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시작은 설이다. 여기서 먼저 설에 대한 명칭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음력 1월 1일은 ‘설날’이다. 아직도 설날을 가리켜 ‘구정’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것은 옳지 않은 표현이다. 음력설을 구정이라고 부른 건 1896년에 양력이 도입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음력설을 구정이라 했는데 ‘구정’은 양력설을 ‘신정’이라고 부르던 것에 대비해서 생겨난 용어다. 또 음력설을 한때 ‘민속의 날’이라 부르기도 했지만, 1989년에 ‘설날’로 바꾸면서 구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게 됐다. 이제는 음 력 1월 1일을 ‘설’ 또는 ‘설날’이라고 부르면 된다.
떡국 속에 숨겨진 안녕의 의미
예부터 설날 아침이면 떡국을 끓여 먹었다. 떡국은 한 그릇 먹게 되면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의미는 알고 있지만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설날 먹는 절식인 떡국에서 유래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예부터 설날 아침이면 떡국을 끓여먹었 고, 그 속에는 꿩고기를 넣어서 먹었다고 한다. 꿩고기를 넣은 이유는 꿩고기의 맛이 좋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꿩을 길조(吉鳥)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꿩고기를 점점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꿩고기 대신 닭고기를 넣어서 먹게 됐는데, 여기에서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생겼다고 한다. 또한 떡국의 재료는 희고 긴 가래떡이다. 희고 긴 가래떡은 장수를 의미한다. 가래떡을 썰 때 둥근 모양으로 썰어서 떡국을 끓이는데 둥근 모양은 태양을 상징해서 밝음을 의미하고 또 둥근 모양이 돈과 비슷하다고 해서떡국을 먹으면서 그 해에 돈을 많이 벌 수 있기를 기원하는 의미도 담겨있다.
조리가 복조리 (福笊籬)인 이유
설날 이른 아침에 벽에 걸어놓음으로써 한 해의 복을 빌었던 조리를 가리켜 ‘복조리 (福笊籬)’라고 한다. 예전에는 밥을 짓기 전 쌀을 씻을 때 조리를 이용했다. 조리는 쌀을 씻을 때 쌀을 이는 도구다. 쌀을 이는 도구인 조리를 설날 이른 아침에 장만해 벽에 걸어놓으면서 장수와 재복을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 조리는 쌀을 이는 도구이기 때문에 한 해의 복이 쌀알처럼 일어나라는 의미와 함께 대나무를 엮은 틈새가 눈(目)이 많은 것으로 여겨 광명을 통해 나쁜 것을 물리치고 복을 불러들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윷은 놀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윷놀이는 정월 초하루에서 보름까지 윷놀이 놀이도구를 사용해 노는 전통놀이다. 윷놀이에 쓰이던 윷은 단순히 놀이 도구로서의 역할만을 하지는 않았다. 윷을 가지고 한 해의 운수나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하는데 이것이 ‘윷점’이다. 주로 설날에 하는 윷점치기는 윷을 세 번 던져 나온 괘로 일년의 운수를 점치는 풍속이다. 도는 1, 개는 2, 걸은 3, 윷과모는 4로 간주해 세 번 윷을 쳐서 나오는 괘를 가지고 점을 치게된다. 명절이면 가지고 놀던 윷, 단순한 놀이기구였을 뿐만 아니라 점을 치는 도구이기도 했다.
액막이연으로 액운을 멀리멀리
연날리기는 지금도 전해져 오고 있는 풍속이다. 설날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놀았던 연날리기 풍속은 한 해의 액운을 멀리 날려 예방하는것은 물론 복을 기원하기위한 것으로 정월 대보름에 멀리 띄워 보내는 연을 ‘액막이연’이라고 한다. 주로 방패연을 사용하고 연의 표면에는 송액영복(送厄迎福) 혹은 본인의 성명이나 사주, 주소 등을 써넣어 액막이연이라 부른다. 요즘은 전통놀이라 해서 아무 때나 연을 날리지만 본래 연날리기는 섣달부터 시작해 정월보름에 반드시 끝내야 했다. 정월 대보름 이후에도 연을 날리면 액을 다시 불러올 수도 있다는 속신 때문에 고리백정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일 년 열두 달 다양하게 전해지는 한국의 전통 세시풍속에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가 담겨 있다. 설날이면 세배하고 떡국을 먹고 연을 날리는 등 개인과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풍속들을 행하고 정월대보름이면 농사의 풍년과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풍속들을 행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이월 영등날, 삼월 삼짇 날, 사월 초파일, 오월 단오, 유월 유두, 칠월 칠석, 추석 등 일년 내내 재미있고 흥겨운 우리의 풍속들이 많이 전해지고 있다. 일부는 사라지기도 하고 일부는 변하기도 했고, 또 일부는 새롭게 생겨나고 있기는 하지 만 전해져 오는 우리의 세시 풍속에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조상들의 경험에서 우러나는 지혜와 슬기로움이 담겨 있다. 문명과 과학이 발달한 시대라 할지라도 전통을 무조건 미신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조상의 지혜를 배울수 있는 우리고유의 풍속에 관심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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