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시흥의 명소를 한 줄로 잇다
시흥 그린웨이
경기도 시흥이라는 도시는 무척 매력적인 곳이었습니다. 황량한 공업도시로만 생각한 선입견을 멋진 자연과 어우러진 갯골생태공원으로 깨뜨려 준 도시였죠. 이후로도 몇 번을 다시 찾아갔지만, 그린웨이는 처음이 었습니다. “좋다”는 말만 수없이 들은 길이었습니다.
이 길의 시작점은 ‘물왕저수지’라고 나오지만, 사실상 물왕저수지에서 흘러나온 물줄기를 따라가야 만나는 월미교부터 출발합니다. 그린웨이는 자전거 전용도로입니다. 수많은 라이더가 즐겨 찾는 코스이기도 하죠. 휴일이면 이 길을 따라 달리는 라이더들이 쉼 없이 나타납니다. 물론 걷기 여행을 하기에도 그만입니다. 자전거 라이더는 그네들만의 흐름을 형성 하며 요령껏 걷는 이를 배려하면서 달리기에 전혀 위험하지 않습니다.
이 길의 총 길이는 7.5㎞ 정도. 물왕저수지에서 시작해 연꽃으로 유명한 관곡지를 지나 갯골생태공원까지 이어집니다. 자전거를 타고 더 달리고자 한다면 오이도까지도 나아갈 수 있습니다. 시흥의 명소를 이 길 하나로 이어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흥은 경기도 내에서 쌀 재배를 가장 많이 하는 지역입니다. 그린웨이 양쪽으로 누런 벼가 고개를 숙이고 끝없이 줄을 섰습니다. 저 멀리에서는 추수하는 농부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줄곧 물길을 따라 걷는 길이기에 여 러모로 눈이 시원합니다. 수십 년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것 같은 커다란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고 그 아래에는 지나가는 이가 쉬었다 가기 좋은 벤치를 마련해 놓았습니다. 걷다가 잠시 앉아 쉬다가 다시 걷기를 반복합니다. 나무 그늘에서 앉아 있노라니 시원한 바람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씻어 줍니다.
한참을 걷다 보니 곁으로 광활한 연밭이 나타났습니다. 관곡지입니다. 이곳에는 연꽃테마파크가 조성돼 있습니다. 여름이면 단아한 자태를 뽐냈을 꽃의 이파리는 간데없습니다. 쓸쓸해 보이기까지 하는 몸뚱이를 추스르며 연은 그렇게 겨울을 나겠지요. 연밭 저쪽에는 벌써 철새가 날아와 날개를 쉬고 있었습니다. 왜가리니 백로 같은 새들도 물가에 앉아 햇볕을 쬡니다. 곳곳에 세워진 표지판을 보니 천연기념물인 저어새도 이 곳을 즐겨 찾는다고 합니다. 주걱처럼 불룩하게 생긴 주둥이가 궁금했는데, 이날은 나타나지 않 았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걷습니다. 한참을 걷다 보니 길의 종착점인 갯골생태공원이 나타납니다. 시흥에 대한 저의 편견을 깨준 바로 그곳 입니다. 갯골은 육지 안쪽 깊숙한 곳까지 바닷물 이 밀려들어 만들어진 골입니다. 마치 강처럼 보 이지만, 썰물이면 저 물줄기가 모두 바다 멀리 빠져나가며 바닥의 갯벌을 드러냅니다. 해양생태계와 육지의 생태계가 이곳에서 조화를 이루며 건강한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줍니다.
예전에는 이 일대가 엄청난 규모의 염전이었다고 합니다. 해 질 녘이면 이곳에 내려앉는 노을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붉게 타들어 가는 하늘 앞에서 넋을 놓고 하루의 마지막을 보냅니다. 시흥의 가을은 보석처럼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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