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화지킴이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최근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단어는 ‘공정’이다. 시대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기회가 주어지고,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갈망하고 있다. 이를 잘 아는 경기도의회도 ‘공정한 세상을 통한 새로운 경기’ 건설을 위해 연정과 협치의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 다산연구소 박석무 이사장은 그 일선에서 공정과 청렴을 강조한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애를 연구하고 사람들에게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 그를 만나 이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소박하게 꾸며진 다산연구소에 들어서자 박석무 이사장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다산 연구의 권위자이자 국회의원 출신이라는 화려한 경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그러나 박 이사장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편하게 듣고 넘기기에는 제법 무겁고 날카로웠다. 그는 이 시대에 다산을 읽어야 하는 이유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저서는 200년 이상 읽히고 있는 고전이지요. 생각해 보세요. 정약용 선생의 정신과 기록이 지금 시대에도 적용이 되잖아요. 오랜 시간 검증이 끝난 기록이 바로 고전입니다. 다산연구소는 정약용 선생의 정신과 기록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공직자의 윤리, <목민심서>

박 이사장은 이 시대에 필요한 책 두 권을 소개했다. 첫 번째 책은 <목민심서(牧民心書)>다. <목민심서>는 정약용 선생이 당시 목민관들이 지켜야 할 지침을 밝히면서 관리들의 폭정을 비판한 책으로, 지금의 공직자에게 건네는 기록과 같다.
“정약용 선생이 살던 시대의 목민관은 목사, 부사, 군수, 현령, 현감 등 5개로 직급이 나눠져 있었습니다. 그 아래로는 아전이라고 해서 공직자로 분류되지는 않았지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급수가 어떻든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은 모두 공직자이지요. 그러니 모든 공무원이 꼭 <목민심서>를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에는 공직자의 책임과 임무가 자세히 적혀 있거든요.”
말을 끝내자마자 박 이사장은 취재 노트에 글자를 적기 시작했다. ‘청렴은 목민관의 본질적 임무다. 만 가지 착함의 근원이고, 모든 덕의 뿌리다.’ 그는 이 말이 <목민심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다산 선생은 공(公)과 렴(廉)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사회를 이끌어 가는 공직자라면 더더욱 공렴이 중요하지요. 요즘 벌어지는 사건들을 보세요. 대부분이 ‘공정’과 ‘청렴’이 근본이 된다면 벌어지지 않아도 될 일들입니다. 공직자는 근본적으로 모든 국민의 행복을 위해 일해야 하지요. 역사를 통해 배운 것이 있습니다. 바로 공직자가 부패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단순한 사실이지요. 글자 그대로 보면 참 단순하지만, 그 단순한 글자를 지키며 사는 게 어려운 거예요. 이제는 다산의 정신을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 실천해야 할 시대라고 봅니다.”

청년의 자세,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박석무 이사장이 추천한 두 번째 책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였다. 코로나19로 침체된 청년들을 향한 응원과 독려의 메시지를 담은 책이었다. 이 책에는 허황된 응원보다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조언이 담겨 있었다.
“이 책은 다산 선생이 청년인 자식들에게 보낸 편지로서 모든 청년이 꼭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선생은 자식들에게 용기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지요. 코로나19라는 세계적 재앙 속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지금 절대 필요한 것이 용기라고 봅니다. 또 다산 선생은 근검(勤儉) 정신을 강조하지요. 어려운 시기일수록 입는 것을 간소화하고, 먹는 것을 줄여야 합니다.”
다산은 부지런함과 검소함을 일종의 용기라고 말한다. 그건 삶이 누추해지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의 시작점이라는 것. 입바른 응원보다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 필요한 말인 듯싶다.
“정약용 선생은 자식들에게 전문성을 강조했습니다. 항상 학문에 게으르지 말고, 자신만의 강점을 부지런하게 발전시키라고 했지요. 요즘 같은 시대에 전문성은 정말 중요합니다. 안 된다고 자포자기하지 말고 전문적인 분야를 발전시키는 일에 시간을 들인다면, 언젠가 빛나는 시간이 찾아오겠지요. 그러니 용기를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국가와 인간의 품격

한편 박석무 이사장을 중심으로 2003년 2월에 발족한 다산연구소는 지금까지 실학박물관 건립, 다산문화재 및 다산인문학 강좌 추진 등을 통해 정약용 선생의 정신과 기록을 이 시대에 적용하고 알리는 일을 부지런하게 진행해 왔다. 다산 중심의 연구활동을 계속해 이어 가고 있는 박석무 이사장의 바람은 한결같다. 그는 공직자와 청년, 경기도민, 나아가 모든 국민이 공정하고 청렴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상상한다.
“우리나라는 전쟁과 민주화 등 어려운 시간을 거쳤습니다. 단지 먹고사는 문제만 생각할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봅니다. 국가와 인간의 품격을 높여야 할 시기이지요. 다산연구소는 다산의 정신과 기록을 통해 품격을 더해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