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옛 선비가 넘던 길을 따라
의왕 모락산길
조선 시대에도 고속도로가 있었습니다. 사람과 마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한양과 충청, 전라, 경상 삼남을 이어주고 있었지요. 그 길을 일컬어 삼남 대로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 무려 1천 리에 달하는 당시 최장 거리의 길이었습니다.
삼남대로를 따라 각지의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올라왔다고 합 니다. 경기도 곳곳에 당시 선비들이 한양으로 올라오던 길이 남아 있습니다. 과천에서 평택으로 이어지는 삼남길이 대표적입니다. 경기도는 이 구간의 옛길을 연구하고 고증하는 과정을 통해 ‘삼남길’이라는 역사문화탐 방로로 복원했습니다. 서울까지 이어지는 삼남길 구간 중에서도 의왕에 있는 삼남길을 찾았습니다.
이곳은 일명 ‘모락산길’이라고도 부릅니다. 모락산을 따라 넘어가기 때문이지요. 이 길의 출발점은 의왕의 대표적 명소인 백운호수입니다. 공영주 차장에서 시작해 호수의 오른편 길을 따라 정취를 즐기기 좋습니다. 그저 길을 따라 걸으면 되겠거니 했는데, 이내 당황스러운 상황을 맞닥뜨렸 습니다. 아무리 걸어도 모락산으로 향하는 길이 보이지 않는 겁니다. 알고 봤더니 호수를 따라 5분쯤 걷다가 호수 밖으로 나가 대로를 건너야 하더군요. 여기서부터는 곳곳에 붙어 있는 삼남길 표식을 따라가면 됩니다. 모락산 터널을 지나 산길로 접어들자마자 스마일 바위가 나옵니다. 마치 바위가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 듯한 인상입니다. 처음에는 어디가 그런 모습일까 싶었는데, 가만히 보고 있자니 ‘히죽’ 웃고 있는 순박한 얼굴이 그려집니다. 바위를 따라 미소를 머금고 다시 걸음을 옮겼습니다. 산 안쪽 으로 뚫린 길을 따라 고개를 넘어가니 곧바로 임영대군의 사당이 나왔습니다. 나라를 향한 충심이 깊던 임영대군의 흔적은 정갈한 자태로 다소곳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묘역을 지나 나아가다 보면 오매기 마을과 김징 묘역을 차례로 만납니다. 김징은 100년간 6명의 정승을 배출한 명문 세도가 청풍 김씨 집안의 인물입니다. 이 곳에서 의왕 시가지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이 길도 마지막에 가까워집니다.
이 길의 끝에는 정조가 능 행차를 할 때마다 머문 사근행궁 터가 있습니다. 행궁은 주민센터가 들어선 곁으로 터만 남아 있어 아쉬움이 남기도 합 니다. 임금의 간이 궁궐이었던 행궁이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해집니다. 길의 종착지는 지지대비입니다. 경기도 유형문 화재 24호로 정조의 효심을 추모하기 위해 순조 7년에 세웠다고 합니다.
모락산을 휘돌아 넘어가는 이 길은 총 길이 12.6 ㎞로 결코 쉽게 볼 수 없지만, 그리 험하지는 않 습니다. 길 사이마다 마을이 불쑥 튀어나오고 마을마다 스탬프를 찍으며 길을 차례로 정복하도 록 꾸며 놓았습니다. 쉬엄쉬엄 걷다 쉬기를 반복 하기 좋은 길입니다. 4시간에 가까운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돌아오는 길, 바스락거리는 낙엽소리가 유난히 귓가에 오래 남아 머물러 있었습니다.
▼ 클릭하시면 해당 글로 이동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