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미술관 혹은 도서관 – 안양파빌리온

[Part 3.] 미술관 혹은 도서관
안양파빌리온

안양예술공원은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안양 시민에게는 등산이나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도심 곁의 쉼터죠. 봄·가을이면 알록달록한 색채의 향연이 길 양쪽 옆으로 찬란하게 펼쳐집니다.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우울하던 감정도 이내 사그라질 정도로 밝은 기운이 가득한 공원이죠.

안양파빌리온은 안양예술공원 안의 슈퍼스타입니다. 결 고운 선을 망설임 없이 쭉쭉 길게 그어 완성한 디자인이 돋보입니다. 낮지만 안정적이고 모던한 느낌을 한껏 살렸음에도 주위의 자연과 잘 어우러집니다. 범상치 않은 건축디자인에 감탄했는데, 알고 보니 포르투갈의 세계적 건축가 알바루 시자 비에이라의 작품이더군요. 그는 길쭉한 직선과 완만한 곡선의 미학이 가진 힘을 잘 살리는 건축가로 유명합니다. 눈을 단번에 사로잡기보다는 보면 볼수록 입체적인 아름다움에 반하게 만드는 오묘한 힘을 불어넣는 인물입니다. 건축 자체를 예술품으로 빚어 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당연히 이 건물은 들어가기 전부터 길가에 서서 한참을 ‘관람’하게 만듭니다. 청명한 하늘, 선명한 색채의 계절에는 특히 이 건축디자인이 힘을 발휘합니다. 홀로 돋보이는 게 아니라 주변의 자연과 뒤섞였을 때 비로소 진가를 드러내는 건축디자인, 멋지지 않나요?

여기에 더해 안양파빌리온을 중심으로 주변의 요소요소가 모두 예술작품인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마침 안양예술공원에서는 12월 15일까지 제6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가 열리는 중이군요. 평소에도 아름다운 이 공원에 온갖 예술작품이 더해지니 눈 돌리는 곳마다 볼거리가 풍성합니다.

안양파빌리온의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이 안에도 미술의 향연이 가득합니다. 작가들은 저마다의 목소리로 묵직한 이야기를 비디오아트나 설치미술로 들려줍니다. 늘어선 작품 뒤로는 책이 가득 꽂힌 책장이 보입니다. 이곳은 미술관일까요? 아니면 미술이 함께하는 도서관일까요? 그러고 보니 이제야 파빌리온 한쪽에 적힌 글귀가 눈에 들어옵니다.

‘안양파빌리온은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의 주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간입니다. 휴식을 취하며 책을 읽으실 수도 있고, 작품을 감상하는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실 수도 있습니다.’

책장도 보통 물건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설명을 보니 우리의 전통 수납장을 바탕으로 책장과 보관함의 기능을 더한 구조물이자 그 자체로 작품입니다. 최정화 작가가 만든 것으로 ‘무문관’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작품은 안양 시민의 절대적인 참여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사용하지 않는 가구를 기증받아 제작했고, 마지막에는 안양시민이 보내온 책을 꽂으면서 완성한 거죠. 멀리서 봤을 때는 책이 많아 보이지 않았는데, 이 안에 꽂혀 있는 책만 2,000권이 넘습니다.

책장 앞 의자에 앉아 책을 펼쳐 듭니다. 어렵기만 한 지식을 유머러스하게 전달하기로 정평이 난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입니다. 우리 세계는 어떻게 생성됐는가를 풀어내는 작가의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늦은 오후의 햇살이 나른하고 길게 누워 있습니다. 이대로는 아쉬워서 ‘몸은 떠나지만, 꼭 다시 와야겠다’는 다짐을 남겨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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