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마장을 찾아서

종마장을 찾아서

강민 _ 고양시

종마장(種馬場)으로 가는 길은 항상 풍요로운 느낌을 안겨 준다. 3호선 삼송역에서 출발해 20여분 거리에 있는 종마장으로 향하면서 때 묻지 않은 전원풍경에 흠뻑 빠져든다. 우거진 넝쿨 사이로 탐스럽게 열린 호박, 빨갛게 무르익은 고추밭, 파란 하늘을 나는 잠자리를 보면서 정 겨웠던 옛 시골의 풍경이 떠올랐다.
가는 도중 마주친 ‘솔개마을’이란 마을버스 정류장 이름이 인상적이다. 친근한 느낌을 주는데 필경 마을 이름에 얽힌 재미난 사연이 있을 것만 같다. 마을버스 종점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어야 종마장 입구에 다다른다. 길가에 늘어선 울창한 플라타너스 나무가 장관을 이룬다. 뒤덮은 숲 때문에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산림욕장에 온 것 같이 상큼한 기분이다.
목가적인 풍경이 물씬 풍기는 ‘원당경주마목장’에 들어섰다. 오후 3시가 지난 시간이다. 관람시간이 오후 5시까지라 여유있게 둘러 보기에는 좀 시간이 촉박한 것 같다. 은행나무가 싱그럽게 늘어선 길을 따라 걸었다. ‘사색의 오솔길’같이 호젓한 산책로로서 더없이 좋다. 이 길은 종마장 풍경 중 가장 아름답고 정감이 가는 곳 이라고 느껴진다.
드넓은 초원에 말들의 모습이 여기저기 보인다. 유순하고 평화로운 자태의 말들을 보면서 깊은 상념에 젖는다. 그저 풍요롭기만 하다. 속세를 떠난 느낌이다. 갖가지 이슈의 혼란스러운 세태에서 잠시 벗어나 나만의 소중한 시간을 갖는다. 안정감 있고 평온한 모습으로 뚜벅뚜벅 걷는 말처럼 누구나 목표를 갖고 꾸준히 정진해야만 한다는 평범한 삶의 진리를 새삼 되새겼다.
종마장 곳곳에 연인끼리, 가족끼리 나들이를 나와서 벤치나 풀밭에 앉아 초원의 말들을 바라보며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한적한 분위기가 젊은이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제격이다.
종마장은 더없이 평화롭고 고즈넉하기만 하다. 서울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렇게 고요한 사색의 공간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아니 나만이 홀로 생각에 잠기고 쉴 수 있는 청정한 자연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 흐뭇하기만 하다. 그래서 나는 종마장을 자주 찾는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말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평온해진다. 옷깃에 스치는 한 줄기 바람결이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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