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3월 15일 마산. 부정으로 얼룩진 정·부통령 선거에 분노하며 수많은 청년학도가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러나 평화적 시위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학생들을 무차별 체포하고 발포까지 하는 등 무력진압으로 일관했고, 이 과정에서 7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80여 명이 사상자가 발생했다.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결정적 사건은 김주열 군의 사망이다. 시위 도중 실종됐던 마산상고생 김주열 군의 시신이 실종 한 달 후 오른쪽 눈에 최루탄이 박힌 처참한 모습으로 바다에 떠오르자 이승만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그리고 1960년 4월 18일. 김주열 군의 소식을 접한 서울의 대학생들은 고려대에 집결해 시위를 이어갔고, 이날 밤 자유당의 사주를 받은 반공청년단이 각목을 들고 학생들을 습격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깡패들에게 속수무책으로 폭행을 당한 학생들은 목발을 짚고 피를 흘려가며 다음날인 4월 19일 시위를 주도했고, 그런 학생들을 지지하기 위해 시민들이 가세하면서 서울에서만 3만여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이승만 하야’를 외쳤다.
경찰은 처음부터 무력진압으로 일관했고, 서울에서만 130여 명이 사망하고 1천여 명의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거리엔 시민들의 붉은 피가 흩뿌려졌다. 잔인한 진압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저항은 더욱 거세어져 범국민 항쟁으로 확대됐고, 결국 이승만 대통령은 시민들의 분노에 굴복해 사임을 발표한 뒤 미국으로 망명했다. 그는 다시는 대한민국 땅을 밟지 못했다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4·19혁명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3·15부정선거였다. 당시 자유당이 저지른 부정선거는 상상을 초월했다. 사전투표함에 이승만·이기붕의 표를 미리 잔뜩 넣어두고 투표를 시작하는 ‘사전투표 조작’에서부터 개표장의 전기를 끊은 뒤 혼란을 틈타 투표함을 바꿔치기하는 ‘올빼미표’, 개표 과정에서 자유당에 매수된 검표원이 야당 후보의 표를 피아노 치듯 무더기로 무효표 처리하는 ‘피아노표’, 야당 후보의 투표용지
뭉치 맨 앞과 뒤에 이기붕의 표를 덧씌워 죄다 이기붕의 득표로 조작하는 ‘샌드위치 개표’ 등 졸렬하기 그지없었다. 조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기붕의 표를 너무 많이 조작하는 바람에 유권자 수보다 투표용지가 더 많이 나오자 이를 숨기기 위해 투표함을 불태워 버리는 행위까지 자행했다.
4·19는 노회한 독재정권에 대한 시민들의 준엄한 심판이었다. 청년학생과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수많은 희생을 치르며 피를 흘린 이유는 단 하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4·19는 ‘미완의 혁명’이 되고 만다.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하고 개헌을 통해 제2공화국이 출범했지만 이듬해 5·16군사정변이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를 겪으며, 수많은 희생 끝에 일궈낸 4·19의 소중한 가치가 훼손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2016년 광화문에서 역사는 재현됐다. 4·19의 역사를 기억하는 후대의 시민들이 권력을 심판하기 위해 다시금 광장으로 모인 것이다. 수많은 국민이 거리를 가득 메운 촛불혁명은 헌법의 이름으로 대통령을 탄핵하고, 선거로 정부를 세운, 미완의 4·19가 이루지 못한 ‘민주주의’ 혁명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민주주의를 간절히 염원하는 시민들의 뜻이 담긴 4·19혁명. 우리나라가 오늘날 민주주의 토대를 갖출 수 있던 것은 당시 수많은 시민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60년 독재정권을 타도한 청년학생과 시민들의 희생이 민주주의의 씨앗이 돼 지금의 중앙정부와 국회, 지방정부와 의회라는 민주주의의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경기도의회는 과거 4·19혁명이 후세대인 우리에게 ‘건강한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다 같이 정의롭게 사는 민주공화국을 지켜내라’는 헌법적 명령을 하고 있다고 인식한다. 이에 경기도의회는 민주주의를 위해 피 흘린 시민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자 4·19혁명과 6·10민주항쟁 등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와 역사 계승 및 민주시민의식 고양을 위한 기념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4·19혁명 60주년을 맞아 당시 영령들이 후대에 전하는 ‘민주주의 수호’라는 숭고한 명령을 기억하며, 경기도의회를 모든 민주적 절차에 의해 모든 도민의 뜻이 반영되는 성공적인 민주주의 실천의 장으로 계승 및 발전시켜 나갈 것을 다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