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愛 낭만을 찾아서 l 하남 위례길

하남 위례길은 백제의 초기 도읍인 위례성(慰禮城)이 있던 경기도 하남시에서 시민들의 건강을 증진하고 관광명소로 육성해 지역 경제를 살리는 한편 시를 대외적으로 널리 알리려는 목적으로 조성됐다. 2011년 7월에 개방된 후 연간 30만 명이 다녀갔다고. 한강을 따라 펼쳐지는 수려한 자연경관과 더불어 남한산성과 위례성 등 역사의 숨결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4개의 코스를 조성했으며, 총 길이는 64㎞에 이른다.
간단하게 5km만 산책 가능한 사랑길, 한강 바람 시원한 강변길, 문화재의 혼이 살아 숨 쉬는 역사길, 최장 39.7km 길이의 둘레길까지. 산책과 라이딩 그리고 낭만과 휴식이 가득한 가을의 정취를 찾아 떠나보자.

혼자 걸어도 달달한, 함께 걸으면 달콤함
사랑을 지키기 위해 왕권에 도전한 도미부인 설화가 전해져 내려오는 ‘제1코스 위례사랑길’은 5km만 도보하면 완주할 수 있는 코스다.
위례사랑길은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가득한 곳이다. 걷다 보면 뿌리가 다른 두 나무의 줄기가 합쳐져 살아간다는 소나무 ‘연리목’을 만날 수 있는데, 이 앞에서 서로 손을 잡고 기도하면 부부간 금술이 좋아지고 남녀 간 사랑도 이뤄진다고 전해진다. 이곳을 지나면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정조를 지키기 위해 왕권에 도전한 도미부부 설화가 있는 ‘도미나루’에는 사랑의 자물쇠를 달 수 있는 이벤트 공간이 존재한다. 특히 제법 찬바람이 부는 늦가을 또는 초겨울에는 천연기념물인 ‘큰고니(백조)’가 날아들어 장관을 이루는 수도권 최대 규모의 철새 도래지다. 큰고니는 한 번 부부의 연을 맺으면 평생을 함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랑의 전설이 넘쳐나는 위례사랑길. 선선한 바람이 마음을 두드리는 설레는 이 가을 사랑을 기다리는 이에게는 위로를, 또 사랑을 키우고 있는 이들에게는 온정을 선사하는, 그야말로 많은 사랑꾼들에게 뜻하지 않은 희망과 여유를 선물할지 모를 일이다.

하늘은 쾌청, 억새는 안녕
자연과 하나가 되는 곳 ‘제2코스 위례강변길(13.5km)’에서는 하남시 외곽을 감싸 안고 굽이치는 아름다운 한강의 풍경과 시원한 강바람이 당신을 반긴다. 산곡천을 기점으로 동쪽이 사랑길, 서쪽이 강변길이다.
덕풍천 하구에 서면 양쪽으로 억새밭 장관이 펼쳐진다. 한강의 푸른 물을 한 점의 화폭으로 한 넓은 둔치에서는 물결치는 가을 억새를 감상할 수 있다. 경정공원 쪽으로 방향을 잡아 강둑으로 난 흙길을 걸을 수도 있고, 한강 둔치 억새밭 옆으로 난 보행자 통로를 이용할 수도 있다. 호수와 잔디가 어우러진 미사리 경정공원에서는 돗자리 깔고 즐기는 휴식이 별미. 걷다 보면 선동축구장 근처에서 특전사의 낙하산 훈련도 볼 수 있다. 아마도 요즘처럼 바람 선선한 철에 가장 적합한 코스가 아닐는지.

살아 있는 야외 박물관
‘제3코스 위례역사길(5.8km)’은 이성산성을 중심으로 남겨진 하남시 대표 역사 유적들이 밀집해 있다. 아이들이 있는 가족들이 함께 걷기에 제격인 곳.
전통사찰인 선법사에서는 보물 제981호인 ‘하남 교산동 마애약사여래좌상’을 볼 수 있으며, 그 옆에는 온조왕이 마셨다는 전설이 있는 ‘온조왕 어용샘’이 있다. 더불어
‘광주향교’와 ‘이성산성’, ‘춘궁동 동사지’ 등을 만나 야외 산책을 즐기며 역사 유적지 체험이 가능한 코스다.
하남의 어제 그리고 오늘
‘제4코스 위례둘레길(39.7km)’은 하남위례성의 궁 안 지역을 둘러싼 산을 걸으며 이성산성, 금암산, 남한산성 성곽, 벌봉, 객산 등지에서 현재의 하남과 옛 백제의 왕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위례길의 최장 길이다. 가벼운 운동은 물론 하남의 역사를 전반적으로 둘러볼 수 있는 여러모로 유익한 코스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