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명절 한가위! 풍성한 추석 음식을 준비할 때에는 볼거리, 먹을거리, 살 거리 풍성한 경기도 오일장을 찾아가면 어떨까.
5일마다 한 번씩 열린다고 해 이름 붙은 오일장에는 대형 마트에서 찾아볼 수 없는 토속적인 분위기가 남아 있어 명절 분위기를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다.
경기도 오일장에서 만날 수 있는 별미를 찾아 떠나자.
양평장은 조선 시대 갈산장에서 기원해 200여 년 역사를 지닌 오일장으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양평의 특산물로는 맑기로 유명한 양평 물이 빚어낸 쌀·딸기·고로쇠 수액 등이 있는데, 그 물과 쌀로 만든 막걸리가 또한 유명하다.
근방에 있는 지평막걸리 양조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 된 양조장으로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제594호에 등록되기도 했다.
그런 만큼 양평장은 애주가들에게 더욱 특별하다.
신선한 생막걸리를 고대하며 시장에서 안주 고르는 맛이 쏠쏠할 테니 말이다.
시장 내 전집에서 주문한 모둠전 한 접시를 들고 앉아, 고소하게 기름기 도는 한 점 한 점을 톡 쏘는 막걸리로 깔끔하게 내리는 그 맛은 생각만 해도 참을 수 없다.
얼큰하게 취기가 올랐다면 다음은 해장할 차례! ‘양평해장국’의 고장에 왔으면 해장은 당연히 국밥이어야 한다.
그 명성답게 양평장에는 국밥 파는 간이음식점도 잔뜩 개점하는데, 소 내장과 선지, 콩나물 등을 넣고 얼큰하게 끓이는 양평해장국뿐 아니라 웬만한 국밥은 다 있다.
주변 볼거리 또한 풍성하다. 2021년까지 한국 관광 100선에 연속 5회 선정되었을 정도로 절경인 두물머리와 세미원, 다산 정약용 생가, 용문사 등이 유명하며, 양평의 특산물인 딸기 따기 체험장이나 지평막걸리 양조장을 찾아가 보는 것도 추천한다.
시장 안에는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데, 오가는 이마다 따스한 눈길로 쓰다듬는 양평장의 또 다른 명물이다.
안성은 조선 시대 경상, 전라, 충청 지역의 물자가 서울로 가던 길목에 있어 물자가 풍부하고 상업이 발달했다.
그런 만큼 안성장은 일찌감치 조선을 대표하는 시장으로 이름을 알렸는데, 안성장이 얼마나 큰 시장이었는지 관련 기록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비변사등록(備邊司謄錄)>(1747)에 따르면 “안성시장이 서소문 외 시장 중에는 가장 크고, 이로 인해 도적이 모인다”라고 했으며, <부역실총(賦役實總)>(1794)에는 “안성에서 거둬들이는 장세가 경기도의 32개 군현 가운데 가장 많은 720량”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런가 하면, 1924년 5월 <개벽> 제47호에는 “안성시장이라면 이야말로 중부 조선에서 유명한 시장이다.
바로 전 조선 3대 시장(대구, 전주, 안성)의 1이다”라고 설명하며 조선 3대 시장 중에서도 첫 번째라 소개하고 있다.
심지어 허구의 인물이기는 하지만 연암 박지원이 쓴 소설 <허생전>에서 허생이 과일을 매점매석해 큰돈을 번 곳도 안성장이다.
유구한 역사를 품은 안성장에서 주목할 만한 맛은 바로 인삼이다.
안성은 차령산맥 기슭에 위치해 온난하며 강우량이 적당하고, 특히 밤낮의 기온 차가 커 6년근 인삼 재배를 위한 최적지로 인정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전국 인삼 품평회에서 각종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우수한 품질도 인정받고 있다.
그 외 차례상에 올리기 좋은 쌀, 배, 한우 등도 안성의 특산물이다.
그렇지만 안성 하면 역시 유기! 시장을 둘러본 후에는 걸어서 8분 거리에 있는 ‘안성마춤유기공방’을 찾아가 보자.
안성 유기를 중심으로 안성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안성맞춤박물관 또한 추천한다.
