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추억을 소환하는 그 곳, 오일장

잊혀진 추억을 소환하는 그 곳, 오일장

강오식 도민(경기도 고양시)

 

상큼한 농산물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일산 전통시장을 찾았다. 냉이·달래·쑥갓·도라지 등 각종 나물로 가득 찬 시장 길을 걷다보면 그 옛날 고향의 장터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어릴 적에 장날이 되면 할 일 없이 이곳저곳 장돌뱅이처럼 돌아다닌 추억도 함께 떠오른다.

사람 사는 소박한 인정이 넘치는 일산시장은 참으로 오랜 역사를 지닌 시장이다. 1908년 경의선 일산역이 개통하면서 시장이 형성됐다고 하니 무려 100년의 역사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경의중앙선 일산역에서 내려 위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바로 마주치게 된다.

갖가지 애틋한 향수와 정감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이 있기 때문에 이곳을 자주 찾게 되는 것 같다. 매달 3일과 8일 날, 닷새마다 5일장(場)이 서는 일산시장에 가면 말 그대로 없는 게 없다. 수십 가지의 농산물과 해산물·과일·잡화·의류는 물론이고 희귀한 약초도 볼 수 있다. 또한 먹음직스런 순대, 따끈한 국밥·빈대떡·파전·약과·각종 떡·전통과자 등 먹거리 시장도 풍성하다. 어릴 적 고향에서 들었던 옥수수 뻥튀기 장수의 낯익은 목소리도 들린다.

일산시장을 만물상이라고 해야 할까? 대형 마트나 시내 상점가에서 살 수 없는 물건들을 일산시장에 가면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된 잊혀진 물건들도 이곳에 가면 살 수 있다. 그렇기에 더한 애착을 갖게 되는 일산 전통시장이다.

처음에는 가족을 따라 구경삼아 호기심으로 일산시장을 갔는데 이제는 한두 달에 한번 씩은 꼭 찾아간다. 일산시장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는 달리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물건이 신선하고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 물건을 덤으로 얹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흥정만 잘하면 가격을 깎을 수도 있다.

길가를 따라 길게 늘어선 시장을 천천히 올라가 본다. 오가는 많은 사람들과 부딪혀 걸어가기가 힘들 정도다. 여러 가지 물건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해산물이다. 싱싱한 고등어·동태·낙지·오징어 등을 많이 사간다. 해산물의 품질과 신선도에서 단연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집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낙지볶음을 하기 위해 낙지는 꼭 사갖고 간다. 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찐 옥수수도 한 두 봉지 꼭 사갖고 간다. 집에 가서 먹어보면 쫄깃쫄깃하고 차진 것이 여간 맛이 있는 게 아니다.

일산 신도시 건설의 여파로 일산시장은 한 때 쇠락의 길을 걷기도 했으나 근래에 들어 다시금 활기를 되찾고 있다. 특히 추석이나 설 명절 무렵의 일산시장은 사람들로 북적이며 한층 활기를 띠고 있다. 그 때는 시장에서 명절 분위기를 풍성하게 한껏 느낄 수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사방으로 포진한 신도시에서 우리 이웃의 전통시장은 이제 새롭게 가치를 발하고 있다. 언제나 친근하고 정겨운 모습으로 그리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우리 앞에 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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