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때 공동체 원유민 대표를 만나기 위해 연천군 전곡읍에 있는 달리는 달팽이 책방에 들어섰다. 원 대표는 이날 취재 후에 이 책방에서 독서 모임을 진행한다고 했다. 덕분에 취재 중간에 조금 이르게 도착한 독서 모임 구성원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모임에 처음 참여해 어색해하는 사람과 익숙하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뒤섞였다. 원 대표는 이 모임에 청년들이 참여하는 이유와 ‘한창때 공공동체’를 시작한 동기가 같다고 했다. 바로 외로움이었다.
외롭지 않은 저녁, 서로를 위한 연결 고리
‘한창때 공동체’는 지난 2020년 6월 원 대표를 중심으로 박재형 씨, 김신애 씨, 김부진 씨 등 네 명의 연천 청년이 모여 만든 청년 단체다. “한창때 공동체를 만든 가장 큰 이유는 외로움이었어요. 낮에 일하고 저녁이 되면 연천에서는 할 일이 없어요.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연천에 사는 청년 대부분이 비슷하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죠. 연천에 사는 이삼십대 청년들이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들자고 말이죠.”
원 대표는 연천 지역의 청년이 고립감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지역 특성상 도심과 멀기도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고 했다. “연천에 사는 청년 대부분이 토박이가 아니에요. 토박이들은 오히려 다른 도시로 나가요. 연천에는 공무원으로 발령받아 일하러 온 청년이 많죠. 군부대가 많아서 군인 가족으로 이주한 사람도 있고요. 서로 다른 지역에서 이주한 청년들 사이 연결고리가 없어서 고립감을 더 느끼게 되죠.”
‘한창때 공동체’는 다양한 청년 네트워킹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의 청년과 청년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거창한 이유는 없다. 단지 외롭지 않은 저녁을 만들기 위해서다.
만남을 위한 좋은 핑계, 원데이 클래스
‘한창때 공동체’는 2020년 경기도 청년공동체 활동지원 공모사업을 통해 ‘청년, 한창때’ 사업을 진행했다. 이삼십대 청년을 위한 사진, 목공예, 향수 제작 등을 배울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를 열었다. “지역 청년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원데이 클래스를 떠올렸어요. 당시 한창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었거든요. 기획할 때 한 클래스당 20~25명 정도를 정원으로 잡았어요. 막상 클래스 신청을 받아 보니 대기 인원이 생길 정도로 반응이 좋더라고요.”
원 대표는 원데이 클래스는 만남을 위한 구실이었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알아 가고 자연스럽게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사업의 진짜 이유였기 때문이다. “원데이 클래스를 시작하기 전 한 시간 반 정도는 ‘이야기하장’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모인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시간이었죠.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어요. 참여자들이 진행자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들끼리 떠들기 시작하는 순간이었죠. 그 풍경을 보니 웃음이 나더라고요. ‘한창때 공동체’가 가장 바라던 장면이었으니까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좋은 지역
연천의 청년을 연결하기 위한 ‘한창때 공동체’의 사업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야기를 마치고 독서 모임을 하기 위해자리를 옮겼다. 독서 역시 만남을 위한 좋은 핑계다. “시대가 변하면서 온라인 모임이 많아졌어요. 하지만 저는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는 일에 힘이 있다고 믿어요. 일이나, 환경은적응하기 나름이겠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는 건 다른 이야기예요. 좋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지역이라면 그곳이 곧 살기 좋은 지역이라고 생각해요.”
만남과 연결이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드는 일이라는 ‘한창때 공동체’. 원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며 연천의 청년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 굳이 애써서 외롭지 말아요.
연천에 ‘한창때 공동체’가 있어요. 연천 청년 여러분 심심하면 언제든 우리 공동체를 찾아주세요. 재밌는 일들을 함께만들어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