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 이후를 전망한다

“단기적·실질적 피해 규모 줄이는 대응책 강구해야”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발 후폭풍이 거세다. 관광업계를 필두로 대중(對中) 의존도가 높았던 대한민국 산업들이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미온적 대응이 이어지면서 피해 규모가 큰 지자체들은 각자도생으로 대응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이 기회에 무역다변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장기적으로는 좋은 방안이다. 그러나 당장 발생하는 손실은 막을 수가 없다.
이순모 서강대학교 영상대학원 겸임교수
중국발 폭풍에 흔들리는 한국 경제
지난 2월 롯데그룹이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 하기로 결정하자 중국 내 롯데마트 매장 절반 이상이 영업정지를 당했다. 미국 허쉬와 롯데가 합작으로 설립한 롯데상하이푸드코퍼레이션 초콜릿 공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관광업계가 받은 타격은 더욱 심각하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은 한국관광 금지령을 내렸다. 중국 정부 는 공식적으로 ‘관광 금지’라는 단어를 꺼낸 적이 없다고 회피하고 있으나 관광상품판매금지,상품통관 지연 등으로 실질적 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16년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800만여 명 중 여행사를 통해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은 320만 여 명에 달했으나, 규제가 심해지면서 올해는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던 서울,경기도 등 수도권 그리고 제주 지역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발표에 따르면 3월 19일까지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21.9% 감소했다. 관광객 급감은 항공사, 관광업체는 물론 면세점 및 숙박업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의 중국인 대상 매출은 3월 20일부터 26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면세점 이용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하던 주변 소규모 자영업자들도 속속 울상을 짓고 있어 이젠 골목상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그만큼 우리의 대중 의존도가 높았다는 이야기다.
커지는 반한 감정,나빠지는 대중 감정
문제는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쉽게 마무리될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일각에서는 중국의 ‘옹졸함’을 비판하지만 중-미 간 아시아 패권을 걸고 벌이는 한판 승부라는 시각도있다. 어느 쪽이든 한국의 피해는 피할수 없다. 실제로 피해는 전방위적으로 확산 중이다. 젊은 층이 주 고객이었던 중국의 음악차트에서 한국음악 부분이 삭제 되었고, 한류 아이돌들의 콘서트와 행사가 속속 취소되고 있다. 3월 말 발표된 베이징국제영화제의 1차 상영작 목록에는 한국영화가 단 한 편도 포함돼 있지 않았다. 한-중 합작으로 제작 예정이던 영화, 드라마 등의 프로젝트들도 계약 취소 사태를 맞았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준단교 수준의 조치를 진행해야 한다”거나 “한국에 내상을 입혀야 한다” 등의 주장으로 반한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한국 차의 유리창을 깬 사진이 인터넷을 돌아다니고, 한국인들에게 본보기를 보여 주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 내의 대중 감정도 나빠지고 있다. 중국의 보복 조치에 맞서 롯데를 구하자는 시위가 벌어지는가 하면 부산의 한 마트에서는 ‘중국인 출입 금지’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인터넷의 중국 관련 기사에는 제노포비아(Xenophobia: 외국인 혐오)에 가까운 댓글들 이 쏟아진다.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와 함께 뭉뚱그려 중국이 관련되면 모두 나쁘다는 식의 극단적인 발언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경제적 피해와 함께 걱정해야 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피해 규모,피할 수 없다면 줄여야 한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결과적으로 양국 모두에게 피해가 될 것은 자명하다. 한국의 대중 수출품 중 소비재는 3.8%인 반면 원자재, 부품류가 70%에 달하기 때문에 중국쪽에서도 극단적인 보복 일변도로 정책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국내 관광업계에서도 반성적 움직임이 보인다. 저가형 상품 일변도의 관행에서 벗어나 다각화된 상품을 개발하고 동남아, 일본 등지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려는 것이다.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단기적 손실은 피할 수 없다.그간의 중국편중, 의존 현상이 낳은 결과다. 2012년 센카쿠 열도 사태 이후 일본이 취했던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처럼,수출 및 투자처를 다각화 하고 중국현지관리를 효율화한다면 장기적으로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지자체나 기관 별로 피해업체를 파악하고 지원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업계의 체질 개선이 장기적 방안이라면, 당장의 피해 규모를 줄이기 위한 지자체,기관차원의 지원은 새 정부가 들어서고 본격적이고 실질적인 대응책을 찾기 전까지 개별 업체와 업계가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