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맛 여행 – 한국 현대사 함께한 경기도 부대찌개

한국 현대사 함께한 경기도 부대찌개

 

얼큰한 국물이 밴, 어슷하게 썬 소시지와 스팸 등을 골라 건져 먹고, 하얀 쌀밥에 풍미 가득한 국물을 자작하게 비벼 수북이 한입 넣으면 만족감에 진짜 미소가 절로 나온다.

냄비에 공간이 생기는 적절한 타이밍에 라면을 넣어 성찬을 마무리한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부대찌개의 유래부터 지역별 맛의 특징까지 알아본다.

 

글. 이선영 사진. 정송화 참고. 경기도청, 의정부시청, 평택시청, 나무위키

 

아픔의 역사가 담긴 음식

부대찌개의 기원에 대해선 1960년대 베트남전쟁 파병 당시 보급품 중 하나였다는 설과 한국전쟁 이후 주한 미군 부대 근처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했다는 설 등으로 분분하지만, 둘 다 어려웠던 시기 아픔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베트남전쟁 기원설과 관련해선, 작가 황석영 씨가 대한매일에 연재한 내용에 베트남 전쟁 때 미제 전투식량 깡통에 든 소시지 등 을 김치, 고추장과 섞어 찌개로 끓여 먹은 추억이 회고한 글이 있다.

 

미군 부대 근처 발생설과 관련해선, 한국전쟁으로 온 국토가 폐허가 되어 먹을 것이 귀했던 당시 의정부, 동두천 등지의 주한 미군 부대에서 유출된 햄, 소시지, 베이컨 등은 ‘부대고기’라고 불리는 귀한 식재료였다.

 

당시 군부대 보급품 유출은 엄연한 불법이어서 초창기 부대찌갯집 사장들은 인근 부대에 불려가 엄중한 경고를 받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서양식 식재료는 우리 입맛에 너무 느끼해 고추장과 떡, 신선한 채소를 넣어 얼큰하고 개운하게 끓여 먹은 것이 부대찌개의 유래다.

 

음식의 이름 또한 미군 부대에서 ‘부대’라는 단어를 따왔다.

 

서양과 한국 식재료의 조화

부대찌개는 햄, 소시지, 베이컨 등 서양 식재료와 김치, 고추장 등 동양 식재료가 어우러진 퓨전 음식이면서 매운 찌개라는 한국 요리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재료를 푹 고아낸 국물에 팔팔 끓이다 어느 정도 건더기를 건져 먹은 후 쫄깃한 면 사리를 넣어 먹는 맛이 별미다.

 

의정부와 동두천 등 지역 토박이 어르신들에 따르면, 초창기에는 국물이 거의 없는 볶음 형태이다가 이후에 찌개로 바뀌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맛과 향이 뛰어난 정통 고급 햄을 사용하면 부대찌개 맛이 제대로 나지 않으며, 오히려 저렴한 재료를 사용해야 제맛이 난다는 사람들도 있다.

 

골라먹어볼까? 지역따라다른부대찌개

햄과 김치의 어울림 의정부 부대찌개

 

의정부가 부대찌개의 본고장으로 알려진 배경에는 신병 훈련소인 제306보충대대가 있다.

 

예전에는 입영을 위해 전국에서 올라온 젊은 청년과 가족들이 의정부에서 부대찌개를 처음 접하는 경우가 꽤 많았다.

 

의정부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유명한 부대찌개 집이 즐비한 부대찌개 거리가 존재한다.

 

매년 부대찌개 축제도 개최된다. 대체로 의정부 부대찌개는 개운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걸쭉하고 진한 국물 맛 평택 송탄 부대찌개

 

평택 송탄식 부대찌개는 소 사골 육수와 치즈를 넣어 걸쭉하고 진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재료에는 감칠맛의 핵심인 냉동 소고기 민지(소고기 잡육), 가늘고 길게 채 썬 프레스 햄과 소시지, 치즈와 토마토소스, 설탕에 재운 강낭콩을 푹 삶은 콩 통조림인 베이키드 빈스, 대파, 양파, 김치가 들어간다.

 

국물이 끓으면 향을 살리기 위해 간 마늘을 추가로 넣는다.

사실 지역별 부대찌개의 유형을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

식당마다 사용하는 식재료가 다를뿐더러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재료가 변해왔기 때문이다.

경기도 각 고장 부대찌개의 특징을 살펴보자.

 

글. 이선영 사진. 정송화

 

초창기 모습 그대로 동두천 부대찌개

동두천 부대찌개는 부대찌개의 초기 모습인 국물이 거의 없는 볶음에 가깝다.

 

커다란 철판에 양파를 먼저 볶다가 다양한 종류의 소시지와 햄, 양파와 양념장을 넣고 볶아 달짝지근하고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소시지와 햄의 양이 다른 지역 부대찌개에 비해 상당히 많이 들어간다.

 

의정부 부대찌개와 닮았지만 당면과 쑥갓이 들어가는 것이 다르다.

 

극단적인 담백함 파주 부대찌개

 

파주식 혹은 문산식 부대찌개라고도 부른다.

 

파주식 부대찌개는 의정부 부대찌개나 평택 송탄 부대찌개에 비해 극단적인 담백함을 추구한다.

 

사골 육수가 아닌 맹물 또는 채소를 우린 맛국물이나 김칫국을 넣는다.

 

모닝햄이라고 하는 브렉퍼스트 소시지를 큼직하게 썰어 넣어 특유의 쫄깃한 식감을 즐기며 쑥갓을 가득 넣어 매운탕 같은 비주얼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고기 전골에 가까운 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