그 외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남사당전수관에서 유일무이한 남사당패 우두머리였던 바우덕이를 기리는 공연을 감상할 수도 있고, 의적임꺽정·어사 박문수·궁예 등 역사적 인물들의 발자취를 품은 칠장사 또한 유명하다.
성남 모란장은 18세기 후반 조선의 대장(大場) 중 하나였던 송파장의 장날(4, 9일)을 물려받아 1962년경 개장한 시장으로, 당시 피란민을 데리고 성남에서 황무지 개간 사업을 하던 김창숙 대령이 자신의 고향인 평양 모란봉 이름을 따 명명했다고 전해진다.
성남이 피란민과 철거민이 모여들며 본격적으로 팽창하던 시기, 모란장은 주민들의 경제생활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했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모란장에서 특히 유명한 것은 애완용·식용 동물이다.
그중 육류의 경우, 추석 차례상에 올리기 좋은 소고기 외에 이색 육류가 다양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날 논란이 되었던 개고기 거래는 이제 모란장에서 사라졌지만 여전히 염소, 토끼, 꿩 등 흔하게 접하기 힘든 고기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특히 명절에는 모란장에서 바로 이어지는 모란전통기름시장에 사람들이 몰린다.
기름 선물 세트는 물론 명절 음식을 준비할 때 쓸 기름을 장만하려는 이들이다.
42개 기름집이 모여 있는 전국 최대 기름집 밀집 지역이라니, 기름집이 점차 사라져가는 요즈음 더욱 찾고 싶어진다.
금학천변에서 용인중앙시장까지 펼쳐지는 오일장이다.
매달 5, 0으로 끝나는 날 열리다 보니 4일, 9일마다 열리는 모란장이 끝나면 다음 날 이곳으로 오는 상인이 많다.
용인장의 재미는 금학천변을 따라 펼쳐지는 노점이다.
냇물을 따라 걸으며 구경하다가 출출해지면 강변 풍경 바라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재미가 있다.
천변 따라 걷는 걸음의 끝자락에는 용인중앙시장 순대족발골목이 있다.
용인에서 유명한 백암 순대, 그 순대로 만든 순대국밥과 족발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용인의 백암순대는 한국전쟁 이후 보편화된 당면으로 만든 순대와 달리 전통 방식 그대로 돼지 창자에 돼지고기, 배추, 부추, 파 등의 재료를 꽉꽉 채워 만들어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추석 떡 장만은 용인장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웬떡마을’에서 하면 어떨까.
떡 산업에 특화된 슬로푸드 체험 마을로, 전통 떡부터 떡케이크까지 각종 떡 만들기 체험이 가능하다.
용인은 볼거리도 풍부하다. 유명 테마파크와 한국민속촌, 경기도어린이박물관, 자연 휴양림 등 특히 아이가 있는 가족 관광객이 들르기 좋다.
김포장은 이름이 많다.
매월 2일과 7일에 열려 27장이라고도 부르고 김포오일장, 김포재래시장, 북변동 오일장 등도 모두 김포장을 이른다.
김포장에서 마련하는 한가위 차례상은 더욱 풍성할 테다.
기름진 김포평야의 먹을거리, 해풍을 맞아 더욱 달콤한 강화도산 농산물이 모두 모이니 말이다.
특히 김포는 임금님 진상미가 나던 지역 중 하나로 유명하다.
그 밥맛 좋은 김포 쌀을 김포장에서는 더욱 저렴하게 구할 수 있으니, 이번 추석 차례상에는 임금님 드시던 김포 햅쌀을 올려보면 어떨까.
왕이 드시던 쌀에 어울리는 차례주로는 대통령의 소주를 준비해 보자.
김포장에서 차로 25분 거리 통진읍에 있는 문배주양조원에서는 천년 명주 문배주를 구할 수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86-1호인 문배주는 그 기원이 고려 시대 태조 왕건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북에서 탄생한 남쪽의 명주로 남북 정상회담 때마다 건배주로 쓰이는 ‘대통령의 소주’로 더욱 유명하다.
김포장과 함께 둘러볼 만한 주변 볼거리로 는 조선 선조(宣祖)의 다섯 번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추존 왕 원종이 묻힌 김포장릉을 비롯해 김포향교, DMZ평화누리길, 덕포진, 김포유리박물관 등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