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현주 작가의 경기도공예품대전 2019년 금상작 ‘한지, 꽃피우다’는 한지로 만든 목걸이, 귀고리, 브로치 액세서리 세트다.
한지와 액세서리라는 언뜻 낯선 조합에서 느껴지듯,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모던함과 기능성 그리고 실용성이다.
“그전에도 액세서리 작품으로 수상했지만 ‘한지, 꽃피우다’ 이전까지는 오방색을 활용하는 등 한국적 색과 형태를 표현하려고 고민했어요.
이 작품에서는 그런 전통의 틀에서 벗어나 보고 싶었습니다.
전통 공예라고 해서 고스란히 전승만 하면 지루하고 뻔하잖아요.
그래서 꽃잎, 꽃봉오리 등 ‘꽃’을 테마로 목걸이, 귀고리, 브로치를 만들고, 한지 공예 하면 떠올릴 법한 오방색을 고집하지도 않았어요.
대신 조형성, 그리고 이를 표현하는 다양한 기법은 계속 고민하며 발전시켜 나갔죠.”
이러한 고민을 통해 탄생한 그의 작품은 사람들이 한지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혁신적이었다.
“보시는분들 대부분 소재가 뭔지 궁금해하셨어요.
가벼운데 딱딱한 것이 가죽도 돌도 아닌데 이게 대체 뭐냐고요.
디자인도 토속적이지 않으니까요.
한지로 만들었다는 생각을 아예 못 하시는거죠.”
그렇게 한국의 전통 종이 한지가 박물관을 나와 우리 생활 더욱 가까이에 꽃을 피웠다.
전통 소재 한지로 그가 사람들을 놀래 줄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도전하며 쌓아온 시간 덕분이다.
“저는 원래 한 기업의 자동차 디자이너였어요.
나를 드러내기보다는 ‘팀의 일부’로 움직여야 하는 직업이었죠.
하지만 내 작업에 대한 자부심이 높았기에 퇴사한 후 우연히 만난 한지를 통해 전업 작가로 전향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한지 인형을 만들었어요.
그러다 작가로서 더 발전하기 위해 작품 활동을 잠시 멈추고 공부를 시작했지요.
대학원에 입학해 20대 학생들과 어울려 공부하고, 전주에 있는 한지커뮤니케이션연구소에서 한지의 물성을 깊이 배우기도 했어요.
한지를 여러 겹 덧대 견고하게 만드는 전통 줌치기법과 주름을 잡는 윙클기법이 제 작품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예요.
그리고 젊은 작가들의 열정과 새로운 지식에 자극을 받는 과정에서 새롭게 눈을 돌린 것이 한지를 이용한 조형 작품이었습니다.
이 모든 시간이 제 작품 안에 압축돼 있어요.
대형 조형 작품에서 쓰던 기법과 형태를 브로치에 반영하는 식으로요.”
한지를 테마로 28년간 도전해 왔지만, 그는 여전히 작품 앞에 서면 두근거린다.
“한지 인형을 만들던 시절, 작업 의뢰가 너무 많은 탓에 목 디스크와 손가락 관절염이 생겨 힘들었던 적은 있어요.
하지만 그 긴 세월 동안 작품 만들기가 지루해졌던 적은 없습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도전해 작품성을 높이고, 이윽고 나만의 작품 세계를 갖는 데 혼을 담으려는 각오입니다.”
그런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비엔날레, 한지 인형 프로젝트, 미래 세대 교육, 봉사 등 갖가지 꿈이 쏟아져 나왔다.
그 꿈을 설명하는 그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
선물을 앞에 둔 어린아이와 같은 두 눈이, 홍현주 작가의 내일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