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역사 산책

경기옛길 경흥길 제1~8

풍악(風樂)을 품은 금강산 가던 옛길


1길 사패산길

공주의 이야기 깃든 길

사패산, 쌍분묘

 

소요 시간  :  약 3시간 30분

 

 

사패산길은 서울에서 경기도로 넘어오는 첫 관문이다. 길의 이름이 된 사패산은 조선 선조의 여섯째 딸 정휘옹주가 류정량에게 시집갈 때 선조가 하사한 산으로, 사패(賜牌)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왕이 왕족이나 신하에게 땅이나 노비를 하사한 경우 그 소유권을 인정하는 문서를 말한다. 길에는 또 다른 공주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으니, 중종과 문정왕후 사이에 태어난 의혜공주가 그 주인공이다. 야사에 따르면 의혜공주가 중종의 교만함을 지적하다가 숯장수와 결혼했다고 하지만, 공주의 부군 한경록은 사실 춘천도호부사 한승권과 창녕 조씨 사이에서 태어난 명문가의 자손이다. 의혜공주와 한경록이 잠든 쌍분묘는 현재 의정부시 향토 유적 제14호로 지정돼 있다.

 

사패산 양주시 장흥면 울대리 산52-1

쌍분묘 의정부시 호원동 산 119-39번지

사패산 ⓒ경기도

경흥길은 조선시대 한양과 관북 지방(함경도)을 연결하던, 그 옛날 금강산까지 가는 최단 노선이었다. 의정부를 시작으로 북한산 둘레길, 반월성지, 백로주, 금수정, 한탄강세계지질공원 등의 명소를 거쳐 포천시와 철원군 경계까지 이어진다. 이 가을, 단풍 든 큰 산 풍악산(楓嶽山)이라 기리던 금강산으로 가던 길, 경흥길로 떠나보자.

구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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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길 천보산길

왕족이 잠든 보배로운 산

행복로, 천보산, 의순공주묘

 

소요 시간 : 약 3시간 20분

 

천보산길의 시작은 의정부역이다. 의정부역 행복로에는 이성계 기마상이 서 있는데, 이는 의정부가 이름 뜻부터 태조 이성계와 연관이 깊기 때문이다. 왕자의 난으로 이방원과 갈등을 빚던 이성계는 지금의 의정부시 호원동에 잠시 머물렀는데, 이에 대신들이 이곳에 찾아와 국정을 논의하고 태조의 윤허를 받았다. 그 모습에서 당시 조선시대 최고 의결기관의 이름을 따 이곳을 ‘의정부’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 연결 고리를 기리기 위해 천보산길 스탬프에도 이성계의 모습이 담겨 있다. 다시 길을 떠나 닿은 천보산 곳곳에는 조선 선조의 후궁인 정빈 민씨, 의순공주, 인성군, 화릉군, 화창군, 화춘군, 능창군 등 왕가의 묘가 자리 잡고 있다.

 

천보산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천보산 ⓒ경기도

 

 


3길 축석고갯길

오백주와 이성계 이야기 고개

축석고개, 어하고개, 부인터사거리

 

소요 시간 : 약 3시간 40분

 

축석고개는 의정부시와 포천시의 경계를 이루는 곳으로, 예로부터 교통의 요지였다. 아버지의 약을 구하러 다니다 호랑이를 만난 어느 효자가 밤새 빌다 일어나 보니 호랑이가 아니라 거대한 바위가 있었고, 그곳에 찾으러 다니던 약이 있었다는 ‘효자 오백주’ 전설에서 ‘돌에 기원하는 고개’라는 뜻의 축석고개라는 이름을 얻었다. 고갯길을 걷다 보면 어하고개가 나온다. 무학대사와 함께 회암사에 들른 이성계가 산에 올랐다가 이 고개로 내려왔기에, 임금이 내려오셨다[御下] 하여 붙은 이름이라 전한다. 여기서 방향을 포천 쪽으로 잡으면 부인터사거리가 나오는데, 이성계의 부인이 살았다고 한다.

 

축석고개, 어하고개, 부인터사거리 포천시 소흘읍 이동교리

 

 


4길 파발막길

파발이 쉬어가던 길

송우시장

 

소요 시간 : 약 3시간

 

파발막길은 경흥대로의 원래 노선과 큰 차이가 없는 길이다. 파발막길 이름의 유래가 된 파발은 조선시대 긴급한 정보나 문서를 전달하던 제도로, 말을 타고 달려 전하는 기발과 사람이 걷거나 달려 전하는 보발이 있었다. 이때 여러 사람이 문서를 건네받아 전달하는데, 기발은 약 10km마다 보발은 약 12km마다 기착점을 두었다. 당시 서발, 북발, 남발로 구분하던 전국의 파발망 중 포천은 북발로 북발의 기착지 중 하나인 안기참이 포천시 기산면 일대에 있었기에 이 길을 파발막길이라 부르게 되었다. 길을 걷다 보면 만나는 송우시장은 4일과 9일에 열리는 오일장으로, 조선 후기 번성했던 지역 상권의 중심이었다.

