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진 것과 드러난 것 사이
물안개 피어나는 양평 두물머리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는 한때 사람과 물건을 실어 나르는 나루터가 있던 곳이지만 팔당댐이 생기면서 물길의 흔적만 남았다. 예전 두물머리가 내려다보이는 운길산 수종사에 선 묵객은 잠시 세상의 시름을 잊고 벅찬 감동을 시와 화폭에 담았다. 이제는 그들을 볼 수 없지만,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새벽이면 아름다운 풍경을 담기 위해 찾은 아마추어 사진가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글 정명곤
물안개 가르는 나룻배가 그리는 풍경
두 물길이 만나는 곳이라는 뜻을 지닌 양평 두물머리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한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양수리 남쪽 삼각형 모양의 대지 일대를 일컫는다. 원래는 사람과 물류를 나르는 나루터가 있는 곳이었는데, 하류에 팔당댐이 완공되며 물길이 사라졌다. 댐의 영향으로 수량이 늘어 강폭은 넓어지고 물의 흐름이 잔잔해졌다. 두물머리 일대에는 부들, 갈대, 연꽃, 마름 등 잔잔한 물을 좋아하는 수생식물이 철철이 존재감을 뽐낸다. 밤과 낮의 기온차가 큰 날이면 두물머리 일대에 물안개가 피어 오르는데, 운이 좋으면 황포 돛을 단 나룻배가 고요히 물안개를 가르는 절경을 마주할 수 있다.
두물머리
수종사
수종사와 정약용 선생
북한강을 낀 남양주 운길산 중턱엔 이 두물머리를 내려다볼 수 있는 명소 수종사가 있다. 경의중앙선 운길산역에서 도보로 약 1시간 반을 오르면 만날 수 있는 수종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사찰로 신라 시대에 처음 지어진 것으로 알려지며, 조선 세조의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 세조가 지병을 치료하기 위해 강원도에 다녀오다 양수리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잠결에 은은한 종소리가 들려왔다. 종소리의 근원을 찾아보니 근처 토굴 속에 18 나한상(다양한 자세와 지물을 든 불교 조각)이 있고 바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종소리를 내고 있었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이 사찰에 수종사라는 이름이 지어졌다는 전설이다. 수종사에는 다산 정약용의 일화도 전해 내려온다. 다선(茶仙)이라고 불리던 초의선사가 정약용을 찾아와 한강의 풍광과 함께 차를 즐긴 장소로 차와 깊은 인연을 품고 있다.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마재마을은 다산 정약용의 고향으로, 정약용 선생과 관련된 유적지 등이 다수 조성돼 있다. 두물머리에서 자가용으로 15분 정도를 달리면 정약용유적지와 실학박물관, 다산생태공원을 만날 수 있다. 인근에는 양평군에서 생태환경을 이용해 만든 정원 세미원이 있는데 여름철이면 각종 수생식물이 싱그러움을 뽐낸다. 20만7,587m2 면적에 연못 6개를 조성해 연꽃과 수련, 창포를 심었다. 세미원은 도민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자연정화 기능도 제공한다. 6개의 연못을 거친 한강 물은 중금속과 부유물질이 걸러지며 팔당댐으로 흘러 들어가게 만들어졌다.
옛 화폭 속 두물머리
양평 두물머리의 아름다움은 옛 화가들의 마음을 훔쳐 이곳저곳에 작품으로 남았다. 정선의 <경교명숭첩>중 ‘독백탄(獨栢灘)’은 이 중 으뜸으로 꼽힌다. 그림의 중심에 있는 섬은 족자도이고, 오른쪽 위의 산은 수종사가 있는 운길산이며, 산 아래 왼쪽 끝에 자리한 마을은 정약용의 고향인 마재마을이다. 여울을 건너는 나룻배도 표현돼 있다. 이 외에도 정수영의 ‘한·임강명승도권’, 이건필의 ‘두강승유도(斗江勝遊圖)’에서도 두물머리의 아름다움을 찾아볼 수 있다.
정선, ‘경교명승첩'(1741) 중 ‘독백탄(獨栢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