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일 뿐, 떠오르는 소비 주체
뉴 시니어
100세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65세 이상 ‘시니어 고객’을 타깃으로 한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2000년을 전후해 ‘돈을 벌려면 뉴 시니어를 잡아라’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시니어와 구별되는 ‘뉴 시니어(New Senior)’는 젊은 층 못지않은 자기관리와 소비력으로 자신의 삶을 즐기는 50대 이상 의욕적인 세대를 일컫는다. 이들 뉴 시니어는 특히 삶의 의미를 찾아주는 상품과 서비스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이른바 ‘막강한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과거 시니어는 경제력이 없어 부양받아야 할 고령자 집단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지금의 시니어는 60세라고 해도 겉보기에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젊어졌고, 건강이나 체력도 자신의 10년 전과 비교해 뒤처지지 않는다.
뉴 시니어는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1세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가운데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있는 소비 계층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 인구는 730만 명 정도이며,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말 65세 이상 고령자는 8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들은 1970~1980년대 고도 성장기를 거치며 경제적 풍요로움을 경험하고 경제력을 축적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고령 노동과 소비 시장을 만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건강과 요양 관련 식품과 용품, 재무설계 상품이 전부였다면 앞으로는 이들 세대의 니즈를 반영한 안티에이징 미용용품부터 패션, 헬스, 레저, 반려동물용품, 시니어타운, 디지털기기까지 맞춤형 소비 시장이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자녀에게 올인, 발목 잡힌 노후생활
자녀 리스크
최악의 취업난이 이어지면서 2015년 우리나라 취업 시장에는 ‘N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N포 세대란 취업난과 물가상승 등으로 인해 연애, 결혼, 내 집 마련 등 여러(N) 가지를 포기한 청년 세대를 지칭한다. ‘자녀 리스크’라는 신조어는 바로 여기에서 파생했다.
자녀를 교육시키고 경제적으로 지원하느라 노후 준비를 못 했는데 정작 성인이 된 자녀는 취업률 하락과 만혼·비혼 등으로 집을 떠나지 않아 부모 세대가 빈곤한 노후생활은 물론 자녀 때문에 걱정과 우울증을 안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이와 같은 20~30대 젊은이들이 부모에 의지해 집에서 은둔 생활을 시작하면서 많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등 새로운 형태의 자녀 리스크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그동안 사회에 대한 불만과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던 젊은 층이 어느새 시간이 흘러 40~50대 중년이 된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지금의 우리나라 사회·경제적 환경을 볼 때 일본의 사례는 결코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불안해할 일도 아니다. N포 세대가 포함된 우리나라 밀레니얼 세대는 그 어떤 세대보다 현재에 충실하고 즐거움을 추구하는 세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워라밸’과 ‘욜로’라는 청년들의 가치관이 담긴 유행 키워드만 봐도 현재에 집중하려는 20~30대 세대의 가치관을 읽을 수 있다. 다만 우리가 일본과 같은 자녀 리스크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속히 N포 세대를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과 더불어 가족 구성원 사이에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소유도 공유도 아니다! 새로운 경제 모델
구독경제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등장한 ‘공유경제’가 최근 전 세계적으로 ‘구독경제’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소유’에서 시작된 경제 모델이 빌려 쓰는 ‘공유(共有)’의 개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 ‘구독’으로 경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구독경제란 ‘소비자가 정기 이용료를 내고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공급자로부터 제공받는 경제 모델’을 일컫는다. 쉽게 말해 유튜브 채널에서 ‘재미있게 보셨다면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 주세요’가 바로 구독경제의 구독(Subscription)이다. 과거에는 신문·우유 배달 서비스나 정수기 같은 렌털 서비스가 대표적이었지만, 이제 고가의 자동차와 명품 의류 같은 물건뿐만 아니라 영화나 음악·화장품·면도기 등 일상과 밀접한 분야 전반으로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는 2020년 구독경제 시장 규모가 무려 5천300억 달러(약 621조 원)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구독경제 모델은 정기배송형, 렌털형, 무제한 이용형 등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우리가 매일 또는 매주 생필품을 배달받거나 신문이나 잡지를 받는 것은 정기배송형, 정수기나 공기청정기와 침대 매트리스 등 일정 제품을 한정된 기간 이용하는 것은 렌털형, 영화나 음악 등 디지털 콘텐츠를 원하는 만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음원 사이트가 대표적인 무제한 이용형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구독경제 서비스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구독경제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소비 경험과 편리함을 주는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고정 지출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단점도 적지 않다. 결국 소비자와 공급자 사이의 신뢰 관계가 미래 경제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자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