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마주 앉아 번갈아 가며 흑백의 돌을 가로, 세로 19줄 교차점 위에 둔다.
이렇게 돌을 놓아 완성하고자 하는 것은 내 집을 만드는 것.
상대보다 집을 많이 차지하기 위한 추상적 전투인 바둑계에서 제65회 경기도체육대회 우승 등 승승장구하고 있는 화성시 바둑단을 찾아갔다.
지난 경기도체육대회에서 화성시 바둑단은 부문별로 준결승에 진출하며 화성시가 전체 2등이라는 성적을 달성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또 화성시 바둑단 선수들은 아마추어 바둑대회에서도 여러 차례 수상하며 맹활약하고 있고, 선수층이 두터워 여느 시군보다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상구 화성시체육회장은 화성시 바둑단이 거두는 눈부신 성과의 비결로 꾸준한 연습을 첫손가락으로 꼽았다.
“화성시바둑협회는 정기적 기력 단련을 위해 매주 수요일 훈련 시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 토요일에도 연습하고 싶은 선수들이 자유롭게 나와 바둑을 두고 있죠.
가끔은 상품을 걸고 작은 리그전을 열기도 하고, 실력이 오른 선수의 기력을 높이는 등 동기부여를 위한 노력도 기울입니다.”
화성시 바둑단은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발맞춰 인공지능을 활용한 연습에도 매진한다.
몇 년 전부터 AI가 개발되면서 선수들이 다른 선수뿐 아니라 인공지능과 대국할 수 있게 된 것.
이 애플리케이션은 컴퓨터가 아닌 스마트폰으로도 이용 가능하며, 대국은 물론 승률이나 포석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 효율적인 훈련이 가능하다.
현재 화성시 바둑단을 이끄는 윤창철 감독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선수들의 의욕을 끌어올리고, 선수의 집중력 저하를 막기 위해 노력한다.
“바둑은 실수를 많이 하는 쪽이 집니다. 그래서 실수 없이 두다보면 기회가 몇 번씩 오니까 이를 잘 활용하라고 조언합니다.”
이런 조언을 잘 지켜가고 있는 두 선수가 있다.
20세 권혁준 선수, 21세 김수민 선수가 그 주인공이다.
두 선수는 한목소리로 “화성시 바둑단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기품을 만나 바둑을 둘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권혁준 선수는 프로 입단의 꿈을, 김수민 선수는 해외에 바둑 보급이라는 꿈을 향해 달려 나갈 수 있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있어요.
저는 해외에 바둑을 보급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영어도 배우고 있거든요.”
현재 유소년 바둑에서 화성시는 중심 지역이라고 보기 어렵다.
바둑중·고가 순천에 위치해 경기도에서 실력 있는 유소년을 육성하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하지만 화성시에서 선수 유출을 막고, 인재를 육성해 나가면서 인재들이 화성시를 빛내는 바둑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전국에 있는 200여 개 바둑협회 중 가장 탄탄한 조직력을 갖추었다고 평가받는 화성시바둑협회는 바둑 지도자들이 똘똘 뭉쳐 대통령배, 국무총리배 대회 개최를 돕기도 한다.
그렇기에 바둑에 대한 관심도는 그 어느 지역보다도 뜨겁다.
또 화성시 바둑단은 바둑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포석을 잘 깔아두었다.
2017년부터 화성시 내 40여 개 학교에서 바둑 과목 수업이 진행되었다.
코로나19로 휴식기를 가진 1년여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이어져온 화성시만의 특성화 교육이기도 하다.
윤창철 감독은 이런 바둑 교육의 성과를 현장에서 깨달았다.
“아이들이 바둑을 접하면서 집중력도 좋아지고, 정서적으로도 안정되더라고요.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 학부모님들의 반응도 좋았고요.
이렇게 배운 아이들이 어느 정도 실력을 쌓은 뒤 바둑대회에 참가해 입상하기도 하고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볼 때는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앞으로 화성시에서는 또 하나의 신의 한 수를 준비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초로 아마추어 바둑회관 건립을 꿈꾸며 차근차근 그 꿈에 다가가고 있다.
전국 대회는 물론 세계 대회를 유치하는 경기장은 물론 바둑의 역사와 문화까지 둘러볼 수 있는 박물관을 더한 아마추어 바둑회관이 화성시의 랜드마크이자 아마추어 바둑의 구심점으로 자리 잡을 날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