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수류정 자개상’은 옛 왕실 기물 제작소에서 만든 일제강점기 시대의 고급 공예품이다.
근대 나전 기법으로 수원의 풍경을 장식한 보기 드문 공예품으로, 조선 왕실의 공예 기법이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조건 속에서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귀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방화수류정 자개상’은 드물게도 수원의 풍경을 장식 모티브로 삼고 있다.
화려한 자개기법으로 박은 것은 화성 북쪽 풍경으로 북측 수문인 화홍문, 북성 밖 연못인 용연, 그앞 용두바위 위에 선 정자 방화수류정 등 수원의 여러 명소를 볼 수 있다.
방화수류정은 근세 한국 건축 예술의 대표작으로 꼽을 만큼 건물이 아름답고 조각이 섬세하며, 형태가 독특해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로 유명하다.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 노닌다(訪花隨柳)’라는 이름에 걸맞게 자연과 어울리는 정자의 기능과 더불어 군사를 지휘하는 지휘소의 역할도 겸했다.
상판 배면에 보이는 ‘이화형美’라는 표식으로 볼 때, ‘방화수류정 자개상’은 ‘이왕직미술품제작소’(1910~1936년)에서 만든 것으로 추측된다.
이왕직미술품제작소는 1908년 설립된 왕실 기물 제작소 ‘한성미술품제작소’가 1910년 강제 합병된 이후 1911년부터 쓰던 이름이다.
한성미술품제작소 시기에는 어느 정도 운영상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왕실 공예의 전통을 충실히 계승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기계 생산이 도입되며 전통 수공업 체제 및 기술이 급속히 사라지던 시기에 전통공예 기술을 교육 및 보존할 수 있었다.
또 이곳에 몸담았던 장인들이 1960~1970년대에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 등 전통공예를 현대까지 잇는 데도 지대한 역할을 했다.
강제 합병 이후에 만든 ‘방화수류정 자개상’에서도 조선 왕실 공예 기법의 계승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가령 균열 부분에서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심바르기 공정은 조선왕조 마지막 왕비인 순정효황후 나전칠기 가구에 활용한 기술이다.
일제강점기에 이왕직미술품제작소에서는 제작품 양식이 일본화되고 일본인의 취향을 의식한 작품 제작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자개상은 이왕직미술품제작소에서 만들던 것 중 선호도가 높은 공예품이었는데, 조선 관광 상품 등으로 대량생산된 소품의 나전 장식이 간략한 데 비해 구석구석 장식이 화려한 ‘방화수류정 자개상’은 고급품으로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전통공예에 일본의 전통공예 기술이 개입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방화수류정 자개상’ 상판의 회화적 표현 또한 한국의 공예 기법(나전 장식)과 일본의 공예기법(마키에)을 혼용한 것이다.
전통 기술 자체도 변화했다.
가령 자개 장식의 윤곽이 매끄럽고 유려한 것은 자개를 매끈하게 오려내는 근대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수원박물관이 소장한 ‘방화수류정 자개상’이 2021년 10월 경기도 등록문화재 제7호로 지정되었다.
왕실 공예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일본 공예 문화가 혼합된 일제강점기 조선 공예 문화의 일단을 살펴볼 수 있는데다 그 기법·형태·장식 모티브 여러 면에서 독특하다는 점, 더불어 아름다운 수원화성
의 북쪽 명소를 박아 수원을 알릴 유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