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맞기 좋은 길 l 용인 너울길
어느덧 가을 어귀에 접어들었다. 한낮 더위는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았지만 그 열기 속에 열정을 반짝 불태우고 돌아오는 저녁 어스름 늘어진몸에 편안한 옷을 얹히고 주변 산책로를 너울너울 걸으며 심신의 피로를 털어낼 만하다는 것이, 가을이 가까이 다가왔다는 신호일 것이다. 높은 고도로 향하는 숨 가쁨은 잠시 멈춰두고 나지막한 산의 정겨운 품속으로 걸어들어 가다가오는 계절의 숨결을 느껴보자.
용인 너울길은 지난 2012년 3개의 산책로를 시작으로 2013년 3개의 코스를 추가로 조성해 현재는 광교산 너울길~문수봉·성지순례 너울길~구봉산 너울길~부아산 너울길~민속촌 너울길~대지산 너울길에 이르는 6개 코스로 구성돼 있다.
용인팔경의 제4경으로 불리는 광교산 자락에 자리한 광교산 너울길에는 이상정치 실현을 위해 폭넓은 개혁을 시도했던 정치인이자 대학자인 정암 조광조 선생을 모시는 심곡서원이 있어 용인의 생생한 역사를 만날 수 있다.
문수봉·성지순례 너울길은 포근한 고향마을을 연상시키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곱든고개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 펼쳐지는 황금들판 사이의 용담저수지 모습이 전형적인 한국의 고향마을 풍경이라는 것이다. 저수지 내 3,000㎡의 늪지에는 연꽃군락지가 조성돼 있어 연꽃이 만개하는 7~8월이면 볼거리도 넘쳐난다.
구봉산 너울길에서는 ‘자연의 맛(味)과 향(香)에 취하다’라는 뜻을 지닌 슬로푸드 마을, 연미향마을에서 운영하는 농촌체험프로그램과 종합영상단지인 MBC드라미아의 다양한 드라마 촬영세트장과 체험공간을 통해 우리나라 문화를 제대로 즐겨볼 수 있다.
부아산 너울길은 다른 산책로에 비해 다소 경사가 급한 편이지만 부아산 정상에 오르면 용인시 시내의 멋진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외에 현충탑, 팔각정 등을 볼 수 있어 호국 도보길로 불린다.
민속촌 너울길은 산책로 주변으로 민속촌을 비롯해 경기도 박물관, 백남준아트센터 등 문화·예술 공간이 갖춰져 있어 용인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신갈IC와 가까워 접근성이 좋으니 외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대지산 너울길은 정몽주 선생의 묘와 선생의 학덕과 충정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충렬서원을 통해 역사를, 대지산 공원과 죽전새터공원, 무지개공원을 통해 생태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도보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