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보러 도서관 갑니다.”
그럴 수 있죠.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도서관인데 만화가 없겠습니까? 그런데 여기는 좀 많이 달랐습니다. 만화가 가득합니다. 만화 좋아하는 분들에게 이곳은 천국이군요. 세상에, 이런 도서관이 다 있었네요.
이번 주인공은 부천에 있는 오정도서관입니다. 오정동은 김포공항과 이웃하고 있는 동네죠. 오정도서관이 문을 연 것은 2017년 4월께였습니다. 이제 2년이 지난 따끈따끈한 핫플레이스예요. 그런데 여기는 처음 문을 열 때부터 화제를 낳았습니다. 카페처럼 세련된 도서관 인테리어도 그렇지만, 2층에 만든 만화자료실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예전에는 만화가 천대받았지만 이제는 만화가 누구에게나 각광받는 시대가 됐지요. 그렇지만 만화만으로 한 층을 가득 메우는 시도는 듣도 보도 못한 신선한 시도입니다.
오정도서관 측은 “만화만큼 남녀노소 누구나 독서를 즐기도록 만드는 장르도 없다”면서 “창의력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합니다. 아마도 오정도서관의 이런 시도는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관련 분야를 주요 콘텐츠로 육성 중인 부천시의 노력과도 닿아 있을 겁니다.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바로 1층 사서 공간이 나옵니다. 유명한 카페에서나 보던 인테리어가 이곳에 그대로 구현돼 있습니다. 굳이 카페를 찾아가서 공부하거나 일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을 만큼 멋진 공간입니다. 만화로 가득 찬 세상은 2층에 만들어져 있습니다. 공간의 이름도 ‘만화 아지트’입니다. 입구 바로 곁에는 어렵던 시절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 주었던 신동우 화백의 헌정관이 있습니다. 신 화백께서 그린 <풍운아 홍길동>의 그림체는 나이 지긋한 어른에게도 매우 익숙하죠. 한국에서 제작한 최초의 애니메이션도 신 화백의 홍길동이었습니다.
헌정관을 둘러보고 안쪽으로 들어가니 드디어 ‘만화 천국’이 펼쳐집니다. 이곳은 하나부터 열까지 만화를 열렬히 사랑하는 이가 꾸몄다는 생각이 물씬 듭니다. 그만큼 곳곳에서 정성이 느껴집니다. 장르 구분도 그렇지만 꼭 봐야 할 수작들만 뽑아서 리스트를 만들어 둔 것도 그렇습니다. 말끔한 카페처럼 만들어 둔 테이블에 앉아 만화를 보는 것도 좋겠지만, 역시 만화를 읽을 때는 몸을 가장 편한 상태로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합니다. ‘널브러져서’ 보는 거죠. 뒹굴뒹굴하며 만화를 보도록 해둔 공간이 별도로 있습니다. 주말이면 이곳을 가득 메울 사람들의 모습이 절로 그려집니다.
만화 아지트는 내부도 꽤 넓습니다. 어떤 구조로 돼 있는지를 찬찬히 살피며 돌아보는 데만도 족히 5분 가까이 걸린 듯합니다. 그 안쪽은 온통 만화책으로 장식돼 있는 것이니, 전국의 만화를 사랑하는 이에게는 그야말로 극락과도 같은 세상일 겁니다. 어떤 만화방을 가든 이보다 더 크고 더 많은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곳은 없을 테니까요.
최근 만화계의 주요한 흐름은 웹툰입니다. 그런 현황을 이 도서관에서도 모를 리 없지요. 만화 아지트 한쪽에 태블릿을 마련해 두고 웹툰을 즐길 수 있도록 해 놓았습니다. 이곳은 만화에 대해서라면 무엇이든 완벽에 가깝게 갖춰 놓은 곳이었습니다. 조금 더 머물면서 만화를 탐닉하고 싶은데 시간이 지나치게 빨리 흘러갑니다. 어쩌면 좋죠. 머릿속으로 빠르게 생각을 해 봅니다. 다음에는 누구를 데리고 올까. 해맑은 표정으로 이 천국을 향해 뛰어 들어갈 지인 몇몇을 떠올립니다. 행복이라는 게 그리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이 도서관이 보여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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