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역사산책

경기옛길 평해길 제1~5

물길 따라 삶의 근심 흘려보낸 길

평해길은 서울에서 경기도 동부, 강원도를 통과해 경상북도 울진 지역의 옛 이름인 평해 지방까지 잇던 길을 말한다. 관동 지방인 강원도와 이어지기에 관동대로라고도 부른 이 길을, 어린 율곡을 데리고 한양으로 오던 신사임당과 영월로 유배 가던 단종 등 오랜 세월 수많은 이가 걸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되새기며 평해길 제1~5길을 따라가 보자.

구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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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길 망우왕숙길

근심을 잊는 안식처

망우산, 망우리묘지, 왕숙천

소요 시간 2시간 40분

 

평해길의 시작인 망우왕숙길은 망우산에서 시작한다. 망우산은 태조 이성계와 무학대사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으로, 전설에 따르면 무학대사가 정해준 자신의 묏자리를 이곳에서 굽어보고 흡족해한 태조가 “이제는 근심[憂]을 잊게[忘] 됐다”라고 감탄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인근 왕숙천도 태조와 관련이 있다. 함흥에서 돌아오는 길에 이 지역에서 태조가 여덟 밤을 묵었기에 근처 하천을 왕숙천(王宿川)이라 부르게 됐다는 것. 왕릉이 자리했던 망우리에는 일제강점기 이후 빈민과 무연고자까지 품는 공동묘지가 자리했다. 역사문화공원으로 탈바꿈한 이곳에는 유관순, 한용운 등의 독립운동가와 이중섭 등의 예술가 등이 잠들어 있으니 흠모하는 마음으로 방문해 보면 어떨까.

 

왕숙천 남양주시 다산동 일대

 


 

2길 미음나루길

 

한강 풍경 곁에 둔 길

미음나루풍속마을, 석실서원

소요 시간 3시간 40분

 

미음나루길은 한강을 오가던 배들의 중간 쉼터였던 미음나루에서 팔당역까지 이어지는 구간으로, 예로부터 한강 풍경이 가장 수려하기로 꼽히던 곳이다. 이제 나루터는 사라졌지만 주막 대신 음식점이 즐비한 미음나루풍속마을이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러 오는 관광객을 맞이한다. 길을 걷다 보면, 병자호란 당시 충신 김상용과 김상헌의 충절과 학덕을 추모하기 위해 설립한 석실서원 터가 있다. 서원이란 지금의 사립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곳으로, 이곳은 1656년 현종이 이름을 지어 내린 편액 덕분에 특별히 격이 다른 서원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조선 말기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지금은 그 터만 찾을 수 있다.

 

미음나루풍속마을 남양주시 수석동 369-15

석실서원 터 남양주 수석동 산2-1

옛 미음나루터 인근


다산 정약용 생가 여유당

 

3길 정약용길(마재옛길)

 

다산 정약용의 자취를 느낄 수 있는 길

팔당댐, 정약용 유적지 다산기념관,

실학박물관, 능내역 폐역

소요 시간 4시간

 

정약용길의 시작은 수도권 시민의 수원(水原) 팔당댐이다. 이 지역을 팔당이라 부르는 데에는 두 가지 설이 있는데, 하나는 호수 둘레에 당집이 여덟 군데 있었던 데서 유래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강 변에 넓은 나루가 있어 바다나루, 바대이, 바당이라 불리던 데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길 이름에 맞게 정약용길 곳곳에는 정약용의 자취가 짙게 배어 있는데, 이는 이 길에 다산이 태어난 곳이자 말년을 보내며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한 마재마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중앙선 폐역에서 관광 쉼터로 거듭난 능내역은 팔당에서 양평까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중간 기착지로 애용하는 곳이다.

 

 

정약용 유적지 다산기념관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94

실학박물관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27-1

능내역 폐역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131-1

 


 

4길 두물머리나루길

 

순국선열의 혼이 함께하는 길

두물머리, 한음 이덕형 묘 및 신도비,

양평 몽양기념관

소요 시간 5시간

 

남한강과 북한강 두 물줄기가 만나 한강의 머리가 되는 두물머리가 흐르는 이 길은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될 만큼 풍경이 아름다워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이른 아침에 피어나는 물안개와 일출, 강에 걸려 있는 황포돛배, 도당 할매 느티나무 등이 유명하다. 이 중 도당할매 느티나무는 수령 500년이 넘었다고 하는 상서로운 나무로, 지역민이 무려 400년간 매년 음력 9월 2일이면 ‘도당제’를 올리고 있다. 두물머리를 떠나 길을 걷다 보면 ‘오성과 한음’으로 유명한 한음 이덕형의 묘와 신도비(왕이나 고관의 생애와 업적을 남기는 묘 근처의 비석), 통일정부를 꿈꿨던 독립운동가 몽양 여운형의 생가와 기념관도 만날 수 있다.

 

두물머리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한음 이덕형 묘 및 신도비 양평군 양서면 목왕리 산 153

몽양기념관 양서면 신원리 623-2

 

두물머리

수청나루

 


5길 물끝길(양근나루길)

 

아름다운 물길

수청리나루, 들꽃수목원, 양근성지

소요 시간 4시간 30분

 

양근나루길이라고도 부르는 물끝길은 남한강을 끼고 신원역에서 양평역까지 걸어가는 길이다. 서울 마포나 뚝섬에서 배로 실어와 양근나루에 부린 새우젓을 마차로 강원도 홍천이나 횡성으로 보내던 이 길에는 아직도 나룻배가 다니는 나루터 수청리나루가 있다. 남한강 경기도 구간에서 유일한 이 나루터에서 기관선을 타려면 누구든 비치된 태극기를 올리기만 하면 된다. 길 끝자락에는 약 4만m2 대지에 펼쳐진 들꽃수목원도 만날 수 있다. 한강 곁에 자리해 더욱 아름다운 수목원을 지나면 천주교 성지 양근성지가 나온다. 한국 천주교 창립의 주역인 권철신, 권일신 형제가 태어난 곳으로 현재 양평읍사무소 자리를 생가터로 추측한다.

 

수청리나루 광주시 남종면 수청리 1110-5

들꽃수목원 양평읍 오빈리 365-1

양근성지 양평읍 오빈리 173-2

 

 

어르신을 위한 큰 글씨

 

망우산

무학대사가 태조 이성계의 묏자리를 이곳으로 권한 후 태조가 망우산 길 위에서 보니 과연 명당이었다. 태조가 “이제는 근심을 잊게 됐다”라고 감탄한 데서 ‘망우(忘憂)’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전설이 있다.

 

팔당댐

팔당이란 이름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호숫가에 당집이 여덟 군데 있었던 데서 유래했다는 것과 한강 변에 넓은 나루가 있어 바다나루, 바대이, 바당이라 불린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그것이다.

 

오성과 한음

오성 이항복(1556~1618)과 한음 이덕형(1561~1613)은 조선 선조 때 이름난 관리로, 형제가 어려서부터 기지가 뛰어나 수많은 일화를 남겼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담을 넘은 감나무 가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