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 DMZ를 가다, 통일의 희망 품은 현장
1953년 7월 27일, 3년간에 걸친 내전이 끝났다. 한반도 허리에 군사분계점이 그어졌고 남북으로 각각 2km, 총 길이 248km의 비무장지대, DMZ가 생겨났다. 1980년대까지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었으나 조금씩 개방하여 현재는 내·외국인을 위한 비무장지대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글 정별님 사진 김정호
‘비무장지대 관광’은 비무장지대 밖의 민간인 출입 통제선, 민통선 주변의 관광을 말한다. ‘안보 관광’, ‘민통선 관광’이라고도 불리는데 임진각 출발⇨제3땅굴⇨도라 전망대⇨통일촌을 둘러보는 A코스, 임진각 출발 ⇨ 허준 선생묘 ⇨ 해마루촌 ⇨ 제3땅굴과 전망대의 B코스 두 가지 중 선택할 수 있다. DMZ 인근은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으나 홈페이지에서 ‘DMZ 견학’을 사전 신청하거나 당일 임진각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한 사람에 한해 입장을 허용하고 있다. 하루 방문 인원이 제한돼 있고, 선착순 입장이기 때문에 당일 관광을 원하면 서두르는 것이 좋다.
남쪽 최북단 역, 도라산역에 도착하다
임진각역에서 출발하는 ‘DMZ 트레인’을 타거나 전용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5분 안에 우리나라 최북단, 도라산역에 도달할 수 있다. 도라산역은 남방한계선에서 700여m 떨어진 민간인 통제구역 내에 위치한다. 역 앞의 ‘평양 205km, 서울 56km’ 이정표는 남북 분단의 현실을 깨닫게 함과 동시에 통일에 대해 우리가 가져야 할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했다. 도보로 300m 가량 이동하면 ‘도라산평화공원’을 관람할 수 있다. 공원 곳곳에 평화를 의미하는 조형물과 6.25전쟁에 관한 전시물이 있고, 특히 ‘통일의 숲’은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경기도민들의 헌금과 헌수로 조성해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역 인근을 둘러보고 다시 셔틀에 오르면 ‘도라전망대’로 이동한다. 폐쇄된 송악산 관측소를 대체해 1986년에 세운 전망대로 수십 대의 망원경이 설치돼 있어 개성시, 송악산, 장단역, 기정동마을 등 북한 땅의모습을관찰할수있다.맑은날에는각종선전용 건물과 김일성 동상까지 또렷하게 보인다. 불과 수 km 떨어져 손에 잡힐 듯 가깝지만 텅 빈 건물과 선전방송 때문에 낯설고 이질적인 느낌을 받는다.
분단의 현실을 보여 주는 서글픈 흔적, 제3땅굴
셔틀버스로 5분가량 이동하면 투어의 하이라이트인 ‘제 3땅굴’에 도착한다. 서울에서 52km, 판문점에서 4km 떨어진 이 땅굴은 1974년 귀순한 김부성씨에 의해 알려졌다. 아파트 25층 정도인 지하 73m 깊이에 총 길이 1,635m에 높이와 폭 2m의 아치형 땅굴로 1시간당 3만 명의 병력 이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입장부터 검문 검색이 철저해 카메라, 휴대폰 및 모든 소지품을 라커에 넣고 금속 검색대를 통과해야 입장할 수 있다. 입구부터 땅굴이 시작되는 지점까지는 약 350m, 직선상으로는 짧은 거리지만 경사가 가파르고 미끄러우므로 걷기에 자신이 없다면 사전에 셔틀트레인을 신청하는 것이 좋다. 콘크리트 벽을 따라 15분 정도 걸으면 암석으로 된 땅굴 입구에 이른다. 벽 곳곳에 다이너마이트 발파 흔적이 있고 지하수가 흘러 바닥에 물기가 흥건하다. 일반인에게 공개된 땅굴은 시작점부터 약 265m, 군사 분계선 170m 앞부터는 차단벽으로 막혀 있다. 북한이 코 앞이라 관광객들 사이엔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전쟁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마을
땅굴에서 나와 민통선 관광의 마지막 코스인 통일촌을 찾았다.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에 속하는 통일촌은 DMZ 서부전선 민간인 통제구역 안에 위치한 마을로 전쟁 이후엔 지뢰와 철조망으로 통제된 곳이었으나 1973년 8월부터 80호가 입주해 분단 이전 마을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이곳 주민 대부분은 농업에 종사하며, 관광객들은 ‘통일촌 직판장’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생산하는 쌀과 작물을 구입할 수 있다. 직판장 인근의 ‘통일촌 방문관’에서는 민통선마을의 역사와 전통을 엿 볼 수 있다. 통일촌은 경작지, 산림지대, 미확인 지뢰 지대로 나눠져 있으며 전쟁의 흔적이 그대로 남은 지역인 동시에 남북한 양측이 철조망을 치고 군대를 주둔 시킨 지구상에서 가장 긴장된 지역 중 한 곳이기도 하다. 민간행사와 구제사업 외엔 어떠한 시설도 설치할 수 없고 주민의 토지 이용도 제한되어 있다. 한국전쟁 이후 60년. 전쟁과 분단에 대한 인식이 흐려지고 있는 요즘 전쟁과 자연 그리고 사람이 공존하는 상징적인 지역 DMZ를 둘러보며 전쟁과 폭력, 분단을 넘어 평화와 인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