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역사 산책 – 경기옛길 영남길 제6~10길

경기옛길 영남길 제6~10길

숭고한 신앙과 옛 문화의 향기가 서린 길

길을 걷는 일이란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결사 항전으로 나라와 백성을 지키던 이들의 흔적 앞에서는 마음이 숙연해지고, 천년 미륵불 앞에서는 세월 앞에 겸손해지며, 종교를 위해 죽음도 불사하며 두 손과 마음을 모으던 이들의 이야기를 마주할 때는 숭고함을 느낄 수 있다. 이야기가 가득한 영남길 제6~10길로 떠나보자.

글 구지회 사진 경기관광공사, 문화재청,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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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은이성지 ⓒ경기관광공사

제6길 은이성지·마애불길

천년의 소망을 간직한 곳
은이성지·문수산 마애불길

소요 시간 약 5시간 30분

‘숨겨진 마을(隱里)’이라는 이름 뜻의 은이성지는 조선 시대에 천주교 탄압을 피해 숨어 살던 신자들의 마을로, 한국 최초 천주교 사제인 김대건 신부도 이곳에서 세례를 받고 신학생이 됐다. 은이성지에선 김대건 신부가 훗날 사제 서품을 받은 중국 상하이 김가항 성당의 자재를 옮겨 복원한 성당, 한옥으로 지은 김대건기념관 등 김대건 신부를 기리는 흔적도 둘러볼 수 있다. 은이성지를 지나 다시 길을 떠나면 문수봉에 이른다. 산기슭에서는 은은한 미소가 아름다운 고려 전기 마애불상 두 좌를 만날 수 있는데, 해발 400m 고지에 사람 키보다 큰 보살을 새겨 넣은 천년 전 사람들의 바람이 생생하다. 마애불상을 보러 가는 길에 문수봉 곱든고개에서 내려다보는 용담저수지 풍경은 용인 팔경으로 꼽힌다.

은이성지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은이로 182
문수산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 동림리

용인 문수산 마애보살상 ⓒ경기관광공사


용인 유형원 선생 묘 문인석 ⓒ문화재청

제7길 구봉산길

수려한 산세를 자랑하는 길
구봉산·조비산·정배산·유형원 선생 묘

소요 시간 약 5시간

구봉산길은 원삼면 독성리에서 출발해 구봉산과 조비산, 정배산을 넘어 황새울마을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구봉산은 9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풍경이 멋지며, 조비산은 새가 날아 하늘로 솟구친다는 뜻을 가졌다. 특히 조비산은 용인 팔경 중 하나로, 주변에서 유일한 바위산 암벽이 수려해 암벽등반 장소로도 유명하다. 정배산에서 용인 들판과 사극 촬영 세트장 ‘용인대장금파크’를 조망한 후 동쪽 자락으로 내려오면 조선 후기 실학자인 반계 유형원의 묘가 자리하고 있다. 그의 저서 <반계수록>은 토지, 교육, 임용, 재정 등 국가 제도 전반의 개혁안을 논한 책으로, 현실 문제를 연구하는 실학이라는 학풍을 일으키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받는다.

구봉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죽능리
조비산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석천리
정배산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용천리
유형원 선생 묘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석천리 산28-1


제8길 죽주산성길

천년 성곽과 불교 유적이 있는 곳
죽주산성·봉업사·매산리 석불입상

소요 시간 약 4시간 30분

경기도 기념물 69호인 죽주산성은 삼국 시대 신라가 북진정책을 펼칠 때 축조한 산성이다. 신라 후기 진성여왕 때는 견훤이 이 성에 진을 치고 힘을 길렀으며, 고려 시대에는 송문주 장군이 몽골군을 물리치고, 조선 시대에는 황진 장군이 왜군과 싸운 격전지다. 오랜 세월 군사 요충지였던 만큼 신라 때 쌓은 내성과 고려 때 쌓은 외성 등 시대에 따라 다른 축성법 과 쓰임새를 살펴볼 수 있다. 죽주산성을 내려와 닿는 매산리에는 봉업사와 석불입상 등 다양한 고려 시대 문화 자원이 남아 있다. 대표적인 유적인 봉업사는 고려 태조 왕건의 초상화를 모시던 곳으로, 고려 시대 경기도 3대 사찰로 꼽힌다. 높이 4.7m의 당간지주(불화를 그린 기를 걸던 당간을 지탱하기 위해 세우는 기둥. 경기도 유형문화재 89호)와 6m 높이 오층석탑(보물 435호)에서 당시의 위용을 엿볼 수 있다. 바로 곁에는 고려 초기 미륵불인 매산리 석불입상(경기도 유형문화재 37호)도 서 있다. 미륵은 보살과 부처 두 성격을 모두 지니고 있는데, 이 입상은 보살상으로 만들어졌다. 성스러운 불상이지만 오동통한 살집에 좁은 어깨, 큰 머리가 볼수록 사랑스러운 어린아이 같다.

