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

따뜻한 국수로 마음을 나누다

서정순 어울림봉사단 3대 회장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덕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어울림봉사단은 65세 이상 어르신들께 무료 국수를 대접하는 민간 봉사 단체다. 따스한 음식을 매개로 이름처럼 모두의 마음을 어울리게 하는 어울림봉사단을 찾았다.

구지회 사진 박진우


 

 

마음 넉넉하게 하는 잔치국수 한 그릇

어울림봉사단은 매월 둘째, 넷째 수요일 어르신들께 따뜻한 국수를 무료로 대접하는 봉사 활동을 18년째 이어오고 있는 봉사 단체다. “자녀 고등학교 학부모회 임원으로 활동하던 엄마들이 조직한 봉사 단체예요. 국숫집을 운영하던 이순명 초대 회장이 봉사 활동을 제안했을 때, 함께 떼는 발걸음이라면 가볍겠다 싶어 고민 없이 동참했죠.” 어울림봉사단 서정순 회장의 설명이다. 현재 어울림봉사단에서는 33명 봉사 단원이 활동하고 있다. “누구 하나 찡그리는 사람 없이 항상 즐겁게 봉사하고 있어요. 그 덕에 이렇게 오래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33명이 한마음으로 어울려 만든 국수 맛은 워낙 유명해 멀리 서울에서 찾아오는 어르신도 있다. “덕소리 어르신들께만 혹은 형편이 어려운 분께만 대접하는 자리가 아니니 누구든 따뜻한 한 끼 드시고 가셨으면 합니다.” 어울림봉사단의 국수는 어르신이라면 누구나 남들 시선 신경 쓰지 않고 든든하게 드실 수 있는 메뉴다.

소문난 어울림봉사단 국수 맛의 자랑은 국물이다. “지나가는 분들이 국물 냄새에 이끌려 건물 앞에 멈춰 서실 정도예요. 그런데 젊어서 못 드시는 경우도 있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이가 어려 어울림봉사단의 국수를 맛볼 수 없는 이들에게는 3년에 한 번 행운의 기회가 있다. “국수와 각종 음식을 모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기금 마련 바자회를 3년에 한 번씩 열어요. 다음 바자회는 내년에 있습니다.” 더욱 풍성할 그 식탁이 벌써 기대된다.

 

18년간 이어온 봉사 퍼져가는 온기

매번 꼬박 반나절이 걸리는 봉사 활동은 지금도 녹록지 않지만, 단체 결성 초창기에는 조리할 만한 장소가 여의치 않아 더 힘들었다고 서정순 회장은 말한다. “2대 회장님 덕택으로 읍민회관에 조리실을 마련하기 전에는 주차장에 천막을 쳐놓고 국수를 삶았어요. 겨울철엔 씻어놓은 그릇에 살얼음이 끼곤 했죠.”

그렇게 고생하면서도 자그마치 20년 가까이 봉사를 지속한 힘은 국수를 드신 어르신들이 보내주는 미소 하나라는 서정순 회장. 황기자 부회장 또한 “봉사하며 삶에 활기가 생기고, 남을 도울 수 있다는 마음에 자존감도 올라갔어요. 아이들도 제 모습을 보고 ‘봉사하는 엄마가 멋지다’고 하더라고요”라며 “한번 오셔서 함께해 보시면 무조건 즐거울 테니, 망설이지 말고 기꺼이 와보세요”라며 봉사를 망설이는 이들을 격려했다.

꾸준히 전해 온 어울림봉사단의 따스한 마음은 주변에도 퍼져가고 있다. “매월 1만 원씩 모은 회비는 국수를 만드는 데 쓰고 외부 찬조금은 간식을 사는 데 쓰는데, 마음 보태주는 분이 늘어 상차림이 더욱 풍성해졌어요. 상점에서 고기와 떡을 보내주시기도 하고, 개인이나 기관에서 비용을 보태주시기도 하고요.” 함께하는 마음 덕분에 어울림봉사단의 상차림은 갈수록 더욱 풍성해질 뿐이다.

마을공동체를 끈끈이 엮어온 18년 세월. 그 활동을 인정받아 서정순 회장은 국회의원상에 이어 2023년에는 경기도지사 표창장을 받았고, 회원들 또한 다수 시장상을 받았다. 그런 어울림봉사단의 2024년 바람은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는 일, 그뿐이다. “68세가 되면 어울림봉사단을 은퇴하거든요. 활동이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새해에는 젊은 신규 봉사단원이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래도록 마을공동체와 동행할 어울림봉사단 덕분에 더욱 너르고 따스해질 덕소리다.

주차장에 천막을 치고 국수를 삶았어요.

겨울철엔 그릇에 살얼음이 끼곤 했죠

 

 

 

MINI INTERVIEW

서정순

어울림봉사단 3대 회장

삶에서 느끼는 여러 행복 중 내가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정성스럽게 마련해 드릴 수 있다는 것은 크고 깊은 행복이에요. ‘내 삶을 통해 자식을 가르치는 보람’도 정말 귀하고요. 아들이 어르신을 챙기는 저를 보고는 외할머니를 참 살뜰히 챙겨요. 얼마 전에는 ‘엄마 참 열심히 살았어. 우리 엄마 멋져’라고 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