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먹거리 관리, 분권화가 대안이다

안전하고 품질을 보장하는 ‘먹거리’는 여전히 답보상태에 있다.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경제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상황과 비교하면 먹거리 시장과 유통은 아직 후진적인 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살충제가 포함된 계란이 생산되고 유통되어 불안전한 먹거리 문제는 다시 한번 국민의 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용환
반복되는 먹거리 안전 문제
사실 먹거리의 안전성과 품질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먹거리의 생산지는 항상 의심스럽고, 생산자와 먹거리의 품질과 양을 속이는 ‘포대갈이’와 같은 속임수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식품으로서는 위험할 수 있는 2004년의 ‘쓰레기만두’ 파동, 그리고 심심치 않게 뉴스에 등장하는 불량급식으로 인한 학생들의 입원 사태 등 먹거리 안전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먹거리 안전 문제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넘어 정부와 정책에 대한 실망으로 사회체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에 다다랐다. 일상생활의 근간인 먹거리의 안전과 품질 확보가 안 되는 상황을 보면 정부의 정책,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먹거리 문제만큼은 정부의 관리 역할이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부 관리의 부족 현상이 지속되는 것이 정부가 이 문제 해결에 아주 손을 놓고 있어서가 아니다. 현 정부의 대선공약에도 생산단계에서 농약, 항생제, 중금속에 대한 엄격한 기준 적용, 농축산물 ‘이력추적관리제’ 등이 포함 되어 먹거리 안전을 중요한 정책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정책은 중앙정부 차원의 식품안전에 대한 기준, 규제 제도를 강화하고, 엄정하게 단속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중앙차원의 관리는 먹거리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소비 특성을 고려하면 한계가 있다.
중앙 차원 관리에서 오는 한계
그동안 중앙 차원의 관리는 공장에서 생산하는 균질화된 상품에나 적합한 방법이다. 먹거리의 생산, 유통, 판매에 대하여 일정한 기준과 자격을 부여하면 일사분란하게 관리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매일 가정과 시장에서 소비하는 먹거리는 잘 관리되어 운영되는 대규모 첨단공장에서 생산·유통되는 상품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소비하는 먹거리는 생산지, 생산자, 유통자, 판매자의 다양성은 물론이고, 먹거리 자체의 품질, 크기 등 변수가 너무 많다. 공장제 생산품과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여야 먹거리 안전성을 확보하는 실마리를 풀 수 있다. 우리사회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발생하는 먹거리 문제는 식품에 부적합한 품질과 유해성이 대부분이다. 과도한 농약성분이 포함되었거나, 비위생적인 식품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문제는 먹거리의 생산과 소비과정을 보면 너무 많은 단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먹거리 시장은 생산자, 유통자, 판매자, 소비자의 단계를 가지는 구 로 이루어져 있다. 먹거리의 생산, 유통, 판매, 소비단계의 관계자가 상호 거리감이 크면 클수록 먹거리 안전에 책임성이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먹거리의 생산자와 유통자, 그리고 판매자가 소비자와 직접 관계가 없다고 느끼고 있고 상업적 수익에 더 관심이 있다면 시장에서 유통되는 먹거리의 안전과 품질에 대한 책임성이 낮아지는 것이다. 안전한 먹거리 문제는 시장이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시장은 원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신뢰가 구축되는 것이다. 생산자, 유통자, 판매자, 소비자가 모두 만족하는 수준에서 품질, 가격이 결정되고 상품이 생산되고 소비된다.
그러나 상품 공급에 독과점이 존재하거나, 상품에 대한 품질, 안전에 대한 정보 부재 및 정보 비대칭 문제로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이다. 먹거리 시장은 생산지, 생산, 유통, 판매, 소비 등 복잡하고 다양함으로 시장의 불완전성이 높아 시장의 신뢰가 낮을 수밖에 없는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불완전한 먹거리 시장을 정부나 공공 부문이 개입하여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먹거리 안전 문제가 지속되는 것은 정부가 먹거리 시장의 특성에 적합하게 시장을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역 먹거리 거버넌스 체제 확립 필요
먹거리 품질과 안전성의 확보는 현장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먹거리 시장의 현장과 근접한 지방정부의 관리가 요구된다. 특히, 지역 농·축·수산품에 대해서는 지방 차원의 시장관리가 먹거리의 안전과 품질 유지에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최근의 살충제 계란 파동에서도 안전성이 확인된 경기도 ‘G-마크’ 인증 및 관리 시스템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정부가 실시한 국내 계란농장에 대한 조사에서 경기도 ‘G-마크’ 인증 계란은 살충제 성분이 단 한건도 검출되지 않았다. 경기도 ‘G-마크’ 인증 및 관리 는 경기도와 소비자단체가 참여하여 경기도내에서 생 산되는 우수한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 및 임산물과 농·축·수·임산물을 원료로 제조가공한 가공·전통 식품을 대상으로 한다. 분권화된 먹거리 관리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보면 생산자, 유통자, 판매자, 소비자, 지방정부 등이 참여하는 지역 먹거리 거버넌스 체제 확립을 통하여 안전한 먹거리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다고 하겠다.
먹거리의 생산, 유통, 판매에 대하여 소비자와의 거리를 줄이는 것이 안전성을 확보하고 품질유지에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먹거리의 생산과 유통, 판매에 대한 관리가 지방으로 분권화될 필요가 있다. 먹거리에 대한 안전성의 기준이나 생산 기술의 개발은 국가차원에서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생산과 유통의 신뢰 향상은 가장 근접한 곳에서부터 관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가장 가까운 곳이 현장을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