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 운동’이 한창일 때가 있었다. 그땐 너도나도 이 운동에 적극 동참하면서 물건의 소중함을 깨닫고 어려워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애썼다. 그후 전반적으로 경제호황을 누리면서 잠시 이 운동이 잊히는 듯했다.
얼마 전 TV를 보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조건 물건을 사들이기만 하는 어떤 여자의 집은 물건들이 산더미를 이루고 있었다. 결국 물건을 정리해 주는 사람이 등장했다. 전문가는 “못버리는 것도 병”이라면서 오래 입지 않은 옷은 과감히 정리하라고 충고했다.
과연 우리 집은 어떨까? 둘러 보니 비교적 깔끔한 편이다. 바로 장롱문을 열었다. 언젠가는 입겠지, 살 빼면 입어야지, 비싼 옷인데 이런저런 이유로 한 번도 상봉 못한 옷들이 나를 보고 제발 좀 입어 달라고 애원하는 듯했다.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지인들에게나 중고장터에 무료 나눔을 하기로 하고 공개글을 올렸다. 순식간에 “저요 저요” 하는 글이 쏟아졌다. 그분들께 아끼던 옷을 드렸다. 새 주인을 찾아가서 사랑 받으면 나는 그것으로 좋다.
다시 베란다로 눈을 돌렸다. 예쁘다고 보관해 온 도자기 식기들이 박물관에 전시해도 될 만큼 많았다. 이 그릇은 외국인사들 대접할 때 쓰는 식기라고 아까워서 못 쓰고 저 그릇은 우아한 분위기에 써야 할 것 같아 못 쓰고…. 그 나름 이유는 있었지만 한 번도 상봉 못한 그릇들에게 미안하기만 했다. 궁리 끝에 식기사진을 찍어 단골카페에 올렸다. 순식간에 희귀한 식기를 갖고 싶다는 사람들의 글이 쏟아졌다. 그중에 30년 된 오래된 식기를 새 것으로 바꾸고 싶다는 분에게 드렸다. 식기를 받은 분은 오래오래 소장하고 잘 쓰겠다며 너무나 좋아했다. 무조건 아끼는 것보다 꼭 필요한 새 주인을 찾아 빛을 보게 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요즘 조카 가족도 이 운동에 적극 앞장서면서 스스로 미니멀 라이프(불필요한 물건을 줄이고 최소한의 것으로 살아가는 생활방식)를 적극 실천하고 있다. 잠자는 물건을 나누고 있는데 받아 가는 분들이 한결같이 너무 좋아해서 조카도 기분이 좋다고 말한다. 경기가 어렵던 시절, 국민들이 ‘아나바다 운동’을 하면서 경제활성화에 기여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그 시절을 깊이 되새겨 볼 때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