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특집

상서로움과 명예의 상징

푸른 용()

청룡의 해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청룡은 한민족에게 어떤 의미였으며,

용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이현수

 


 

동양에서 각별한 인기를 얻고 있는 청룡

용은 동양에서 각별하다. 왕이고, 불의에 대한 저항이며, 재앙을 물리치는 하늘의 힘이다. 꿈 중에서도 용꿈을 으뜸으로 치는 이유다. 또 여러 용 중에서 청룡의 인기는 남다르다. 사신(청룡, 주작, 백호, 현무) 가운데 하나인 데다 생명의 탄생을 주관하기 때문. 청룡에 대한 사람들의 사랑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미 고구려와 고려의 고분 벽화에도 등장하고, 조선시대 궁궐의 동쪽 문 천장은 청룡이 차지했다. 현대도 여전하다. 29년 만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LG트윈스의 전신은 MBC 청룡이었고(이 시절 엠블럼을 보면 푸른 용이 야구 배트를 들고 있다), 대종상 영화제, 백상예술대상과 더불어 3대 영화상이자 배우들 참석률 1위인 시상식도 청룡영화상이다. 또 서울을 지키는 해병대 제2사단도 청룡부대다.(1사단은 포항에 위치한 해룡부대다.) 높은 인기만큼 청룡의 해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 역시 높다. 2024년은 청룡의 해, 갑진년(甲辰年)이다. 참고로 태평성대였던 중국 요(堯)나라의 개국 시기를 사마광(북송 시대 역사가)은 갑진년(기원전 2357년)으로 추정했다.

 

왕과 성취의 상징비·바람을 부리는 용

용의 상징성은 다채롭다. 보는 이에 따라 상징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용은 왕을 상징한다. 용은 임금을, 용안(龍顏)은 임금의 얼굴을, 용상(龍床)은 임금이 앉는 평상을 칭한다. 임금이 입는 옷은 곤룡포(袞龍袍), 임금의 행차 앞에 세우는 깃발은 교룡기(交龍旗)다. 왕의 물건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임금의 은혜는 용광(龍光)이고, 임금의 분노는 용린(龍鱗)이다.

또 희망과 성취의 의미도 품고 있다. 입신출세의 관문을 등용문(登龍門)이라 하고, 용이 되기 위해 수양하는 이무기를 교룡(蛟龍, 뿔이 없고 비늘이 있는 용)이라 하며 연못에 숨어 승천을 기다리는 용을 잠룡(潛龍)이라 한다.

 

한편, 농민들에게 용은 농신(農神)이다. 농민들은 심한 가뭄이 들었을 때 농기에 용을 그리고 비를 내려달라 빌었다. 또 뱃사람이나 어민들에게는 파도와 바람을 부리는 해신(海神)이다. 어촌에서는 용왕굿, 용왕제로 바다에 나간 배의 무사고와 풍어를 기원한다. 사악함을 물리치고 복을 지키는 벽사(辟邪)의 상징이기도 하다. 궁궐이나 민가에서는 용 그림이나 글씨를 써서 대문이나 집 안에 걸었으며 쌍룡사, 금룡사, 구룡사, 황룡사, 용주사 등 수많은 절의 이름에도 용이 빠지지 않는다. 법당의 대들보, 처마 밑, 단청은 물론 절의 종에서도 용을 볼 수 있다.

종의 용 모양 머리 장식

 

경기도 지명에서 찾은 용

경기도 교동현에는 용을 실제로 봤다는 기록이 있다. 목격자는 조선시대 수군으로, 우물에 커다란 황룡이 가득했다고 전한다. 내륙에서는 흔하지 않은 용오름 목격담도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익(李瀷, 1681~1763)은 경기도 포천에서 폭우로 산이 갈라지더니 그 틈에서 용이 나타나 승천했다고 조정에 보고했다.

이렇듯 용과 인연이 깊다 보니 ‘용’이 붙은 경기도 지명 역시 67개나 된다. 용인(龍仁)시는 이름 자체가 ‘어진 용’을 뜻한다. ‘살아서 진천, 죽어서 용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풍수적으로도 명당이 많다. 용머리 모양 마을이라는 용두리(龍頭里)는 안성 공도읍·미양면, 화성시 서신면, 양평군 청운면 등에 있다. 이 외 광주시 용산골(龍山洞)은 대대로 성이 용씨인 사람들이 모여 살아서, 파주시 용산골은 피란 온 고려 현종이 받은 수라상이 용 모양인 데서 이름 붙었다.

용오름

 

아홉 마리 동물의장점만 닮은 용

중국 위나라의 장읍이 편찬한 자전 <광아(廣雅)>에 의하면 용은 낙타의 얼굴, 사슴의 뿔, 토끼의 눈, 소의 귀, 뱀의 목덜미, 큰 조개의 배, 잉어의 비늘, 매의 발톱, 호랑이의 주먹을 합한 형상이다. 아홉 마리의 동물에서 장점만을 택해 합친 만큼 능력이 무궁무진하다고 믿었다. 숫자 ‘9’는 무한 수의 상징이기도 하다.


 

 

 

용띠 해에 태어난 위인은 누가 있을까?

2024년 청룡의 해가 밝았다. 용이 도를 깨우치면 비늘 색이 푸르게 변한다는 전설이 있는 만큼 올해는 기쁘고 명예로운 일만 가득하길 바라며 역사 속 용띠 위인을 살펴본다.

최영(1316년 생)

고려 말을 대표하는 충신으로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명언이 유명하다. 경기도 고양시 대자동에 최영 장군 묘소가 있다

 

이색(1328년 생)

포은(圃隱) 정몽주, 야은(冶隱) 길재와 더불어 ‘고려삼은’이라 부른다. 이색의 호가 목은(牧隱)이다.

신채호(1880년 생)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가·사학자·언론인. 《황성신문》, 《대한매일신보》 등에서 활약하며 내외의 민족 영웅전과 역사 논문을 발표했다.

신익희(1892년생)

한국의 정치가·독립운동가. 상하이 임시정부수립 후 내무차장·외무차장 등을 지냈다.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이 추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