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것 빼고 다 있어요”
“어머, 오랜만이야. 왜 이렇게 얼굴 보기 힘들어!”
옷 가게 상인이 오랜만에 온 손님에게 안부를 묻는 모습이 참 정답다. 마석민속5일장은 오후 1시 이미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축제가 열린 것인지, 장이 선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인파로 시끌벅적한 모습이다. ‘마석’이라고 불리는 지명은 사실 ‘마석우리’다. 그래서 시장 이름 또한 ‘마석민속5일장’이다. 이곳은 일제 강점기 시대인 1933년 개설됐고, 86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시장으로 3일, 8일에 장이 선다. 장날이면 오가는 사람만 만여 명이라고.
1970년까지 수십 년간 우시장 이었다가 시대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지금의 5일장으로 그 모습을 달리한 마석민속5일장. 하늘 아래 천막 치고 장사하는 여느 5일장의 모습과는 달리 이곳은 경춘선 철도 아래 형형색색의 천막이 늘어서 있다. 그래서 더신선하다고 할까. 철도를 따라 이어지는 장은 그야말로 볼거리 천국.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말은 마석 민속5일장을 두고 이야기한 듯하다. 붉은색 고무 대야와 색색의 바구니에는 밭에서 직접 키운 호박, 무, 파, 버섯 등으로 가득하다. 할머니 상인의 농산물은 투박하지만 건강해 보인다. 어디 그뿐이랴. 싱싱한 해산물이며 제철 과일, 어마하게 다양한 먹거리, 신발, 옷, 가방, 옹기, 밥상 등의 많은 생필품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재미있는 장면도 많다. ‘뻥이요’라며 쌀을 튀기는 모습, 맷돌을 돌려 콩을 가는 모습, 들깨를 들기름으로 짜는 모습, 시장에서 명아주를 깎아 주장자를 만들어 파는 어르신의 모습 등 그간 잊고 지낸 옛 시장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시장 구경도 식후경
전통시장이 주는 즐거움에 먹거리를 빼면 섭섭하다. 마석민속5일장 또한 마찬가지다. 유달리 많은 사람이 몰린 곳, 몸을 비집고 들어가 보니 수십 가지의 맛깔스러운 반찬들로 가득하다. 밥도둑 대명사인 다양한 종류의 젓갈부터 나박김치, 파김치, 배추김치, 무김치 등의 김치류 그리고 나물, 밑반찬 등 따뜻한 공깃밥 한 그릇이 간절해지는 순간이다. 다양한 연령대의 주부부터 총각까지 수년간 이곳에서 반찬을 사 먹고 있다는 이들은 하나같이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장 구석구석을 누비다 보면 코끝을 스치는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그곳을 찾아 발걸음을 옮겨 마주한 것은 등갈비. 노릇노릇하게 구운 등갈비를 파는 노점은 이미 만석이다. 마석민속5일장의 명물 중 하나가 바로 이 등갈비라고. 그러고 보니 한집 건너 한 집 등갈비를 굽고 있다. 짭조름하면서도 담백한 맛, 쫄깃한 식감에 뜯는 맛까지 더해지니 어찌 맛이 없을 수 있을까. 마주 앉아 등갈비를 뜯고, 또 뜯고 있는 이들의 표정은 즐겁기만 하다.
사실 등갈비는 시작에 불과하다. 달콤한 호떡, 속이 꽉 찬 만두, 가마솥에서 튀겨낸 치킨, 온갖 종류의 전, 진한 멸칫국물이 일품인 잔치국수, 찹쌀 도넛, 번데기 등 그야말로 먹거리 천국. 이것저것 조금씩 맛있는 음식을 음미하는 것 또한 마석민속5일장을 제대로 즐길 방법이겠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마석민속5일장
전통시장의 미덕인 ‘덤’은 마석민속5일장에서도 존재했다. 콩나물 한 움큼 더 넣어주는 것이 옛날이야기 같지만 이곳에서는 통했다. “꼬마 아가씨가 예뻐서 아저씨가 과자 많이 주는 거야!” “임산부는 이것저것 잘 먹어야지. 호박 하나는 서비스” 등 여기저기서 정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에 마음마저 따뜻해진다. 넉넉한 인심에 기분 좋은 미소까지 나눠 주니 어찌 다시 찾지 않을까. 시장 가까이에 산다는 김정숙 씨는 “옛날에는 딸 손을 잡고 왔는데, 며칠 전에는 손녀와 함께 왔어요. 손녀에게 꽈배기도 사주고 등갈비도 사줬죠. 여기는 활력이 넘쳐 너무 좋아요(웃음).”라며 마석민속5일장 홍보대사를 자처했다.
일상이 조금 따분할 때, 삶의 활력을 느끼고 싶을 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을 때 마석민속5일장을 찾아 나서자. 보는 재미는 물론 먹는 즐거움, 삶의 활력, 싱싱한 물건을 저렴하게 살 기회 등 전통 5일장 구경의 즐거움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