지방정부의 장 후보에게는 큰 관심을 갖지만 지방의원 후보자는 모르고 투표하는 경우도 많다. 지방의회의 위상을 제고하는 것은 향후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발전에 가장 중요한 독립변수다. 여기에는 제도적 · 행태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한다.
지방의회의 위상을 제고하는 첫 번째 방안은 지방의회의 자주입법권을 강화하는 것이다. 지방의회의 입법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헌법과 지방자치법 및 관련법령의 제 · 개정이 수반돼야 함은 물론이다. 법령의 제 · 개정 이전이라도 지방의회는 지역주민의 인권신장, 사회적 약자 및 소외계층에 대한 후생복지권의 확대, 환경권의 강화를 위한 각종 조례의 제 ·개정을 시도해야 한다. 경기도의회가 지난 2016년 1월 「경기도의회 기본조례」를 제정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지역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새로운 의무를 부과할 때에는 상위 법령의 위임이 있어야 하지만 그 외의 경우엔 지방의회가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다.
두 번째의 방안은 지방의회가 관내의 다양한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기관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지방의원은 다양한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성별, 지역별, 계층별, 직업별로 다양한 이익을 대변하는 지방의원은 수많은 대립과 갈등 속에서 정책을 논의하고 조례를 제 · 개정한다. 지방의원에게 주어진 본연의 책무가 다양한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것이다. 지방의원들은 지역갈등을 해소하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
지방의회를 행정적 · 정책적으로 보좌하는 사무기구의 인사권을 독립하는 방안도 지방의회의 위상과 밀접하게 관련돼있다. 지방의회와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적극적으로 보좌하기 위해 사무처의 인사권을 독립하는 지방자치법의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무처 직원에 대한 인사권이 제한적이어서 우리나라의 지방의회는 사무인력의 적극적인 보좌를 받는 데 많은 제약이 따른다. 지방의회의 정책적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 예를 들면 광역지방의회의 경우 정책보좌관제의 신설과 같은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방의회는 지역주민의 복리증진을 위해 능동적이고 민주적인 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지방의원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윤리성을 가져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지역주민의 신뢰 없이는 의회의 위상을 제고할 수 없고 지역주민의 신뢰는 의회와 의원이 사명을 다할 때 확보할 수 있다. 의회에 대한 신뢰는 의원에 대한 신뢰로부터 구축됨을 감안할 때 지방의원은 초심을 유지하면서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자세로 의정에 임해야 한다. 현대의 지방행정은 복잡다단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지방행정의 효율적인 감시와 견제를 위해 지방정책과 행정에 관한 전문성을 제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제도적 · 행태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동할 때 지방의회의 위상은 굳건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