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와 관련한 가장 오랜 기록은 고려 시대 송나라의 사신이었던 서긍이 기록한 <고려도경>에 나온다. 책에는 “10여 가지 음식 중 국수 맛이 으뜸이다”라고 적혀 있으며, 밀 수확량이 적어 중국에
서 수입한다는 기록도 있어 당시 국수는 매우 귀한 음식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조선 시대에 편찬된 <고려사>에도 “고려에서는 제례에 면을 쓰고 사원에서 면을 만들어 판다”라는 문장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고려 시대에 국수가 이미 한반도에 들어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학자들은 국수가 삼국시대부터 중국에서 유학한 승려와 학자들에 의해 유입되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처음 조리법은 현대의 수제비처럼 밀가루 반죽을 얇게 펴 물에 삶아 먹는 방식이었을 것으로 본다.
중국은 면의 기원을 한나라 때로 보는데, 당시에는 면류를 떡이라는 의미의 ‘병(餠)’이라고 부르고, 국물과 함께 먹는 면 요리는 ‘탕병(湯餠)’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현재 같은 모습의 국수는 중국 위진남북조시대에 확립된 듯하다. 이 시대 가사협이 쓴 <제민요술>에 ‘수인박돈법’이라는 국수제법이 최초로 기록돼 있다.
전 세계 국수와 비교해 우리 국수 문화만의 매력을 꼽자면, 묘한 감칠맛의 육수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임산물과 육류, 각종 뿌리채소, 어패류 등 다양한 식재료로 맛을 낸 육수에 국수를 말아 즐긴다. 거주지에서 나는 식재료를 활용하는 만큼 지역마다 국수의 특색이 뚜렷하다. 한반도 북부의 국수(냉면)는 본래 국물을 넉넉하게 담은 이북식 김칫국을 면에 부어 먹었다. 김치를 담글 때는 각 가정의 형편에 따라 쇠고기나 꿩고기, 명태 등을 우린 육수를 사용했다. 면을 썰어놓은 형태인 칼국수도 쇠고기, 잡뼈, 버섯, 깨, 북어, 바지락, 꽃게, 새우 등 지역과 계절에 맞는 재료를 두 가지 이상 조합해 육수를 냈다. 감자, 고구마, 메밀 등 면의 재료에 따라, 또 면의 굵기에 따라 다른 육수를 사용했다.
바지락을 우린 시원한 국물에 조갯살을 까먹는 재미가 쏠쏠한 바지락칼국수는 안산시 대부도나 화성시 제부도 등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다.
바지락칼국수는 아삭하게 무친 겉절이와 함께 먹어야 제맛이다. 한국전쟁 이후 국내에 밀가루가 풍부하게 유통되자 개펄에서 채취한 바지락으로 맛을 낸 바지락칼국수가 유행하게 됐다고 한다.
우리나라 잣의 주요 생산지인 가평군에는 예로부터 임금님께 진상하던 잣을 이용한 요리가 많다.
특히 잣으로 국물을 낸 잣국수는 보양식이나 환자식으로도 그만이다.
잣에 물을 넣어 곱게 간 뒤 체에 걸러 소금으로 간한 국물을 삶은 국수에 붓고 오이채와 잣을 고명으로 얹어 먹는 향토 음식이 특히 유명하다. 맛은 콩국수보다 고소하고 깔끔하다.
메밀로 만드는 새콤한 물막국수와 매콤한 비빔막국수는 수수하면서도 오묘한 맛의 조화로 사시사철 국수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메밀 함량이 높아 끈기가 적은 대신 은은한 구수함이 일품이다.
여주시 대신면 천서리막국수촌 일원에는 수대에 걸쳐 맛을 이어온 맛집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기운없고 몸이 노곤한 여름철에 시원한 막국수 육수 한 사발을 들이켜 보면 어떨까?
무더운 여름철 속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옥천 냉면을 먹으러 양평으로 가보자.
양평군이 1999년도에 조성한 옥천리 냉면 마을에 가면 면발이 굵으면서 쫄깃하고 탱탱한 옥천냉면을 맛볼 수 있다.
한우 수육과 동그랑땡을 면에 싸 먹으면 감칠맛이 배가한다. 현재 냉면 마을에는 20여 개 음식점이 성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