 

송우시장 포천시 소흘읍 송우리

송우시장 ⓒ포천시

 

 


5길 반월산성길

고려의 역사가 깃든 길

포천향교, 구읍리 석불입상, 반월산성

 

소요 시간 : 약 4시간 10분

 

포천향교는 1173년 고려시대에 창건했다.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으로 파괴되었던 것을 몇 번이고 중건했을 만큼 그 의미가 깊어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16호로 지정돼 있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포천시 향토 유적 제5호인 구읍리 석불입상도 만난다. 포천 지역 불상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고려 전기에 만들었다고 추정된다. 화강암으로 빚은 얼굴이 꽤 마모되었지만, 둥글둥글한 흔적이 눈, 코, 입 자리를 짐작하게 한다. 주변에서 기와와 토기 조각이 발견된 만큼 이곳이 옛 절이었음을 알 수 있다. 계속 걸어 청성산 정산에 오르면 5세기부터 일대를 지켰던 반월산성이 서 있다. 사방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에서 발아래 도시를 조망해 보자.

 

포천향교 포천시 군내면 구읍리

구읍리 석불입상 포천시 군내면 구읍리 167

반월산성 포천군 군내면 구읍리

포천아트밸리

 

 


6길 만세교길

에메랄드 물빛 위 태조가 지난 길

포천아트밸리, 만세교

 

소요 시간 : 약 4시간 10분

 

포천아트밸리를 경유해 천주산 능선을 종주하는 도보 숙련자용 노선이다. 포천아트밸리는 원래 화강암을 채석하던 곳으로, 돌을 파낸 자리에 샘물과 빗물이 고여 생긴 호수 천주호는 밑바닥 화강토가 빛을 반사해 만들어내는 에메랄드 물빛이 환상적이다. 만세교는 <도로고>, <대동지지>, <중보문헌비고>등에서 중요 경유지로 기록하고 있다. 태조 이성계가 함흥을 오갈 때 이 지역 다리를 지났다고 해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포천아트밸리 포천시 신북면 아트밸리로 234

만세교 포천시 신북면 만세교리

 

포천향교 ⓒ문화재청

 


7길 영평팔경길

영평 8경이 늘어선 길

낙귀정지, 금수정

 

소요 시간 : 약 5시간 30분

 

포천 영평은 오늘날 일동면, 이동면 등 포천시 북부 지역의 옛 이름이다. 영평은 예로부터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한데 화적연과 와룡암, 선유담, 금수정, 백로주, 창옥병, 청학동, 낙귀정지가 영평 8경으로 꼽힌다. 영평팔경길에는 그중 제8경 낙귀정지와 제2경 금수정이 자리하고 있다. 낙귀정지는 낙귀정이라는 작은 정자가 있던 자리로, 지금은 주변에 숲과 갈대가 우거지고 청둥오리 떼가 날아드는 작은 제방에 주춧돌만 남아 있다. 금수정은 조선 전기 문인이자 조선시대 4대 명필로 이름 높은 봉래 양사언의 소유였던 곳으로, 양사언이 쓴 현판 글씨가 모사로 남아 있다. 주변에도 양사언과 석봉 한호의 암각문이 여럿 남아 있어 금석학이나 서예사적으로 가치가 매우 높다.

 

금수정 포천시 창수면 오가리 546

포천 비둘기낭 폭포

 


8길 한탄강세계지질공원길

한탄강 따라 걷는 길

비둘기낭폭포, 멍우리협곡, 금강산김화표지석

 

소요 시간 : 약 3시간

 

한탄강세계지질공원길은 북한의 강원도 평강군에서 발원해 철원, 포천, 영천을 흘러 임진강과 만나 한강으로 흐르는 한탄강을 따라 걷는 길이다. 출발지는 한탄강세계지질공원 내 자리한 천연기념물 제537호 비둘기낭폭포다. 길은 멍우리협곡으로 이어진다. 이곳은 오랜 옛날 한탄강에 흘렀던 용암 흔적을 잘 보여주는 곳으로, 멍우리라는 이름은 ‘넘어지면 멍이 들어서’ 생겼다는 말도 있고 ‘황금빛 수달(멍)이 사는 강물이 크게 굽이치며[乙] 흐르는 곳’이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이어지던 길은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 지점인 금강산김화표지석에 닿는다. 경흥길은 지금은 더 이상 걸을 수 없지만, 언젠가 이 길이 금강산까지 이어지길 소망해 본다.

 

한탄강세계지질공원 포천시 영북면 비둘기낭길 55

한탄강 강원 철원군 갈말읍

멍우리협곡 포천시 관인면 574-1번지 일대

포천 화적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