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도 지났는데 날이 아직 차갑습니다. 이제 곧 겨울이 가고 봄이 오겠지만 가끔은 봄이 오고 있는 이 시기가 가장 치열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경기도 북쪽 양주에 사는 학부모인 저에게는 아침마다 계절학교를 준비하는 아이들의 옷을 단속하느라 전쟁이 끊이질 않는 시기거든요. 아이들은 두꺼운 옷이 “귀찮다”고 하고, 감기가 걱정되는 엄마아빠는 “아직은 입어야 한다”며 겨울 점퍼를 권합니다. 특히 이제 아홉 살 된 딸아이의 투정이 심합니다. 딸아이는 오늘 아침에도 지난 해 늦봄에 사서 두 번 입고 옷장에 넣어야 했던 분홍색 재킷을 찾아 꺼내 들고는, “이제 입어도 되잖아. 어제 뉴스에서 봄이 온댔는데…” 하고 시위 아닌 시위를 했지요. 결국 포기했지만 아이는 또 입이 댓발 나왔습니다. 양주의 봄은 늦게 찾아옵니다. 남쪽에서 꽃이 한창일 때 개나리, 진달래가 겨우 피어 오르지요. 내일 아침에도 아이들은 봄 타령을 하며 얇은 옷들을 꺼내 늘어놓을 겁니다. 아이 아빠와 저는 또 “안돼!”를 외치겠지요. 봄이 오는 길목에서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목이 길어지는 중인 듯합니다. 아이들에게도, 그리고 우리 어른들에게도 빨리 봄이 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