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 듬뿍, 수제 마스크로 코로나19를 이겨내요!

안산시자원봉사센터 마스크 제작 현장
온정 듬뿍, 수제 마스크로 코로나19를 이겨내요!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마스크를 직접 만드는 자원봉사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능숙하게 재봉틀을 다루는 재능기부에서부터 이제 막 바느질을 배운 고등학생들의 고사리손에 이르기까지 경기도 곳곳에서 훈훈한 온정의 꽃이 피어오르고 있다. 그중의 한 곳인 안산시자원봉사센터의 마스크 현장을 들여다봤다.
소외계층을 돕기 위해 모인 안산의 천사들

“하루에 보통 20~30명이 모여 마스크를 만들고 있어요. 안산 지역 자원봉사 동호회와 새마을협의회, 체육회, 세탁협회, 기업 등 여러 곳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분들과 함께하고 있죠. 전염을 막기 위해 오랫동안 저희와 활
동하며 신뢰가 쌓인 분들을 위주로 자원봉사자를 선별하고, 해외에 다녀오거나 확진자 혹은 외국인을 접촉한 적은 없는지 철저히 확인하고 있습니다.”
오전 10시가 되자 안산시자원봉사센터의 최인순 팀장이 작업 시작 전 자원봉사자들을 하나하나 체크하며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안산시자원봉사센터가 마스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11일부터다. 전국적으로 마스
크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는 취약계층의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오자 회원들은 “우리가 직접 만들어서 나누어 주자”며 모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재봉틀을 다룰 줄 아는 자원봉사자들이 하나둘씩 자발
적으로 모이고 안산시여성비전센터에 작업실을 빌려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필터 교체형 면마스크

“처음 만들 때는 재료를 직접 구입했어요. 원단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서 부담을 느끼고 있을 때 다행히도 안산시에 소재한 여러 원단공장에서 자투리 천을 공급해 줬어요. 면마스크는 전염을 막지 못한다는 언론보도가 나왔을 때 지금까지 정성스레 만든 마스크를 남들한테 줄 수 없다는 사실에 한숨짓기도 했는데요. 자원봉사자 중 누군가 ‘면을 이중으로 재봉해 그 사이에 일회용 필터를 넣고 교환하는 방식으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내면서 다시금 활기를 띠게 됐습니다.”
하루에 생산하는 마스크는 보통 300~400장. 모양은 단순해 보여도 수작업을 통해서만 마스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양을 생산하지는 못한다.
마스크 만드는 순서는 일단 사용할 수 있는 천을 고른다. 이때 조직이 너무 치밀한 원단은 공기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마스크용으로는 부적격이다. 상태가 좋은 원단을 고른 후에는 마스크 모양을 초크로 그린 뒤 재단한다. 재단된 천은 재봉틀에서 ‘오바로크’로 불리는 박음질을 거쳐 어느 정도 모양을 갖춘 후 보풀이나 실밥을 뜯어 마무리한다. 이후 다림질을 거쳐 구김 없이 반듯해진 마스크는 줄을 연결해 포장을 마치고 사람들에게 전해
지게 된다.

손에 상처가 가득할수록 깊어지는 온정

마스크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지만 자원봉사자들의 표정이 매우 밝음을 쉽게 알 수 있다. 3주 동안 가위를 들고 원단을 자르느라 손가락에 빨간 상처들이 가득한 오인숙 할머니는 “집에서는 손가락이 쑤셔 파스를 바르기도 하지만 남들을 도울 수 있다는 마음만큼 좋은 약은 없다”며 환한 미소를 잃지 않는다. 자동차공장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정년퇴임을 한 이용주 씨도 “기구를 다룰 때는 힘을 주지 말아야 작업 요령이 생긴다”며 능숙한 가위질 솜씨를 발휘한다.
천을 오리고 자르기를 반복하며 손에 작은 상처들이 하나둘씩 나 있지만 ‘내가 만든 마스크가 사람들의 생명을 지켜준다’는 마음에 모두가 웃음꽃을 피우며 유쾌한 자원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만든 마스크는 모두 5천여 장. 자원봉사자들의 정성이 가득 담긴 마스크는 4월 1일 안산시에 전달됐다. 지역 내에서 마스크가 중복 혹은 누락 없이 골고루 분배될 수 있도록 마스크를 만드는 여러 자원봉사단들이 안산시 한 곳으로 공급처를 통일했다고 한다. 최인순 팀장은 “어르신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그동안 공급받은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고 보관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소상공인이나 환경미화원, 새터민 등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먼저 공급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경기도 곳곳에 퍼지는 자원봉사의 손길

현재 안산시를 비롯해 경기도 곳곳에서 훈훈한 마스크 자원봉사를 펼치고 있다. 양평군은 경실련과 함께 고령층을 위한 마스크를 제작하고 있으며 자원봉사자들이 만든 면마스크가 지역에서 히트 상품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파주시는 시의 예산과 시민들의 재능기부가 더해져 자원봉사의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평생학습동아리로부터 시작된 마스크 자원봉사는 유튜브를 통해 ‘면마스크 만들기’ 영상을 올리며 시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양주시는 2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3일 동안 마스크 5천여 장을 만들며 지역 내 마스크 공급난을 신속히 해결해 나갔다. 양주시는 여러 지역사회단체들과 함께 마스크 자원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장애인·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에 마스크를 공급하고 있다.
시흥시에서는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이 고사리손으로 면마스크를 만들어 화제를 낳고 있다. 군자디지털과학고 학생들은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이웃에게 힘을 보태고 싶다”며 자발적인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학생들은 하루 300장 이상의 마스크를 만들어 시흥시에 전달하고 있다.
수원시자원봉사센터는 얼마 전 5만 장이 넘는 마스크를 만들어 수원시에 기부했다. 자원봉사가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 작업장만 다섯 곳에 이르며 하루에 만드는 마스크가 많을 때는 2천 장이 넘을 정도다. 수원시는 마스크를 환경미화원과 소상공인 등 저소득층에게 배포하고 있다.
오산시에서는 시민 모두가 함께 따스한 숨을 나누자는 뜻의 ‘따숨마스크’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고 있다. 오산시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진 마스크를 이 지역 초중고생에게 1인당 2장씩 제공하고, 시민들에게 마스크 제작 키트를 만들어 무료로 나누어 주고 있다.
마스크를 만드는 자원봉사자들의 따스한 손길은 경기도 31개 시·군 전역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온정으로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조만간 마스크를 쓰지 않고도 봄꽃이 만개한 공원을 마음껏 산책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한결 뿌듯해진다.