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묻혀 있는 곳은 명당 중의 명당입니다. 하물며 20명에 가까운 왕과 왕비들이 묻혀 있다면 그 땅이 품은 복에 대해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구리시에 위치한 동구릉이 바로 그런 곳입니다. 수많은 왕과 왕비가 묻혀 있는 이곳을 천천히 거닐어 봤습니다. 조선왕조의 흥망성쇠를 모두 담은 이곳에서 풍겨 나오는 감흥이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구리 동구릉은 가장 규모가 큰 조선왕조의 왕릉 밀집군입니다. 7명의 왕과 10명의 왕비·후비가 잠들어 있는 곳이니까요. 동구릉은 한번 제대로 둘러보기도 만만치 않은 곳이에요. 묻힌 왕가 식구만큼이나 면적이 커 무려 59만여 평에 달하기 때문이지요.
이곳은 아름답고 광활한 숲으로 아주 유명해 경기도민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나무들은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가을에는 단풍이 들며 겨울에 눈이라도 내리면 한 폭의 산수화 같은 느낌을 자아내지요. 소풍 나온 아이들을 비롯해 사시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동구릉은 1970년 5월에 사적 제193호로 지정됐습니다. 1408년 태조가 승하한 뒤 이곳에서 장례를 지내고 건원릉이라 이름을 지은 뒤 이후 수많은 왕과 왕비가 이곳에 묻히면서 거대한 족분(族墳)을 이루었습니다.
이곳에는 태조의 능인 건원릉, 5대 문종과 현덕왕후 권씨의 능인 현릉, 14대 선조와 의인왕후 박씨 및 계비 인목왕후 김씨의 능인 목릉, 18대 현종과 명성왕후 김씨의 능인 숭릉, 16대 인조의 계비 장렬왕후 조씨의 능인 휘릉, 20대 경종의 비 단의왕후 심씨의 능인 혜릉, 21대 영조와 계비 정순왕후 김씨의 능인 원릉, 24대 헌종과 비 효현왕후 김씨 및 계비 효정왕후 홍씨의 능인 경릉, 그리고 순조의 세자 익종과 비 신정왕후 조씨(趙氏)의 능으로 조성된 수릉이 있습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지요?
이곳이 이토록 거대한 왕릉으로 조성된 배경으로는 몇 가지 이유가 전해져 내려옵니다.
동구릉의 터는 태조가 죽은 뒤 태종의 명을 받아 검교참찬의정부사 김인귀가 추천하고 하륜이 직접 나가 보고 능지로 정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가 하면 태조가 생전에 무학대사에게 부탁해 자신과 후손이 함께 묻힐 적당한 땅을 정해 두었다고도 전해지지요.
특히 건원릉은 북한정맥의 정혈에 해당하며 좌우에 용과 호랑이가 호위하고 있고 땅의 기운이 가히 다른 왕릉을 압도할 만큼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태종 때 건원릉을 둘러본 명나라 사신들은 “어찌 이런 ‘하늘이 만든 땅덩이’가 있단 말인가. 이는 필시 인간이 만든 산임에 분명하다”고 감탄했다는 얘기가 전해지니 그 기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만하지요.
초여름의 더위가 시작되는 요즘, 동구릉에서 태조의 힘찬 기운을 받으며 시원한 숲을 산책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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