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지 27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지방정부의 실질적인 권한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경기도의회는 지방자치분권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방정부의 역할과 위상에 맞는 진정한 자치분권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방자치분권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짚어봤다.
글 김상미(지방의회발전연구원장)
‘지방자치분권’ 속 지방의회의 ‘위상’과 ‘현주소’
‘지방자치분권’은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제기돼온 핵심용어이다. 참여정부에 들어와 ‘지방분권’을 국정핵심과제로 삼고 『지방분권특별법(2004)』을 제정한 이후 현 정부의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2018)』으로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기본법적 성격으로 인해 실효성 있는 지방자치분권정책을 추진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있다.
그동안 대통령 소속의 지방자치분권 추진기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는 국가 위주의 사무배분과 재원배분으로 인해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방의회는 그 속에서 지방자치단체의 한 축을 구성하는 조직 역할을 수행한다.
제20대 국회에 들어와 1987년 체제를 뛰어넘는 개헌안을 도출하기 위한 방안으로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구성됐다. 이후 국민기본권, 정부형태, 지방분권을 3대 의제로 설정했으나 풀뿌리민주주의 기본축인 지방의회에 대한 논의는 소외됐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중앙부처에서는 ‘제2국무회의’ 의지를, 대통령발의 개헌안 제97조에서는 ‘국가자치분권회의’로 중앙과 지방의 협력기구 의지를 공식적으로 표방했지만 양 제도 모두 지방의회 의장은 배제했다. 최근 청와대와 정부의 지방자치분권 추진에서도 서울특별시의회의장에 의해 지방의회 패싱이 문제제기 됐다.
그러나 ‘지방자치분권’ 속 지방의회의 위상과 존재감이 미약하더라도 지방의회는 헌법 제118조 제2항에 “지방의회의 조직·권한·의원선거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임방법 기타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장을 민선으로 뽑지 않더라도 지방자치가 가능하지만, 지방의회를 구성하지 않으면 지방자치가 불가능한 유일한 헌법상의 지방자치기관이다.
‘민의의 전당’으로서 ‘제10대 경기도의회’의 지향점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 실시의 가장 큰 성과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민의(民意)의 전당(殿堂)’인 지방의회를 구성한 것을 꼽을 수 있다. 1952년부터 2018년까지 총 11회에 걸친 지방의회 의원의 선출은 자기 지역의 이익을 위해 주장해 줄 수있는 기관을 지역주민들의 손으로 직접 선택해 탄생한 ‘주민의 대의기관’이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6·13지방선거에서 경기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도민의 선택에 의해 ‘제10대 경기도의회’가 조직됐다. 우리나라 광역의회 중 가장 많은 142명이란 의원정수를 가진 ‘경기도민을 대의(代議)하기 위한 기관’이다.
지방의회의 주요 기능 중에는 집행기관의 견제·감시기능이있다. 경기도의회가 견제·감시해야 할 경기도 집행기관 공무원의 수는 총 3만 9,064명이다. 즉, 경기도 공무원 1인 당 주민 수가 약 325명인데 비해, 경기도의회는 의원 1인 당 약 8만 9,554명의 경기도민을 대의해야 한다. 단순 계산하면 1명의 도의원이 경기도 집행기관을 잘 견제·감시하기 위해서는 경기도 공무원 1명보다 275배의 힘을 내야 이원대표제의 균형이 유지된다.
앞서 제9대 경기도의회는 ‘경기도 연합정치’를 공식화해 우리나라 지방정치사에 ‘정책적 연대와 협치’라는 실험사례를 제시한 바 있다. 제10대 경기도의회에서 제시한 “연정과 협치를 넘어 ‘공존의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방향설정은 유의미한 지향성을 지닌다. 특히 올해 11월 11일은 제1차 세계대전이 종료(1918.11.11.)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독일의 지방의회가 그러했듯 세계 유일의 분단국을 넘어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미래를 열 수 있도록 평화를 위해 준비·노력하는 실천이 필요하다. 끝으로 ‘지방자치분권’ 담론에 지방분권의 중심축인 경기도의회가 ‘경기도의 최고 정책결정기관’으로서 ‘실천적 지혜(Phronesis)’와 ‘숙고된 실천적 선택(Proairesis)’이란 양(兩) 무기를 가지고 드높은 ‘경기도 민주주의’ 성취를 향(向)해 대전진(大前進)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