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열
경기도의회 의장
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번 일을 통해 또 하나의 문제를 보았습니다. 지방정부는 재난·재해와 같은 긴박한 상황에서 국민안전처의 허락 없이 도민에게 문자조차 마음대로 보낼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지방정부 스스로 권한과 책임을 갖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자치와 분권의 가치가 살아날 수 있습니다. 현실이 이렇다 해도 우리는 법적인 한계를 운운하며 도민의 안전을 도외시해서는 안 됩니다. 경기행복시대의 초석은 바로 안전이며 안심입니다. 그런데 경기도 안전의 현주소는 빨간불입니다. 공공시설물 5,402개 중 내진 확보가 된 시설물은 51%에 불과합니다. 공공시설물은 재난·재해 상황 시 대피장소로 이용되기 때문에 더욱 심각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경기도는 20년이 넘는 노후주택이 전국에 29.9%로 가장 많고 30년이 넘는 공동주택이 10만 호를 웃돌고 있습니다. 내진설계 의무 규정이 1988년에 도입됐고, 최근 들어 의무 적용이 강화된 것을 감안할 때 지진 대비를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반드시 존재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기억해야 합니다. 도민의 삶터 곳곳에 숨어 있는 재난·재해의 징후를 찾아내는 일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진을 포함한 각종 재난·재해 예방과 대비 시스템을 더욱 완벽하게 갖추도록 집행부와 의회가 함께 노력했으면 합니다.
또한 우리보다 더 극심한 북한 동포의 재난을 한 번쯤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난 8월 북한 함경도를 강타한 태풍으로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있었습니다. 국제사회도 외면하고 있고 중앙정부는 북한 핵실험 제재 조치로 민간 차원의 지원조차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해 경기도가 민간교류로 지원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서 안타깝습니다. 그러한 인도주의 정신은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는 최후의 보루이기도 합니다. 저는 의장 취임 때 밝혔듯이 평화라는 시대적 가치로 접경도시 경기도가 세계 평화의 중심이 될 때까지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남북 관계를 회복하고 개성공단을 확대하는 등 경기도의회가 다시 평화의 싹을 틔울 수 있게끔 역할을 찾겠습니다.
존경하는 의원님 여러분 그리고 집행부에게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임시회가 끝나면 11월에는 정례회가 시작됩니다. 행정사무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이뤄집니다. 1,300만 경기도민의 민생을 잘 살피는 행정사무감사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올해보다 더 나은 도민의 삶이 되도록 내년도 예산안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반드시 법정시한을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달부터 경기도 연정부지사가 취임해 본격적인 2기 연정이 시작됐습니다. 민생연정 합의문에 담긴 사업들이 하나씩 실현돼 경기도민의 삶에 행복한 변화가 있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저는 도민의 안전과 경기도 평화에 대한 고민을 여러분과 나눠 봤습니다. 맹자 말씀에 ‘생어우환 사어안락(生於憂患 死於安樂)’이라고 있습니다. 걱정과 어려움이 나를 살게 하고 안락함이 나를 죽음으로 이끈다는 말입니다. 저를 다시 살게 하는 지금의 걱정과 어려움이 내일의 경기행복시대를 여는 힘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여러분께서 늘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