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는 약간 벗어난 산등성이 주거지역에 의정부 과학도서관이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바로 정면에 눈에 익은 그림이 보입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천문도의 사본(국립고궁박물관 보관본)입니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가 새로운 왕조의 표상으로 삼고자 한 천문도이죠. 한반도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천문도라니, 과학도서관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마중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도서관은 규모가 꽤 큰 편입니다. 사서실은 2층과 3층에 걸쳐서 ‘인문과학실’과 ‘자연과학실’로 성격을 나누어 놓았습니다. ‘디지털 정보실’이나 어린이를 위한 ‘꿈나무실’ 같은 공간도 제법 눈길을 끕니다. 그러나 이 도서관에서 주목할 곳은 3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천문우주체험실’입니다. 도서관에 체험실을 갖추고 우주과학에 대한 여러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그 덕에 어린아이들은 도서관에 가고 싶은 이유가 늘었습니다. 엄마 손을 잡고 온 아이는 천문우주체험실에 들어서자마자 후다닥 안쪽으로 달려 들어갑니다. 딱딱할 것만 같던 과학도서관에 대한 선입견이 ‘쨍그랑’ 깨지는 순간입니다.
천문우주체험실은 한국과 외국의 위대한 과학자를 만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실학자이자 한국 과학의 지평을 넓힌 홍대용을 비롯해 아인슈타인과 코페르니쿠스 같은 위인이 나란히 한쪽 벽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 곁에는 조선이 남긴 과학의 산물 해시계가 있고, 시간의 분류와 작동방식을 알기 쉽게 풀어놓았습니다. 천문우주체험실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입구입니다.
그 안쪽은 깜짝 놀랄 만큼 다채로운 ‘과학의 잔칫상’입니다. 중력 실험, 무중력 체험, 우주체중계, 다른 행성에서 나의 체중 알아보기, 로봇 팔로 공 잡기 등 다른 곳에서 쉬이 보기 어려운 체험활동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각각의 체험에는 어떤 과학지식이 숨어 있는지를 온몸으로 배우는 셈이죠. 각 나라의 우주선 모형도 전시돼 있고,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이 어떤 단계를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는지도 실감 나는 이미지를 더해 알기 쉽게 풀어놓았습니다.
우주정거장 내부를 재현해 놓은 공간은 아이뿐 아니라 엄마의 호기심까지 자극하는 곳입니다. 무중력 상태인 우주정거장의 화장실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까요? 그곳에서 목욕은 어떻게 할까요?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을 번쩍 뜨게 만들어 줍니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4D영상체험. 머리 위의 거대한 구형 천장이 스크린이 돼 하늘의 별자리와 관련한 영상을 보여주는데, 관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듭니다.
도서관에서 즐기는 과학 체험은 아이들의 흥미를 과학 서적으로 이끌어 가는 듯합니다. 체험실에서 본 꼬마들을 아래층 사서실에서 다시 만납니다. 몸으로 체험한 과학의 신기한 속이야기가 궁금했던 것이겠죠. 의정부에서는 그렇게 미래의 과학 꿈나무들이 무럭무럭 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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