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선지를 펼치고 동산을 그려낸 담채화 위에 마지막으로 연분홍 꽃잎을 곱게 새겨 넣으면 붉게 푸르게 한바탕 춤사위가 펼쳐지는 언덕. 철쭉은 사랑의 기쁨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고운 꽃잎 끝에 사랑의 전설도 시큰하게 내려앉습니다. 무려 100만 그루의 철쭉이 봄의 채비를 마치고 기다리는 축제입니다.
붉은 설렘 한가운데
군포 철쭉동산에는 산철쭉과 자산홍이 20만 그루 심겨 있습니다. 해마다 봄이 되면 장관을 연출합니다.
철쭉동산을 살짝 벗어나 군포시 전역에서 한창 꽃피울 준비를 마친 철쭉은 무려 100만 그루. 이들의 잔치, ‘군포철쭉축제’가 2019년 4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산본동 철쭉동산과 철쭉공원, 초막골생태공원, 산본로데오거리 등 군포시 일원에서 열립니다.
매년 상춘객 40여만 명이 찾는 군포시 대표 축제로, 올해는 특히 경기 관광 대표 축제로 선정되어 ‘철쭉꽃 피는 군포의 설렘’이란 주제를 가지고 찾아옵니다.
철쭉의 전설로 떠나는 여행
이제 군포철쭉축제를 아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왜 철쭉동산에 첫 철쭉이 피었는지 그 전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예부터 군포는 신묘한 기운이 깃들었다는 수리산을 등지고 한양 가까이 있어 과거를 준비하는 청년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드는 곳이었습니다. 철쭉동산의 전설은 그들 중 진도령이라는 사내의 사랑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죠.
공부하던 진도령은 어느 날 우물가에서 분홍 아가씨라는 여인을 만나 깊은 사랑에 빠집니다. 잠시 행복한 시간이 흘렀죠. 공부가 무르익고 드디어 과거를 보기 위해 진도령은 한양으로 떠나게 됩니다. 분홍 아가씨의 오랜 기다림과 기도가 이어지죠. 서낭당을 찾아, 감투봉에 올라 달님과 천지신명님께 사랑하는 연인의 합격을 지성으로 빌었답니다.
그녀의 기도가 하늘에 닿았을까요? 진도령은 마침내 장원급제하게 되고, 분홍 아가씨가 기다리는 군포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인지 마지막으로 기도를 올리기 위해 감투봉에 오른 분홍 아가씨는 진도령과 길이 엇갈리고, 그만 산기슭에서 격렬히 싸우고 있던 용과 호랑이를 만나 정신을 잃고 쓰러집니다. 온 산을 찾아 헤맨 진도령은 분홍 아가씨를 발견하지만, 그 밤 눈보라가 몰아쳐 두 사람은 마을로 돌아오지 못하고 깊은 산속에서 얼어 죽고 맙니다.
멀리 달아났던 호랑이는 죄책감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잘못을 뉘우치고 돌아와 두 사람을 꼭 끌어안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죠. 얼마나 지났을까, 호랑이의 눈물이 두 사람의 주검에 스미어 한 송이 꽃이 피어납니다. 그리고 또 다른 꽃이, 다음 꽃이 피더니, 감투봉 자갈밭을 온통 메우죠 . 그 꽃이 바로 철쭉이었습니다.
그러니 이제 군포철쭉축제는 단순히 꽃의 잔치라고 이름 붙이는 것으로는 부족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너머 붉고 깊은 사랑의 축제라고 불러야 맞을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