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짓으로 평화의 역사를 이어가다

몸짓으로 평화의 역사를 이어가다 

경기무형문화재 제53호
김근희 경기검무 보유자

일반적으로 칼은 무기로서 전쟁을 상징하지만, 칼목이 부러진 칼은 어떨까?
경기검무에서 사용하는 칼은 무기라기보다는 평화를 뜻하는 하나의 상징물이다.
칼목을 부러뜨린 칼은 동작에 따라 ‘챙’ 하고 부딪치는 소리가 나기도 하고, 휘둘러지기도 한다.
경기검무는 살생하는 검마저도 예술성으로 승화시켜 전통 무용으로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글 강나은•사진 경기검무 보존회, 장병국

살생이 아닌 평화를 추구하는 경기검무

경기무형문화재 제53호 김근희 경기검무 보유자는 10대시절부터 국악원을 다니며 기본기처럼 검무를 배웠다. 이어 그녀는 경희대 대학원 무용과를 졸업하고, 중요무형문화재 강선영 선생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실력을 길렀다. 그 결과 김근희 선생은 2011년 경기무형문화재 제53호로 지정되었고, 한국무용협회에서 수여한 ‘2017 예술대상’을 받으며 경기검무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2011년 국가 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이수자이자 보존회 회장, 이정범류 설장고 보존회 회장, 한국무용협회 이사, 경기도 도립무용단 예술감독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근희 경기검무 보유자에게 경기검무는 일생을 바칠 만한 가치가 있는 무용이었다.

“경기검무는 우선 살생이 아닌 평화를 추구하는 철학으로 추는 춤입니다. 요즘은 공동체 정신과 상생이 중요한 정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은 이러한 평화의 철학을 넣
어 춤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왔습니다. 또한 경기검무는 정중동이 분명해요. 외유내강을 몸짓으로 보여주죠. 자신을 지킨다는 기백도 깃들어 있지만 부드럽게 풀어가는 유연함도 뛰어난 춤이에요. 그것이 여느 춤과 다른 경기검무의 매력이죠.”

시대의 가치관과 철학이 녹아든 검무

검무는 고대까지 그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 제천의식을 지내기 위해 추었던 검무는 하늘과 땅을 잇는 매개체였던 동시에 사람들에게도 큰 의미가 있었다. 검이 부와 명예를 상징했기 때문이다.

“시대에 따라 그 시대의 가치관과 철학이 검무에 녹아들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몸짓으로 역사를 이어간다고 표현하는 이유입니다.검무 순서는 비슷할지 몰라도 미묘하게 변화하면서 발전하는 것이 검무죠. 다음 세대에도 이 역사가 이어지도록 전달하는 역할이 제 천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를 위해 그녀가 소망하는 것이 있다. 경기도나 구리시에 전시관과 연습실을 지어 경기검무의 명맥을 이어가는 것이다. 국내외 관람객이 경기검무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제가 직접 춤을 추기도 하지만 경기무용예술단 예술감독으로 많은 공연을 했어요. 특히 외국에서 열리는 공연에서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을 널리 알릴 때 가장 뿌듯하더라고요. 우리나라 전통 무용은 굉장히 다채로워요. 풍물놀이, 장고춤처럼 다이내믹한 춤이 있다면, 한편으로는 이도령과 춘향이의 사랑을 담은 춤, 강강술래처럼 집단 춤도 있지요. 한 시간 이렇게 공연을 하고 나면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치는 모습을 자주 봤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경기도에서, 또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통 무용 한길을 꾸준히 걸어온 경기무형문화재 제53호 김근희 경기검무 보유자에게서는 전통 무용을 이어간다는 자부심뿐 아니라 전통 무용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이 동시에 엿보였다. 그녀를 통해서만 전승될 경기검무가 그녀로 인해 더욱 발전하며 전통문화 일부로 많은 이에게 알려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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