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인폭포는 약 50만 년 전에 용암이 낸 물길이다. 지금의 강원도 평창군에 있는 오리산과 680m 고지에서 분출한 용암이 옛 한탄강을 따라 낮은 지대로 흐르며 모양을 잡았다. 이후 숱한 계절과 물이 지나며 용암을 식히면서 폭포가 만들어졌다. 매일 약 18m 높이에서 낙하하는 엄청난 양의 물이맑은 물길을 연다. 붉은 용암이 만든 폭포는 이제 명랑한 사파이어색으로 빛나며 여행자를 맞이한다.
재인폭포에는 두 개의 주차장이 있다. 폭포 전망대 바로 앞에 있는 1주차장은 성수기에는 노약자와 장애인 등 교통 약자에게만 개방된다. 2주차장은 재인폭포를 향해 난 산책 코스를 따라 도보로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 여건이 된다면 2주차장에서부터 산책코스를 따라 천천히 걸어보길 권한다. 절벽을 따라 난 산책로는 이를테면, 용암이 만든 작품이 걸린 전람회다. 갈색과 회색의 현무암 사이사이 자라는 나무와 꽃은 생명의 의지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시간과 생명이 만든 작품을 천천히 지나고 나면,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를 마주하게 된다. 그곳에 잠시 서서 떨어지는 물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바다가 돼 사명을 다하는 물도 멋지지만, 폭포 아래서 잠시 쉬어가는 물도 충분히 찬란하다.
주소 연천군 연천읍 부곡리 192
균열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모두가 꿈꾸는 안정적인 일상이란 아마도 균열이 없는 시간의 연속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하루에도 수차례 균열을 맞이한다. 계획대로 되는 일은 거의 없고, 예상치 못한 사건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균열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은대리 판상절리와 습곡구조를 둘러보길 추천한다. 판상절리는 암석에 동심원 모양으로 평행하게 생긴 균열이 만든 지질이다. 용암이 굳어지며 만들어진 암석 위에 또 다른 암석이 쌓이고, 그 위에 흙이 덮이고, 또 그 위로 나무가 자라며 아래쪽 암석을 짓눌러 생긴 균열의 결정체다.
은대리 판상절리와 습곡구조는 한탄강 지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지형이기 때문에 학술적으로도 가치가 매우 높다. 여기서는 판상절리와 함께 물속에서 분출한 용암이 굳어진 베개용암, 석탄재가 녹아 덩어리로 굳은 클링커 등 다양한 형태의 지질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특히 암석 표면이 곡선으로 휘어져서 형성된 습곡구조는 마치 돌로 만든 파도처럼 보인다. 제멋대로 휘어진 모양이 휘몰아치는 듯한 착각이 든다.
약 50만 년 전부터 시작된 은대리의 균열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토록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했다. 여기서 일상의 균열을 잠시 긍정해 보는 건 어떨까. 저마다 다른 균열을 경험하며 살고, 그 균열들은 고유한 모양을 내며 완성된다. 어쩌면 가장 나다운 삶이란 일상의 균열을 차곡차곡 쌓아두는 일인지도 모른다.
주소 연천군 전곡읍 은대리
비둘기낭폭포는 현무암이 침식되며 형성된 협곡이다. 2012년 천연기념물 제537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 모양이 꼭 비둘기 둥지와 닮았다고 해서 비둘기낭이란 이름이 붙었다고도 하고, 폭포 주변 동굴에 양비둘기 서식지가 있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지금은 주변에 공원이 만들어져 쉽게 찾아갈 수 있지만, 예전에는 우거진 수풀에 가려 있어 숨기 좋은 장소였다. 실제로 6·25전쟁 당시 많은 사람이 숨어 있던 대피소 역할을 했다고 한다. 폭포를 둘러싼 현무암 절벽은 오래전엔 전쟁을 피해 숨어든 사람들을 품었고, 이제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품어주고 있다.
비둘기낭폭포 입구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내는데,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서는 기분이 든다. 공기는 점차 시원해지고, 물은 진하게 색을 더해 간다. 그래서인지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영화 <대호> <늑대소년>과 드라마 <추노> <괜찮아 사랑이야> 등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현실이 버거울 때 환상으로 우리를 위로하는 게 영화나 드라마라면, 비둘기낭폭포 역시 비현실적인 풍경으로 우리를 포근하게 품어준다. 그런 자연이 만든 환상적인 둥지에서 잠시 쉬어 가길 권한다.
주소 포천시 영북면 대회산리 415-2
포천 한탄강 하늘다리는 2018년 준공된 높이 50m, 길이 200m의 현수교다. 국내 유일의 현무암 침식 하천인 한탄강 주상절리 협곡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 관광객이 재미있게 관람하도록 흔들다리 형태로 제작돼 아이들도 즐기기에 좋다. 특히 중간중간 유리로 바닥을 만들어 마치 하늘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을 가장 아찔하게 경험하는 곳이기도 하다.
주소 포천시 영북면 대회산리 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