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50년 역사의 이국적인 보물 창고
평택국제중앙시장
평택국제중앙시장은 송탄이라고 알려져 있는 미군부대 인근의 거리입니다. 시장이라고 하지만 그 가운데로 길게 뻗은 도로 양쪽으로 늘어선 건물의 모습은 영어 간판이 많아 마치 미국의 코리아타운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 사이사이 자리한 골목으로 들어가면 비로소 이곳이 시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깨닫게 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시장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외양을 갖춘 이곳이 바로 평택국제중앙시장입니다.
이 시장이 만들어진 배경을 알아보려면 50년도 훨씬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6·25전쟁 이후 미군부대가 이곳에 자리를 잡았고, 군부대 입구부터 큰길로 나아가는 도로 양쪽으로 상인들이 모여 들었습니다. 보릿고개 넘어가는 것조차 힘에 부쳤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이곳 토박이 김용균 씨(53)에게 이 시장의 역사를 물었습니다. 그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어이쿠, 내가 아는 것만 50년이 훌쩍 넘어요. 저도 온전히 기억하지 못하는 시절의 이야기인걸요. 다만 지금은 여기도 참 많이 변했습니다. 처음 시장이 생겨서 한창 흥하기 시작하던 때에는 이 바로 앞에 도랑이 있었어요. 참 맑은 냇가였는데, 지금은 이렇게 도로가 그 위를 덮고 있죠.”그의 말에 시선을 돌려 바라본 곳에는 도랑 대신 크고 작은 건물이 줄지어 섰습니다. 김 씨에 따르면 평택국제중앙시장 안팎으로 56개의 바(Bar)가 있다고 합니다. 시장이라는 단어와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지만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이기도 합니다. 값싸지만 눈길을 사로잡는 의류와 액세서리가 많아 골목 사이마다 보물창고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평택국제중앙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햄버거입니다. 한평생을 ‘미쓰리’라고 불리던 아주머니께서 만들어 팔던 것인데, 워낙 값싸고 맛이 좋아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지금은 수십 년간 장사를 하던 곳에서 자리를 옮겨 근사한 곳에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햄버거를 시켰더니 세로로 15센티미터쯤은 될 법한 크기에 온갖 내용물이 그득합니다. 소스마저 듬뿍 뿌려주니 맛이 없을 수가 없네요. 만족스럽게 식사를 하고 배를 두드리며 가게를 나섰습니다.
평택국제중앙시장으로 여행을 갈 때는 꼭 토요일에 맞춰 가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K55라 불리는 미군부대로 들어가는 작은 기찻길에 토요일에만 열리는 장터가 있기 때문입니다. ‘나이트마켓’이라 이름 붙은 이 장터는 오전부터 해질 무렵까지 열리는데, 다른 곳에서 먹기 힘든 이국적인 먹거리가 많기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가족 단위 여행객이 특히 많이 찾아온다고 하네요.
핑크빛 진열대가 늘어선 기찻길 위로 노을이 내렸습니다. 이곳 골목을 모두 탐험하기에는 하루해가 짧습니다. 어쩔 수 없지요. 이곳은 꼭 다시 와야만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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