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 그릇을 넘어 문화예술을 선도하다
도자기를 체험하며 직접 만들어 보는 과정은 시대별로 조상들의 실생활 및 예술활동의 숨결을 느끼고 역사를 공부하는 산 교육의 장이라 말할 수 있다. 도자기 체험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경기도는 어느 지역보다도 여주, 이천, 광주, 용인 등 훌륭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어 도민들 뿐만 아니라 타 지역 및 해외 관광객유치에도 좋아 상업성 및 교육·학습효과가 크다.
글 황동하 명지대학교 세라믹아트공학과 교수
심리치료 및 치매 예방에 좋은 도예
한국 도자기는 6,000여 년에 이르는 오랜 역사를 통하여 만들어진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의 하나다. 최근에는 취미로 도예활동을 하는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이고 유아·어린이 도자기 체험 및 고등학교(용인태고)까지 취미반이 생기기도 했다.
컴퓨터게임, 스마트폰 중독 등으로 정서적인 불안을 보이는 학생들에게 도자기는 좋은 심리치료 수단이자 고급 예술활동이다.
특히 고령화시대에 노인 치매가 사회문제로 심화되는 상황에서 도자기 체험은 노인들에게 더욱 좋다. 소근육을 사용함으로써 눈과 손의 협응, 두 손 사용의 협응,사물의 조작력 그리고 손가락의 민첩성 등 힘을 기를 수 있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직접도자기를 만드는 작품활동으로 인해 얻어지는 잠재적인 부가가치 또한 크다 고볼 수 있다.
도자기 체험을 대중화하여 접근하기 힘들고 어렵다는 선입견을 불식하고 인식 개선을 한다면 경기도만의 특성화사업 구축과 고급스러운 문화예술 이미지 형성에도 좋은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이천도자예술촌
실제로 유네스코 지정 공예와 민속예술 창의도시이자 국내 최초 도자산업특구로 지정된 이천시에는 ‘이천도 자예술촌’이 있다.
중부고속도로 이천휴게소에서 직접 차량의 진·출입이 가능한 곳에 위치해 있는 이곳에는 도자공방, 도자재료상, 목공예, 고가구, 조각, 종이, 유리, 서예, 사진, 옻칠공예, 비즈, 짚풀, 비즈, 섬유, 미술, 유약, 소지, 제형, 교수 등 각분야 220명의 다양한 공예인 및 공예전문가들이 함께 거주한다. 이천도자예술촌은 직접 제작한 공예품을 판매하는 공방마을과 상업시설, 카페거리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공예인들은 이곳에 자신만의 공방을 지어 생활하면서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판매 및 도자체험을 제공하게 된다. 현재 70여 개 공방이 입주했고 140여 개 공방이 건축허가가 완료되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도자예술촌은 각각 특색있는 도자기 외 볼거리가 많아 가족, 연인, 전문분야의 모든 사람이 찾아와 편안히 힐링하며 배울 수 있는 교육장소이다.
‘전통’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다
전통’은 ‘현대’라는 뜻 또한 내포하고 있으며, 이는 더이상 전통을 가시적인 의미가 아닌 관념적인 의미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전통이라는 단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전통도예의 맥을 잇는 도예인들에게 굴레로 작용하고 있다. 그들은 여태까지 보고 익힌 도자기에 대한 관념의 틀을 깨지 못하고 있다. 아니, 변화 그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통에 대한 강박은 도예인들의 다양한 창의성과 창조성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작용하였고, 비슷한 디자인이 나열되면서 현대의 개성 있는 소비자들과 멀어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최근 경제 불황으로 도자기업계도 타격을 받고 있다. 경기가 안좋아지면 도자기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경제가 되살아나도 제일 나중에 살아난다는 속설이 있다. 도자기는 의식주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도자기를 단순히 의식주가 아닌 문화이고 삶이라고 생각을 전환하면 어떨까.
도예를 전공하고 도자기에 대한 교육을 하는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도자기에 대한 도예인들의 자부심과 열정 그리고 작품과 생활자기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최고일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1인이 성형에서 소성까지 전 과정을 도맡는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어떤 나라의 도자기보다도 혼을 담고 있음에 분명하다. 하지만 흙을 만지는 일은 힘들다. 막노동 같은 모습과 돈을 벌 수 없는 현실 앞에 전통도예의 계승은 더욱더 어려워지고 있다.
대학 도예과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조차도 ‘돈 잘 버는 직업’이라는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을 보고 놀랐다. 사회적 요구에 따라 영어나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그들에게 전공을 강요할 수 만은 없다. 대학이란 전공 학문을 깊이있게 공부하는 장이 되지 못함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렇게 도예과가 사라지는 건 아닌지 걱정 될 정도다.
사회적 기반과 도민의 관심이 중요한 이유
필자는 재능기부를 하면서 유아에서 어린이, 중·고 등학생, 대학생, 일반인들까지 도자기를 하며 친근감이 들 때까지의 과정을 지켜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도예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라 생각하곤 한다. 직접 만들기보다는 보는 것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많다.그러나 어렸을 적 도자기 체험을 해 본 이들은 적극적으로 흙을 만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전문가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경우도 많았다. 전통 도예의 계승은 장인을 인정해 주는 사회인식과 함께 좋아하는 것을 맘껏 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갖춰져야 가능하며, 이를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경기 불황으로 1~2인체제 업체와 공방작가들이 많아 지면서 생활자기 및 개인 작품을 진행하느라 연구개발, 홍보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사실상 찾아 오는 사람 외엔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제조에만 매달리다 보니 다른 것은 꿈도 못 꾸는 실정이다.
필자는 집에서 사용하는 단순한 식기가 아닌 누구나 소장하고 싶도록 아름다운 문화를 접목시켜 기획을 통해 교육, 홍보, 마케팅에서 판매까지 이뤄지는 전시회 개최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도예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민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