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강나은•사진 장병국
환도는 “고리가 있는 칼”이라는 뜻이다. 환도는 무기로서의 기능도 있지만 대체로 지휘와 의장의 용도였다. 예로부터 검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고 믿었다. 왕이 사용하는 사인검이나 선비가 벽에 걸어둔 일반 검에도 하늘의 신성한 기운이 내려와 사악함을 물리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만큼 환도의 제작 과정 역시 종합예술에 가깝다. 우선 고대 사철제련을 완벽하게 재현해 양질의 쇠를 얻어야 명검을 만들 수 있다. 이에 부림·쇠매질을 수차례 반복해 날의 형태를 만든다. 이후 열처리를 하고, 연마를 해 날을 세운다.
여기까지가 도신의 제작 과정이라면 칼집의 제작 과정은 이제 막 시작이다. 피나무에 밑그림을 그린 뒤 나무 속을 파내고, 칼집 외장을 꾸민다. 칼집에는 가오리피와 상어피를 사용해 어교를 붙이고, 10번 가까이 옻칠도 이어진다. 특히 사인검에는 칼날에도 예술이 올라간다. 칼 몸에는 온갖 별자리가 상감되며, 인도의 산스크리트어와 함께 금구가 새겨진다.
홍석현 장인은 40년이라는 세월을 전통 도검 복원에 바쳤다. 환도를 완벽하게 재현해 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장인으로, 2003년 제28회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17년에는 경기도무형문화재 제62호 환도장 보유자로 선정됐다.
홍 선생도 처음에는 제철소에서 구입한 쇠를 가지고 도신을 만들었다. 그러다 2002년부터 4차례의 야철 생산 실험 결과, 전통 사철제련에 성공해 옥광을 뽑아낼 수 있었다. 삼국시대 칼을 처음 복원했을 때의 기쁨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후 그는 삼국시대 백제 무령왕릉 출토 용문환두대도, 가야시대 단봉환두대도, 태조어도, 별운검, 이순신 장군도, 곽재우 강군검 등도 복원해 냈다. 전통 도검에 대한 문헌 자료와 고증을 통해 전통 도검 복원 제작에 전념한 결과였다. 국방부와 청와대에 삼정도를 5년간 납품하기도 했으며, 경험과 지식을 모두 집대성해 ‘다시 피어나는 환도’라는 제목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칼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다 이루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는 아직도 이루고 싶은 꿈이 남아 있다.
“칼 박물관을 열고 싶어요. 칼만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 칼이 만들어지는지 눈으로 볼 수 있고,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요. 그러면 홍석현은 죽어도 박물관은 영원히 살아 후대에 전해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