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유현경• 사진 김희진
사업장 마당에 ‘폐기’라는 스티커를 붙인 컴퓨터와 노트북들이 쌓여 있고, 그 사이를 직원들이 분주히 오간다. “폐기된 컴퓨터이지만, 이를 재활용하는 컴윈의 손을 거치면 새로운 가치가 탄생한다”고 정연철 대표는 소개한다. 하지만 시작은 지금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보통 기업은 어떤 사업을 할지 정해진 상태에서 사람을 고용하지요. 그러나 저희는 일할 사람만 있는 상태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를 찾아야 했어요. 처음에는 빈병을 재활용했었습니다.”경기도 화성에 소재한 컴윈은 취약계층이 모인 지역 자활공동체로 시작됐다. 2003년 당시 안산과 시흥 지역 재활용 자활공동체의 6명이 창립 멤버다.
빈병을 수집하던 그들의 눈에 새롭게 들어온 것은 버려진 프린터였다. 당시에 프린터는 분해가 복잡하고, 값어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고 생각해 아무도 취급하지 않았다. 일거리가 부족했던 이들에게 폐프린터는 좋은 재활용 아이템이었다.
이들은 전기전자폐기물 재활용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사명도 ‘컴퓨터로(Com) 새로운 인생에서 반드시 승리하자(Win)’는 뜻을 담아 컴윈이 됐다. 컴윈은 2007년 첫 인증을 받은 우리나라 1호 사회적기업이기도 하다. ‘좌절한 이들에게 컴퓨터로 새로운인생을 살게 한다’는 의미를 담아 직원들이 지은 이름처럼 예사롭지 않은 기업이다. 회사의 경영을 담당하고 있는 정연철 대표 또한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컴윈은 사회적기업의 조상님(?)에 해당해요. 국가 차원에서 사회적기업들을 양성하기 전인 2003년 회사 창립 때 ‘사회적기업’이라는 말을 정관에 명시했지요.”
16년 동안 회사의 사세는 매년 성장하고 있다. 창업 당시 6명이던 직원은 23명으로, 매출은 4천만 원에서 20억여 원으로 성장했다. 취약계층과 차상위계층이 모여 세운 기업이지만 어려운 상황에 있던 직원들도 그 사이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컴윈은 사업영역을 전기전자폐기물 재활용에서 조금씩 넓혀 가고 있다. 먼저 ‘컴윈’이라는 브랜드로 신규 컴퓨터와 중고 컴퓨터를 판매한다. 폐기물 분해를 통해 나온 자원을 재활용한다. ISO2700 정보보안 절차에 따라 삭제하고 폐기하는 정보보안 사업 부문도 있다. 정부기관의 위탁을 받아 개발도상국의 교육 정보화사업을 지원하고, 공공기관에서 나온 중고 컴퓨터를 재정비해 국내 취약계층에 보급하는 사업도 한다. 차세대 신규 사업으로 향후 플라스틱 자원을 재활용해 일반 소비재를 생산하려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컴윈은 사회적기업답게 전 직원이 목표와 가치를 공유하는 교육과 회의에 적극적이다. 전 직원 워크숍에서 매년 사업을 평가하고 계획을 세운다.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실적을 공개하고, 회사의 주요 사안에 대해 직원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다.
이제 굳건하게 자리 잡은 가운데 꾸준히 성장하고 결속력도 강하지만 고민 또한 있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의 균형과 우위를 어디에 두느냐로 갈등한다는 것. 하지만 이들은 분명 어느 기업보다도 사회적 가치에 큰 방점을 두고 있다.
“연초에 매출액 일정 부분을 기부금으로 떼어 놓습니다. 취약계층과 장애인단체에 장학금을 기부하거나 컴퓨터를 기증하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사회적 가치는 사람들을 고용해서 같이 가는 것입니다. 저희는 나중에 정년퇴직하는 직원들의 공동체마을도 꿈꾸고 있어요.”
컴윈은 수년 전, 10년 안에 매출 100억 원, 직원 100명, 사용자 100만 명이라는 ‘100, 100, 100’의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조만간 새 사업장으로 이전한다. 이 사업장은 대규모 투자로 전기전자제품에서 나오는 플라스틱을 자동 선별하고 세척하는 라인을 갖췄다. 알면 알수록 응원하게 되는 기업. 새롭게 추구하는 경영 가치를 통해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컴윈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
경기도 사회적경제 기업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