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운전과 난폭운전이 법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행위태양(行爲態樣)에 따라 처벌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이 둘은 구분되는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난폭운전의 핵심은 ‘불특정 다수’로서, 도로 위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위협 또는 위해를 가하거나 교통상의 위험을 초래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안전거리 미확보, 이유 없는 반복적인 클랙슨 누름 등 난폭운전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반면에 보복운전은 ‘특정인’을 상대로 이루어진다. 운전을 통해 상대방에게 상해, 폭행, 협박, 손괴 등을 행했을 때 보복운전이 될 수 있다. 뒤쫓아 가 고의로 충돌하거나 앞지르기 후에 급감속 또는 급제동을 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난폭운전의 경우 도로교통법이 적용될 수 있으나, 보복운전은 형법이 적용된다.
형법상 보복운전죄라는 죄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동차는 법적으로 ‘위험한 물건’으로 분류되며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도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것으로 평가되는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폭행죄를 범한 때 성립하는 특수폭행죄(형법 제261조)가 적용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구체적인 행위태양이나 피해의 정도에 따라 특수협박, 특수상해, 특수손괴의 적용도 가능하다. 보복운전을 했는데 상대방이 상해를 입었다면 특수상해죄가 성립되고, 차량의 손괴도 일어났다면 특수손괴죄까지 동시에 성립
할 수 있다.
보복운전을 당했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도 보복운전으로 대항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함께 속도를 높여서 따라가는 등의 행위를 한다면 법적으로는 온전한 피해자로 평가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해 억울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 침착하게 운전을 하거나 멈추고, 서로 대면하게 됐다면 몰래 녹음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화 당사자 간 일방이 몰래 녹음하는 것은 위법한 일이 아니며, 향후 정황 증거로 활용될 수도 있다. 따라서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증거는 미리 확보하는 것이 좋다.
보상 부분에 대해서는 보복운전의 피해자가 됐다면 가해자의 보험사로부터 온전한 보상을 받을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과 금융감독원의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 의하면 보복운전은 고의로 인한 사고에 해당하는 바, 보험사고의 우연성이라는 보험제도의 본질에 반한다고 판단해 가해자의 보험사가 보장하지 않도록 돼 있다. 가해자에게 최종 보상책임을 지게 한다는 취지는 좋으나, 이로 인해 보복운전 피해자는 보상을 받기가 어려워졌다.
구체적으로 보복운전에 해당하면 보복운전 가해자의 자동차보험에서 지급되는 보험금은 타인이 사망 또는 부상한 경우 최소한의 인적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대인배상Ⅰ에 한정된다(「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 이 때문에 보복운전 사고로 피해자가 사상하거나 물적 피해를 본 경우 대인Ⅱ 및 대물은 보상되지 않는다. 가해자 보험회사로부터 보상받지 못한 피해 부분은 피해자가 직접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전보받는 방법밖에 없다.
그렇다면 실제로 보복운전의 피해를 본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가장 좋은 방법은 가해자와 합의를 통해 피해금액을 모두 보상받는 것이다. 만약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우선 가해자 보험사를 상대로 대인배상Ⅰ에 한해 청구할 수 있다. 피해자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에서 보상받는 방법도 있으나, 피해자가 의무보험 이외에 무보험차상해와 자기차량손해 등 임의보험에 가입한 경우에 한한다.
마지막으로 보복운전으로 피해를 봤을 경우 범죄피해자 구조금이나 자동차사고 피해가족 지원 등의 피해보상 제도도 활용해 볼 만하다.
지금까지 보복운전의 처벌 죄명과 피해자 입장에서의 대처 방법 및 보상에 대해 살펴봤다. 보복운전에 대응하다가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바 법적인 대응보다 감정의 톤을 한 톤 낮추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