죽주산성 안성시 죽산면 죽양대로 111-31
봉업사 안성시 죽산면 미륵당길 70
매산리 석불입상 안성시 죽산면 미륵당길 32-2

안성 죽주산성 ⓒ문화재청


안성 죽산성지 ⓒ한국관광공사

제9길 죽산성지순례길

죽음으로 신념을 지킨 성지
죽산성지·흔들바위

소요 시간 약 3시간 30분

죽산성지는 국내 천주교 4대 박해로 꼽히는 병인박해 때 수많은 천주교인이 처형당한 곳이다. 원래 이 부근은 이진터라고 불렀는데, 고려 시대에 몽골군이 죽주산성을 치기 위해 진을 친 곳이라 ‘오랑캐 이(夷)’에 ‘진 칠 진(陳)’을 쓴 이름이라는 설도 있고, 천주교도가 이곳으로 끌려가면 ‘죽은 사람인 것이니 잊어라’라는 말에서 ‘잊은 터’라 부르던 것이 변한 말이라는 설도 있다. 죽산성지 뒤편 팔봉산에 오르면 신기한 흔들바위도 만날 수 있다. 엄지손가락으로 밀어도 흔들리고 바위 밑으로 실을 통과시킬 수도 있지만 절대 뒤집히지는 않는 바위다.

죽산성지 안성시 일죽면 종배길 115
흔들바위 안성시 일죽면


제10길 이천옛길

진정한 부자의 의미를 곱씹는 길
부래미마을·어재연 장군 생가

소요 시간 약 3시간 30분

이천옛길에 있는 부래미마을의 이름은 불암(佛巖)의 변한 말이다. 이 마을에 불상이 있는 돌산이 있었던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이 있는데, 인심 나쁜 부자들이 욕심 때문에 그 돌산을 없앴다가 모두 망해 버렸다는 설화도 전해 내려온다. 지금은 농촌 체험 마을로 인기 많은 곳으로, 마을을 찾는 모든 이가 부자 되고 아름다워지기를 소망하는 마음을 이름 뜻으로 삼고 있다. 부래미마을을 지나 이천옛길 종점에 이르면 프랑스군이 쳐들어온 병인양요에 이어 신미양요 때 미국군에 맞서 광성진을 지키다 동생, 부하들과 함께 순국한 어재연 장군의 생가를 방문할 수 있다. 중요민속자료 127호로 지정된 조선 후기 살림집으로, 근처에는 두 형제를 기리며 이름 붙인 두 개의 연못 쌍충연, 어재연 장군에게 조정이 하사한 충신정문, 장군의 후손들이 건립한 사당 충장사도 자리하고 있다.

부래미마을 이천시 율면 금율로640번길 177
어재연 장군 생가 이천시 율면 일생로897번길 22-47

어재연 장군 생가 ⓒ문화재청


어르신을 위한 큰글씨

은이성지
‘숨겨진 마을[隱里]’이라는 이름 뜻의 은이성지는 조선 시대에 천주교 탄압을 피해 숨어 살던 신자들의 마을이다.

구봉산과 조비산
구봉산은 아홉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풍경이 멋진 곳이며 조비산은 바위산 암벽이 수려해 암벽등반 장소로도 유명하다.

어재연 장군 생가
어재연 장군 생가는 프랑스군이 쳐들어온 병인양요와 미국군에 맞선 신미양요 때 광성진을 지키다 동생, 부하들과 함께 순국한 어재연 장군의 생가다.

부래미마을
부래미마을은 불상이 있는 돌산이 있었던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인심 나쁜 부자들이 욕심 때문에 그 돌산을 없앴다가 모두 망해 버렸다는 설화도 전해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