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주한미군 병사 그렉 보웬은 한탄강을 거닐던 중 특이한 돌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고고학을 전공한 그는 곧장 프랑스의 유명 고고학자 브로드 교수에게, 돌을 찍은 사진과 발견 경위를 적은 편지를 띄웠습니다. ‘아시아 최초로 발견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는 이렇게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학계에서는 “이로써 동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으로 구석기문화를 양분하던 모비우스 이론이 뒤집혔다” “고인류의 문화적인 발전과정을 이해하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며반겼습니다.
구석기에서 DMZ까지 기나긴 역사의 축소판
30만 년 전부터 사람들이 이 땅에 뿌리 내리고 살았습니다. 삼한시대에는 진번군의 영향권에 있다가 훗날 백제가 됩니다. 475년 고구려에 예속돼 공목달현이라고 불렸고, 940년에 장주로 변경됐다가, 1309년 연천으로 개칭됩니다. 광복 이후 연천의 대부분 지역이 38선 이북에 편입됐다가, 6·25전쟁 이후 대부분 수복됐습니다. 지금은 DMZ로 남북의 산야가 잇닿아 있습니다.
삼국시대부터 이어져 온 전략적 요충지
임진강 북쪽 기슭에는 강의 양쪽으로 높이 10m가 넘는 수직단애가 형성돼 있습니다. 이 수직단애가 천연의 요새를 구축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 연천 일대는 삼국시대부터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 역할을 해왔습니다. 실제로 임진강 북안 주요 길목마다 고구려성이 구축돼 있습니다. 한편 호로고루성이 있는 고랑포 일대는 임진강을 육로로 건널 수 있는 유일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구려 이전부터 이곳을 통해 남북으로 쌀과 목재, 소금 등이 오르내렸습니다.
임진강과 한탄강, 차탄천은 거대한 지리책
27만 년 전의 일입니다. 연천에 거대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북한 평강 오리산 일대에서 현무암질의 용암이 분출해 철원과 연천 등지를 용암대지로 만들었습니다. 이후 하천에 의해 침식되면서 추가령에서 전곡리에 이르는 120km의 주상절리대와, 수백 개의 돌베개를 모아놓은 것 같은 베개용암이 형성됐습니다. 연천의 임진강과 한탄강, 차탄천의 주상절리도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남북의 산야가 만나는 화합의 땅, 연천
[연천 전곡리유적]
한탄강변에 있는 구석기 유적으로, 1978년 우연히 발견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유적지로 부상했습니다. 2011년 전곡선사박물관이 개관됐고, 매년 5월 이곳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구석기축제가 열립니다.
[숭의전지]
태조 이성계의 명으로 지어진 고려시대 사당입니다. 태조 왕건을 비롯한 현종, 문종, 원종 등 네왕의 위패를 모시고 있습니다. 6·25전쟁 때 전소됐다가 1971년에 재건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재인폭포]
약 20여m 높이의 주상절리 절벽에서 쏟아지는 폭포가 장관을 이룹니다. 한탄강 지형이 빚은 절경 중 하나로, 이 폭포는 스카이워크의 투명 유리바닥 위에 서서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고구려 3대 성]
임진강 북쪽 기슭의 현무암 단애 위에는 ‘재미성’이라고도 불리는 호로고루성과, 당포성, 은대리성 등 3개의 고구려 성이 구축돼 있습니다. 2006년 1월 2일에 각각 사적 제467호, 468호, 469호로 지정됐습니다.
[군남홍수조절지 두루미테마파크]
천연기념물인 두루미가 들려주는 평화와 사랑이야기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입니다. 평화의 북과 소원나무, 두루미 조형물 등 시설물과 두루미 대체서식지, 생태습지 등이 조성돼 있습니다.
[평화누리길(연천 구간)]
경기도 최북단의 DMZ 인근 지역을 걸을 수 있는 코스입니다. 이 중 연천 구간은 총 3개 코스로, 황포돛배~숭의전지~군남홍수조절지 두루미테마파크~신탄리역까지 62.2km에 이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