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지방정부화로 나아가야

지난 10월 26일 제5회 대한민국 지방자치 박람회에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염원을 담은 자치분권 여수선언이 발표되었다. 바로 그날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자치분권 로드맵’이 발표됨에 따라, 지방분권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국가적 현안이 되었다.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권력구조의 개편보다는 시대적 요청사항인 지방분권 개헌이 우선되어야 한다. 지방분권형 헌법개정은 독일, 스위스, 프랑스 등 지방자치 선진국을 보더라도 도시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21세기 세계화·지방화 시대에 생존·번영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 조성호 박사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지방자치 규정 미비의 문제
현행 헌법은 제117조와 제118조에서 지방자치를 규정하고 있지만, 지방정부를 자치의 주체로 인정하고 지위를 보장하기보다는 중앙정부의 법령을 집행하는 집행기관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현재는 지방이 중앙정부에 의존하여 집행하는 하급기관에 불과하며, 또한 전국적으로 획일적 중앙집권적 정책이 지역 실정에 맞지 않는 등의 문제가 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행 헌법의 근본적 한계는 지방자치 규정의 미비에 존재한다. 특히 현행의 단 2개의 조문(제117조, 제118조)만으로 지방자치와 분권에 필요한 각종 제도적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현 시점에서 지방분권과 주민자치의 실현을 위해 ‘지방분권형 국가 구현’을 위한 헌법 개정은 필수적이다. 국회 헌법특별위원회 자료(2017년 8월)에 의하면 지방분권 강화에 다수 위원이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구체적인 분권 수준과 내용에 관한 이견이 있는 등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2018년 개정헌법에 담길 지방분권의 성격과 내용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상당한 의의와 적실성을 가진다. 지방분권의 성격과 내용은 크게 자치입법권·자치재정권의 보장, 자치행정권의 확대, 풀뿌리 주민자치 강화 차원으로 구분해 살펴볼 수 있다.
지방정부 자치입법권 보장
주민으로부터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는 지방의회가 입법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에 자치입법권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행 헌법 제40조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규정함에 따라, 형식적인 의미의 법률은 국회만 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자치입법권 측면에서, 자치단체는 중앙정부와 마찬가지로 민주적인 정당성을 가진 기관이므로 법률을 제정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자치단체 스스로 법률제정권을 갖도록 헌법에 보장한다면 권리제한이나 의무부과, 지방세의 부과나 벌칙을 법률의 위임을 받을 필요가 없이 자치단체가 직접 제정할 수 있다. 이러한 입법권 보장을 통해 지방정부가 해당 행정관할구역에 속하는 재산, 사무, 통치체제와 관련해서, 국가 법률에 위반하지 않으면서 자율적으로 지방정부 법률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치재정권, 자치행정권 보장의 필요성
지방정부가 자기 책임하의 고유사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경비를 스스로 부담할 수 있도록 하는 76
자치재정권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신 위임사무 처리 시에는 소요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한다는 자기책임 규정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자치단체가 자기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비용을 걷을 수 있는 권리를 헌법에 명시함으로써 중앙정부로부터 재정 의존을 벗어나 자치단체 중심의 자주재정을 실현해야 한다. 국가에게는 자치단체가 해당 지역의 주민복리를 위한 사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재원이 부족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이 요청되는 것이다. 현행 헌법은 법률의 근거 없이 세금을 부과·징수할 수 없도록 하는 조세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지방세에는 예외를 두고 조세의 종목과 세율을 자치단체가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자치단체의 과세권을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지방세 지방정부법률주의 채택). 헌법개정을 통해 자치단체가 독립적으로 지방사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사무의 권한을 확대하는 자치행정권 보장이 필요하다. 현행 헌법은 자치단체의 사무를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로 명시함으로써, 사무의 구체적인 책임소재의 불명확성과 중앙정부의 지방정부 사무 개입을 초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보충성의 원리에 입각한 사무배분이 요구된다. 아울러, 지방정부가 그에 속하는 사무를 자기책임으로 집행할 수 있는 자치행정권의 배분이 필요하다. 추가적으로는 자치사무의 범위 규정, 수행체계 등을 헌법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한 검토 및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종합하면, 헌법 개정(안)에는 보충성의 원칙과 행정권의 부여에 대한 내용이 규정되어야 한다.
주민에 의한 지방자치 실현
지방정부의 입법·재정·행정권 증대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주민에 의한 지방자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주민이 직접 주권을 실현할 수 있는 장치(주민발안제·주민투표제·주민소환제)를 개헌 내에 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헌법 제1조 제2항이 국민주권을 보장하고 있음에도, 국민이 지방 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이 보장되어 있지 않다. 특히, 주민발안제의 경우, 현행 헌법에서 국민(주민)이 가진 유일한 주권행사인 선거의 한계를 넘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지방정부가 주민의 의견을 입법과정에 반영하는 상향식 방식의 수평적 민주주의 형성은 실질적인 국민주권의 보장을 마련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이 외에도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다양성과 창의성이 요구되고 이를 위한 국가경영 체제로서 다극(多極) 분산구조로서 지방분권체제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지방분권형 헌법개정의 기본 방향은 지방자치 이념, 자치단체의 존립과 사무, 자치단체의 기본권, 자치단체의 국정 참여를 보장하여 자치단체의 지방정부화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