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치아 모임 ‘보덕’의 송현우 대표를 만나기 위해 이천시이삭장애인자립센터를 찾았다. 송 대표는 이곳에서 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터뷰에는 송 대표와 함께 ‘보덕’에 참여한 황현정 활동가와 이현우 활동가가 동석했다. 송 대표에게 보치아 모임을 만든 이유에 관해 물었다.
“장애인에 관한 인식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거리에서 장애인을 가까이에서 보기는 어려워요. 보치아 모임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청년이 모두 참여하게 했어요. 보치아를 통해 호흡을 맞추면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누구나 즐기는 보치아
보치아는 1982년 덴마크 국제경기에서 처음 경기종목으로 선정됐다. 이후 1984년 뉴욕장애인올림픽대회, 1988년 서울장애인올림픽대회 등에서 정식 경기종목으로 채택된 스포츠다. 팀별로 다른 색의 공을 던져 하얀색 표적구에 가까운 공의 점수를 합산해 승부를 가른다.
“보치아는 중증장애인, 특히 뇌병변 지체장애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스포츠예요. 다른 스포츠는 장비 가격도 비싸고, 전용 구장도 필요하거든요. 다양한 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 스포츠를 찾다 보니까, 보치아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보치아 모임을 시작하게 됐죠.”
송 대표는 보치아 모임을 5년 전부터 이끌어 오고 있다. 전문 스포츠 모임이라기보다는 생활체육에 가까운 모임이다. 모임을 통해 대회에도 나가고, 친선 경기도 자주 펼친다. ‘보덕’의 성적은 작년 용인수지센터와의 대결에서 거둔 1승이 있다.
“보치아 경기를 하면서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은 1점을 낼 때예요. 경력이 오래된 분들에 비해 실력이 좋은 편은 아니에요. 정말 보치아 그 자체가 좋아서 하는 모임인 거죠. 작년에 1승을 거뒀을 때 정말 너무 좋았어요.”
몰입으로 허무는 경계
송 대표는 보치아 모임 ‘보덕’이 단지 장애인 스포츠 모임으로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청년이 모두 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처음에 모임 인원을 모집할 때 사람이 잘 안 모이더라고요. 그래서 주변에 있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친구를 불러서 시작했죠. 흔히 비장애인 분들이 자신들이 더 유리할 거라고 생각하고 경기를 해요. 근데 사실 보치아가 그렇게 쉬운 스포츠가 아니에요.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하죠.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할 것 없이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함께 승부에 집중하는 순간이 정말 멋있어요.”
보치아에 몰입하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도 사라진다. 오직 공에 집중하고 이기는 방법만을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더불어 즐거운 순간이 만들어진다.
“보치아 경기가 시작되면 다들 눈이 말똥말똥해져요. 열정적으로 한두 시간 정도 승부에 몰입해요. 보치아에 집중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거죠.”
모두가 같은 사람
인터뷰를 마치며 세 사람에게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을 물었다. 사실 보치아 연습을 할 때라는 답을 듣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신선한 대답이 돌아왔다. 황현정 활동가는 ‘지하철 탈 때’, 이현우 활동가는 ‘집에 혼자 있는 시간’, 송 대표는 ‘직장에서 일하는 순간’을 좋아한다고 했다. 세 사람 모두 사랑하는 순간은 평범한 일상이었다. “가끔 길에서 힘든데 왜 나왔느냐, 집에서 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장애인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원래 사람은 다 눈도 다르고, 키도 제각각이잖아요. 그런데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장애인을 볼 때도 똑같은 사람으로 바라보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보치아 모임을 통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호흡하는 법을 배워 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